수도권, 이달 중 2,600만명 돌파로 전국 인구의 절반 이상
향후 수도권 1~2인 가구 급증 대비한 원도심 개발해야

열 달 째 수출 감소 현상이 지속되고 있고, 두 달 연속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에 소비와 투자도 위축, 내수도 내리막길이다. 경기선행지수도 IMF 구제금융기에 버금갈 만큼 긴 기간 동안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한민국의 경제에 대한 적신호는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나 갈수록 빈도가 늘고 강도에서 커질 상황이다.

서울과 인천, 경기도 등 수도권은 이달 중 사상 처음으로 2,600만명 돌파, 전국 인구의 50%를 넘어섰다. 지방경제가 기울어가면서 최저임금이라도 받을 수 있는 서울행 유민은 앞으로도 늘어날 전망이다. 우리 경제의 성장판이 닫혀가는 상황에서 수도권 쏠림의 후폭풍은 우리 경제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양적 증가가 고부가 집적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보이지 않아서다.

경제 사이클이 불황기로 접어드는 상황에서 가치유발없는 수도권 과밀화는 1~2인 가구의 증가와 맞물려 소득주도로 이어지지 못할 경우 우리 경제의 일대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정부가 최근 2030 광역교통계획을 발표, 고밀도화의 수도권 교통대책을 발표했으나, 이는 일시적 경기부양책이고 나아가 속빈강정의 수도권 집중화를 촉발하는 토건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잃어버린 20년의 일본의 답습 정책이라는 힐난까지도 나온다.

 통계청은 지난 9월 중장기 인구 가구통계 전망에서 오는 2047년 10가구 가운데 7가구가 1~2인 가구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갈수록 비중이 더해갈 1~2인 가구는 30대 이하와 고령층을 중심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게 통계청의 예측이다. 과밀화 진정 조짐이 없는 수도권에 1~2인 가구는 통계청 전망치 그 이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통계청은 2047년 우리나라의 1~2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4분의 3이 될 것으로 추계했다.
통계청은 2047년 우리나라의 1~2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4분의 3이 될 것으로 추계했다.

따라서 주거안전판 확보에 중심을 둔 현 정부의 도심재생 뉴딜정책은 인구통계 전망에 근거한 수도권 1~2인 가구를 포용한 소득주도의 성장으로 전환돼야 마땅하고, 이 과정에서 경제성장을 이끄는 방향으로 전환함이 바람직하다.

'공포'의 디플레이션 온다

이호승 경제수석은 지난달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경제 상황에 대해 계속해서 나쁘다는 인식을 심으면 결국 실제로 지출·소비·투자를 미뤄 경기가 나빠지는데, 이로 인해 직접 피해를 입는 저소득층 및 서민들에 대해서는 누가 책임을 지느냐는 점에서 무책임하다.”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그리고,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가 -0.4%를 기록한 것에 대해 '디플레이션'이라는 평가가 나온 점에 대해서도 너무 과도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8일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 제안 설명을 통해 ‘우리 경제는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갈수록 확대되는 엄중한 상황’이란 표현을 썼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을 대폭 하향 조정해 2%로 전망했고, 한국은행도 여러 차례 낮춰 잡은 전망치 2.2%도 사실상 달성이 어렵다고 예상하고 있다. 국내외 연구소들은 우리의 경제성장율 전망을 점점 더 낮추고 있고, 일부에서는 1%대 성장률 예측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 초기 단계에 돌입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디플레이션’이란 전반적으로 상품 및 서비스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물가가 떨어지고 전반적인 경제활동이 침체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반면 정부와 한국은행 측은 이번에 물가가 하락한 것은 단지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지나치게 높은 인플레이션도 문제지만 디플레이션은 단기적 처방이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다. 디플레이션 늪에 한 번 빠져들면 좀처럼 헤어 나오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산업화의 동맥인 울산을 비롯한 상당수의 지방의 거점도시에서는 상당 기간 동안 지역내총생산(GRDP)가 줄어들고 있어, 집값과 물가하락, 소비둔화, 그리고, 자영업 줄도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역적으로는 분명 디플레이션 조짐이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강남을 비롯한 서울 일부 지역의 비정상적인 아파트 값 인상 등이 지방의 디플레이션 현상을 상쇄해 국가 전체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일 뿐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실효성없는 재정 확장

전문가들은 1996년에 시작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을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진단하고 있다. 전대미문의 고령화 현상이 소비감소와 물가하락 현상을 초래해 오랜 기간 동안 불황의 늪의 빠졌다는 것이다.

우리의 현재 인구대비 생산가능인구 감소 추세와 1% 미만의 합계 출산율, 그리고, 베이비부머 시대의 대규모 은퇴자 규모 등의 변수는 장기불황이 시작된 1996년도 일본보다 한층 더 심각한 수준이다. 여기에 미·중 무역 분쟁과 글로벌 경기침체 현상이라는 대외적 변수까지 우리 경제의 미래를 더욱 암울하게 만들고 있다.

디플레이션의 악순환
디플레이션의 악순환

일본은 ‘잃어버린 20년’ 동안 기업투자와 가계소비가 꽁꽁 얼어붙었다. 일본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헬리콥터 돈 살포 정책까지 썼다. 이른 바 ‘아베노믹스 정책’이다. 상품권을 발행해 노인들에게 공짜로 나누어 주었지만, 소비는 좀처럼 늘어나질 않았다. 경기부양을 위해 대규모 SOC 투자를 하는 등의 토건경제 정책도 펼쳤지만 결과는 호전되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부족한 재원을 국채를 발행해 충당했다. 그 결과 1990년 68% 수준이었던 GDP대비 국가부채비율이 지난 해 말에는 238%까지 치솟았다. 예산의 상당부분을 국채이자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실효성 있는 재정정책을 제대로 구사할 수 없어 ‘식물정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족한 재원 확보를 위해 일본 정부는 소비세 인상을 시도했다. 하지만 반대가 심해 두 차례나 연기한 금년 10월부터 소비세 인상 정책을 실행했는데, 자영업자들을 중심으로 아우성 소리가 높고 복잡한 제도 이행을 위해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는 중이다.

우리 정부가 GDP대비 국가 부채비율이 40% 미만이라는 이유로 안심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국회에 제출된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 현금성 복지 정책, SOC 건설, 그리고, 단기 노인층 알바 공공일자리 등의 분야에 많은 금액이 편성돼 있다. 이런 확장적 예산이 장기간 지속된다면 일본의 현재 ‘식물정부’ 현상을 답습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 문재인 정부는 깊이 살펴봐야 할 것이다.

한국, 마이너스 금리시대 온다

일본중앙은행은 불황 타개를 위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실행했다. 시중은행으로부터 지불준비금으로 예치 받은 자금에 이자를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수수료를 부과하는 극단적 정책까지 동원했다. 극심한 불황으로 야기된 ‘돈맥경화’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정책이었다. 시중은행이 돈을 중앙은행에 맡기지 말고 민간대출을 통해 통화유통속도를 높이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여기에 일본 중앙은행은 발권력까지 동원해 일본 기업 주식을 마구 사들여 주가를 떠받쳤다.

일본의 이런 정책들은 세계 어느 국가도 채택해 본 적이 없는 비정상적인 것들이다. 경제이론으로 설명이 되질 않는 악수정책들을 마구 쏟아냈던 것이다. 이런 정책들은 분명 어느 시점에 가서는 곪아 터지게 될 것이다. 어떻게 결말이 날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17일 기준금리를 기존 연 1.5%에서 0.25%포인트 낮췄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가계부채 문제로 야기될 수 있는 금융안정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두 차례나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역대 최저였던 2년 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향후 성장 흐름이 기존의 전망경로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되고, 수요 면에서 물가 상승압력이 약화한 점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인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최근 독일 10년물 국채금리가 마이너스 현상이 발생하자, 금리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S)에 투자했던 상당수가 큰 손해를 봤다. 일각에서는 마이너스 금리가 남의 나라 일만은 아닐 것이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불황 탈출을 위한 장기선불임대 아파트 공급

지난 8월 5일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는 서울 중랑구 북부간선도로 신내IC~중랑IC 약 500m 구간에 약 7만5000㎡ 규모 대지를 확보해 2025년 입주가 가능한 공공주택, 사회간접자본(SOC), 일자리가 어우러진 ‘콤팩트시티’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경춘선 신내역과 신내 3지구를 가로막는 도로 위에 터널을 만들어 대지를 조성하고, 공중 보행 길로 도로의 남북을 연결해 이용도가 낮은 토지의 활용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SH공사는 도로 위 부지는 땅값이 들지 않아 인공대지 조성비용은 3.3㎡당 1,000만원 정도로 토지매입 비용보다 훨씬 적은 재원이 소요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독일 '슐랑켄바더 슈트라세'와 프랑스 '리인벤터 파리' 등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밝혔다.

서울 북부간선도로 상의 공동주택단지 개발 구상도
서울 북부간선도로 상의 공동주택단지 개발 구상도

우리나라의 주택보급율은 100%가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서울시의 주택난은 심각하다. 강남을 비롯한 서울의 아파트 값은 서민이나 청년들이 감히 다가설 수 없는 천문학적 수준이다.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임에도 강남을 비롯한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투기수요와 투자처를 잃은 시중의 많은 부동자금 탓이다. 그리고, 강남에 아파트를 지을 땅이 없어 신규 아파트 공급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투기수요를 자극했을 것이다.

청년들은 높은 집값 때문에 결혼을 기피한다. 높은 집값 문제는 출산율 저하 현상의 주된 원인이다.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 등의 초강수 대책과 정부 합동 현장 단속 등의 투기수요 차단 등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온갖 정책을 동원하고 있지만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질 않는다.

아파트 가격의 대부분은 땅 값이다. 서울시의 정책 발표는 땅 값 없는 아파트를 저렴하게 서민들에게 공급할 수 있다는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미국 보스톤 외곽순환 고속도로 위에는 아파트가 줄 지어 서있다. 서울시의 정책과 같은 맥락이다. 유심히 살펴보면 서울에도 외곽순환도로, 하천부지, 유수지, 철도 위 또는 지하철 차량기지 등 땅값 없는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국·공유지는 도처에 널려있다. 서울 강남지역에도 탄천이나 양재천, 도시 고속도로, 또는 전철 지상 구간 등 활용 가능한 부지는 많다.

수도권 인구쏠림에 따른 1~2인 가구 대책 마련 시급

땅값 부담 없이 평당 건축비를 500만원으로 잡는다면 행복주택 수준의 12평 아파트는 6,000만원이면 능히 공급할 수 있다. 여기에 발상을 전환해 장기선불임대아파트라는 아이디어를 더하면, 6,000만원을 납부하고 30년 아파트 사용권을 확보할 수 있다. 돈 없는 청년들이나 서민들에게 국민연금이 3% 정도의 금리로 대출을 해준다면, 월 원리금 상환부담은 25만원이면 충분하다. 서울 대학가 원룸 월세가 50만원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가히 파격적으로 저렴한 금액이다.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할 때 청년들의 높은 월세 문제도 해결가능하다.

보수정권 시절 강남 그린벨트를 헐어 행복주택 등의 아파트를 공급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강남 집값이 떨어지기는커녕 오히려 올랐다. 멀지 않은 장래에 인구 감소현상이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주택 문제는 한시적인 이슈다. 일본 동경시의 골치 덩어리가 돼 버린 빈집 문제가 멀지 않은 장래에 우리가 겪을 현상인 것이다. 한시적 문제해결을 위해 50년 이상 보존해온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것은 어리석은 발상이다. 고속도로 위 아파트는 일정 기간이 지나 수요가 없어지면 헐어버리면 그만이다.

박근혜 정권 초기 목동 유수지에 서민임대아파트 건설을 시도했지만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법률 개정 작업 없이 현행법 테두리 내에서 고속도로 위 아파트 건설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만 있다면 땅값 없는 장기임대아파트 대량 공급은 가능한 일이다. 중요한 점은 예산이 단 한 푼 들이지 않고도 대규모 유효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내수경기 부양, 저출산 문제 해결, 일자리 창출, 소비 진작, 가계부채 문제 해결, 그리고, 가처분 소득 증대, 집값 문제 해결 등 기대효과는 무궁무진하다. 고가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일부 부유층의 반대가 있겠지만, 진보정부라면 이런 정책을 실행해야 박수를 받을 것이다.

수도권의 인구 쏠림으로 인한 1~2인 가구의 심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우리 경제의 독이 되기도 하고 약이 되기도 할 것이다. 이달 중 수도권 인구가 전국의 절반을 웃돌 것이 유력시되나 서비스 활동을 감안한 수도권 유동 인구는 이미 전국 인구의 절반을 넘어선 지 오래다. 거주기준 수도권의 전국 인구 50% 돌파에 즈음, 불황기를 이겨내는 원도심 개발에서 인구와 가구의 변화를 염두에 둔 중장기 경제정책에 슬기가 모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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