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매체들, 자민당+공명당 연립여당의 개헌 가능선 확보 전망
아베 총리, 전쟁 가능국 위해 헌법 제9조(평화헌법) 개정에 총력
대형 악재 ‘연금 문제’ 덮으려 한국 수출규제 조치 시행한 의혹
헌법 제9조 개정 노력, 아베 총리 아닌 외조부 노부스케 총리부터

[스트레이트뉴스=김태현 선임기자] 의원 124명을 선출하는 일본 참의원 선거가 진행 중인 가운데, 집권 자민당이 개헌 발의가 가능한 3분의 2 이상 의석을 확보할지에 한미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 의회는 상원에 해당하는 참의원과 하원에 해당하는 중의원으로 구성된다. 참의원은 중의원에서 올라오는 법안이나 조약을 다시 심의한다. 임기는 6년이지만 매3년마다 절반인 121명을 교체한다.

21일 오전 7시, 제25회 일본 참의원 선거가 시작됐다. 아베 신조 총리가 지난 17일 간의 선거운동 기간 동안 강조해 온 부분은 개헌의 당위성이다. 1946년 이후 개정된 적 없는 헌법 제9조, 이른바 평화헌법을 개정해 전쟁이 가능한 정상국가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에게 헌법 제9조 개정은 집권 1기이던 지난 2006년 11월 일본 총리로서는 최초로 공식 거론하기도 했던 숙원사업이다. 개헌안 발의가 가능하려면 중의원과 참의원 모두 제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고, 국민투표에서 과반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중의원의 경우, 집권 자민당은 285석을 차지하고 있어 연립여당을 구성하고 있는 공명당의 29석과 합치면 이미 개헌 의석수 310석을 넘어선다. 문제는 참의원이다. 일본의 여론은 이번 선거에서 연립여당이 개헌안을 발의할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여성이 도쿄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하고 있다.(자료:CNN by James Griffiths/Emiko Jozuka)
한 여성이 도쿄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하고 있다.(자료:CNN by James Griffiths/Emiko Jozuka)

개헌안 발의에 필요한 참의원 의석수는 164석이다. 현재 자민당과 공명당은 70석을 확보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 마이니치 등 일본 매체들은 총 245석 중 124석을 뽑는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과 공명당 연립여당이 무난히 과반인 63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한다.

예상대로 연립여당이 63석을 얻는다면 133석이다. 개헌선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유신회, 무소속 등 개헌에 공감하는 의원들이 30명이 넘는다. 그들이 가세한다면 164석은 거뜬히 넘길 수 있다.

이번 선거전에서 아베 총리가 노리는 과실은 개헌 외에 연금 문제도 있다. 2006년 최연소 총리에 오른 아베 총리는 ‘후생노동성의 연금기록 누락’이라는 대형 악재 탓에 2007년 참의원 선거에 참패하면서 총리직을 내려놓은 바 있다.

그런데 지난 6월 연금 문제가 다시 부각됐다. 일본 금융청이 “연금으로 생활하는 노령의 부부들이 향후 30년을 더 살기 위해서는 저축 2,000만 엔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이번 선거 기간 내내 연금을 위해 보험료와 세금을 올려야 한다고 표심에 호소했지만, 야권으로서는 총리를 공격할 수 있는 호재였고, 한때 실제로 야권의 공격이 먹혀들기도 했다.

아베 총리로서는 12년 만에 돌출한 초대형악재였다. 연금이 다시 이슈로 부각된다면 개헌선 확보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 대(對)한국 수출규제 조치가 나온 것도 이즈음이었다. 국제 이슈로 국내 이슈를 덮으려는 속셈이라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수출규제 조치가 어느 정도 먹혀들어 미국이 관심을 보이면 북핵과 관련해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던 이른바 ‘재팬 패싱’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도 가능하다.

평화헌법 개정의 역사는 일본을 전쟁 가능국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 1957년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아베 신조 현 총리의 외할아버지다.

오늘(21) 실시 중인 일본 참의원 선거의 출구조사 결과는 저녁 8시에 발표될 예정이다. 몇 시간 후면, 일본이 국제사회의 우려에 맞서 전쟁 가능국으로 갈 채비를 할지, 이미 내놓은 대(對)한국 수출규제 조치에 ‘백색국가리스트 제외’라는 추가조치를 더하면서 한일관계와 세계무역질서에 악영향을 더할지, 이를 통해 ‘재팬 패싱’을 뚫고 미중의 동아시아 전략의 주요 축으로 복귀할지가 드러난다.
bizlink@straigh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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