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전면 개정이 상생협력 포용성장의 시작
-1997년 국회 졸속 처리로 '수백만 소상공인 벼랑 끝' 후유증
- 중소벤처기업부, 유통법 개정 주체로 나서야 한다

[스트레이트뉴스=이호연 선임기자] 유통 대기업들의 무차별적인 기존 상권 침투로 수없이 많은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상인들이 경쟁력을 상실한 채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국회 산자위에는 유통산업발전법(이하 ‘유통법’) 개정안이 다수 상정돼 있지만 몇 달 동안 휴무상태에 있어 언제 처리가 될지 오리무중이다.

유통법은 대형마트 등록제 허용 이후 여러 차례 바뀌어 왔지만 현재까지도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소상공인들은 경쟁력을 잃고 속절없이 무너져가고 있다.

대형마트 입점으로 골목상권이 붕괴되고 지역 소상공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지적에 따라, 전통상업보존구역 지정(2010.11월), 의무휴업 영업규제 도입(2012.1월), 인접지자체 의견 수렴 및 지역협력 이행실적 점검(2016.1월)을 도입, 시행하나 영세 소상공인의 사정은 변하지 않았다.

국회 법률 개정 논의과정을 살펴보면, 수많은 소상공인들의 생계와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법안 소위에서는 불과 몇 분 만에 몇 마디 형식적인 논의를 거치고 졸속으로 법률개정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특히, 국회 4년차 임기 말에는 차기 공천이나 선거준비 등으로 국회는 거의 빈사 상태로 전락하기 일쑤이고, 이런 허술함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재벌 등의 이익단체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법안들을 대거 관철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금년을 놓치면 내년을 기약할 수 없는 이유이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 제8조에는 대규모점포의 진출로부터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대규모점포 개설등록 시 영업 개시 전까지 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를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형마트는 지자체에 개점 등록 신청을 하기 이전에 이미 토지구입 및 건물 신축 등과 관련해 막대한 투자를 실행한 사태이기 때문에, 지자체장이 사후적으로 건축을 제한하는 등의 실질적인 제재조치를 실행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현재 의원 등은 대규모점포 등을 건축하려는 경우, 대규모점포 등의 등록시점과 상권영향평가서 및 지역협력계획서의 제출시기를 ‘영업을 시작하기 전’에서 ‘건축허가를 신청하는 때’ 또는 ‘건축 또는 용도변경 등에 관한 허가를 신청하는 때’로 변경함으로써 지자체장이 골목시장 및 기존 영세자영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유통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서울 강동과 하남의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등에 종사하는 소상공인이 코스크코 하남점에서의 개점 반대 시위 현장 @스트레이트뉴스
서울 강동과 하남의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등에 종사하는 소상공인이 코스크코 하남점에서의 개점 반대 시위 현장 @스트레이트뉴스

행정부는 대기업 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현행 등록제가 실질적으로 허가제로 운영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점과, 건축허가 시점과 영업개시 시점간의 기간 차이 때문에 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의 내용이 부실하거나 신뢰도가 낮아질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산자위 법안 소위원회의 법안 축조심사 과정에서 추가적으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주요 이슈들을 짚어보자.

첫째, 유통법 법률 개정안은 주무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도 참여해야

유통법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부 소관법률로서 유통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목표로 제정됐다. 하지만, 대규모점포 개설과 관련해 대규모점포에 상권영향평가서 등의 제출을 요구하는 것은 중소상공인의 권익보호를 위해 마련된 조항이기 때문에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의견을 제출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추가적으로, 유통법은 법안 발의 권한이 없는 중기청 시절 제·개정되었기 때문에, 중기청이 부로 승격된 이상 관련 조항들은 중소벤처기업부 소관법률인 상생법으로 조속히 이관해야 옳을 것이다.

아울러, 상권영향평가서 등은 상생법에 규정된 사업조정과정에서 협상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도록 상생법도 개정돼야 할 것이다. 이래야 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가 존재하는 의미를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둘째, 대규모 점포의 개설은 허가제로 바꿔야

대형마트 도심권 진입 등록제 허용은 수백만 소상공인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악법의 하나임에도 불구, 1997년 국회는 정부가 발의한 법안을 상임위에서 단 한마디의 논의도 없이 원안대로 졸속 처리했다.

이에 이언주 의원은 대규모 점포의 개설을 허가제로의 전환하는 유통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허가제로 변경할 경우, 대규모점포 등의 시장접근 자체가 제한되어 WTO 서비스협정(GATS) 또는 FTA 등 국제 통상규범과의 마찰도 예상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통상법 전문가들은 통상마찰 위험이 미미하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프랑스 등은 아직도 대규모점포의 개설을 허가제로 유지하고 있고, 독일 등은 10% 가이드라인에 따라 실질적인 허가제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례 등을 감안하면, 만시지탄이지만 이제라도 전면적인 허가제 도입 또는 실질적 허가제로 유통법을 개정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셋째, 모든 대규모점포 주기적으로 상권영향평가서 제출해야

현행법에 따르면, 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는 영업개시 전에 한번만 제출하도록 규정돼 있다. 따라서, 개점 전에 제출된 상권영향평가서 등에 나타난 소상공인들의 피해를 사후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런 점을 노리고 대형마트는 엉터리 상권영향평가서를 제출하는 것이 관행화 돼있는 실정이다.

나아가 지역협력계획서 이행실적 점검도 수술이 긴요하다. 지역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 지역고용 활성화 등의 내용을 담은 유통법 제8조의 2항의 지역협력계획서의 이행실적 점검 조항은 2016년 1월에 마련됐다. 따라서 2015년 이전 개설된 515개에 달하는 기존 대형마트에 대해서는 지역기여 및 상권변화에 대한 지자체의 점검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상권영향평가서 및 지역협력계획서를 제출받기 시작한 2013년 이전의 기존 대형마트는 변경등록을 해야 만이 상권영향평가서 및 지역협력계획서를 제출받을 수 있고, 그에 따른 이행점검도 가능한 실정이다.

이런 까닭에 대형마트 입점 이후 지역 상권변화로 인한 소상공인들의 피해 영향, 지역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 실태 또는 지역고용 활성화 등에 대한 지역기여도 평가도 이뤄지기 힘든 실정이다.

따라서, 대형마트가 입점해 영업행위를 하는 기간 동안 대형마트는 3년 주기로 상권영향 평가서 등을 작성하도록 의무화시키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넷째, 상권영향평가서 등에 대한 법적 구속력 확보 긴요

현행 법률에 따르면, 대규모점포가 개점 전 엉터리로 상권영향평가서 등을 작성해 제출하고, 사후적으로 이를 이행을 하지 않더라도 지자체가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법적 근거조항이 없는 실정이다.

김해영의원이 제출한 유통법 개정안은 지자체장이 지역협력계획서의 이행실적을 점검하여 이행실적이 미흡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개선 권고, 권고대상 및 내용 등 공표, 이행명령을 순차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고, 이행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 1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영업정지를 명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다.

추가적으로 법안 논의 과정에 추가되어야 할 점은 상권영향평가서 및 지역협력계획서 제출제도 도입 이전에 개설된 대규모 점포에도 이런 내용이 동일하게 적용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소급 적용으로 인해 법적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지만, 수많은 지역 소상공인들에 대한 막대한 피해를 고려할 때 어떠한 명분을 내세워서라도 관철시켜야 할 것이다.

현재 국회는 현재 정개와 사개 등 양대 특위를 놓고 한치 양보 없는 정쟁싸움에 대치국면이다. 그 사이 유통 공룡인 대형마트의 시장 독과점에 전국 도처의 소상공인들의 신음은 커가고만 있다.

민생 뒷전의 국회를 응징해야 한다는 수백만 소상공인의 목소리는 내년 총선이 다가올수록 커가고 있다. 유통법 개정, 늦추면 늦출수록 20대 국회의 내년 보장은 어려워져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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