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신과 ‘베풂’으로 40년 주말 보낸 ‘공짜 틀니왕’ 최원종
대학 동아리 때 시작한 봉사, 군 복무시절 이어 지금까지
신은 ‘높은 구름’ 아닌 나와 가장 가까운 곳, 이웃에 있어
예수 따라 33세에 죽었으니, 이후 덤으로 사는 삶은 ‘헌신’
자칭 보수 예수꾼들의 ‘교회세습’과 ‘색깔론’ 큰 각성 필요
온전한 힐링은 ‘자신’만의 만족 넘어 '사회 헌신' 넓은 품 안는 것


[스트레이트뉴스=김태현 선임기자] “경기 남양주에서 사람들이 거동이 불가능한 100세 어른을 들것에 모시고 오셔서 틀니를 해드렸다. 그 어른 아직 살아 계셔야 할 텐데... 세상에 가난한 사람 천지다. 저는 가난으로 유명한 의사다.”

만 30세에 치과를 개원한 이후 40년 동안 가난한 이들의 ‘입안 사정’을 무료로 살펴 온 ‘공짜 틀니왕’ 최원종 원장(70), 그가 대학 동아리 친구들, 동료 의사들과 함께 보낸 40년의 주말과 공휴일은 헌신과 공헌, ‘베풂’이었다.

힐링(healing)이 필요한 시대, 스트레이트뉴스는 특집 ‘힐링코리아 365’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이개호 장관과 세계 생화학 분야 석학 천병수 박사, 이찬열 국회 교육위원장, 김재현 산림청장, 한국문인협회 이광복 이사장 등에 이어, 가난한 이들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치과를 운영하면서 ‘베푸는 힐링’을 실천해 온 의사이자 목사, 최원종 원장을 만났다.

-통상 치과가 돈을 벌면 ‘확장이전’ 이런 걸 하는데, 40년 전에 이곳 은평구에 치과를 개설해 지금까지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고객은 왕이고, 왕은 아프면 안심하고 찾을 곳이 있어야 한다. 개원할 때부터 새 환자를 확보하네 어쩌네 하는 마케팅 개념은 버리고, 한 번 다녀간 사람이 다시 오기를 기다리기로 작정했다. 환자가 와도 좋지만, 안 오면 더 좋다. 왕이 아프지 않다는 거니까. 그게 즐거움이다. 그래서 이러고 있다.”

가난한 이들의 ‘입안 사정’을 무료로 살펴온 ‘공짜 틀니왕’ 최원종 원장(2019.06.05) ⓒ스트레이트뉴스
가난한 이들의 ‘입안 사정’을 무료로 살펴온 ‘공짜 틀니왕’ 최원종 원장(2019.06.05) ⓒ스트레이트뉴스

-가난한 사람들을 많이 돕는다고 들었다. 언제부터 누구를 어떻게 도왔나?

“대학 때 동아리 친구들이랑 동해 화진포부터 경남 하동, 해남 땅끝까지 천지사방 수백 군데를 이빨 빼고 봉사하러 다녔다. 군대 가서는 대민봉사 했고, 개원한 뒤에는 산부인과, 내과, 소아과 친구들로 팀을 꾸려서 전방이나 벽지 같은 데 간이병원을 차려놓고 매회 20~80명 정도 환자를 봤다. 지금도 주말이나 휴일이면 역마살이 발동한다.”

-혼자 잘살기도 버거운 시절인데, 왜 돕나?

“글쎄, 잘 모르겠다.(웃음) 목사로서 이런 얘기는 할 수 있겠다. 3대 모태신앙으로 자라서 그런지 불쌍한 사람 꼴을 못 본다. 예를 들어, 주변에 남편과 10여 년 전에 사별해 돈도 빽도 아무것도 없는 50대 여자 전도사가 계셨는데, ‘입안 사정’을 보니까 엉망진창이었다. 모르면 모르되, 아픔을 알았고, 그걸 덜어 줄 재주가 내게 있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나. 그분, 이빨 아플 때마다 신께 기도를 했겠나, 안 했겠나? 그래서 그분의 기도가 이루어져야 하겠기에, 불러다가 틀니를 해드렸다. 내 손을 통해 그분의 기도가 이루어진 것이다. 신은 흔히 말하는 ‘클라우드9(cloud 9, 신이 산다는 최고 높은 구름)’에 계신 게 아니다. 신은 내 이웃이고, 나와 가장 가까운 곳에 계신다. 이게 평생을 가져온 신조다. 답이 됐나 모르겠다.”

-사람들이 어떻게 알고 찾아오나?

“미국에 유대인 랍비의 머리를 공짜로 손질해줬더니 다음날 다른 랍비를 데리고 왔다는 얘기가 있다. 어떤 가난한 분이 이빨 치료에 가진 돈을 모두 썼는데도 실패해 찾아오신 적이 있다. 그냥 해드렸다. 그랬더니 이빨이 하나도 없는 노숙 청년을 데리고 오셨다. 또 해줬다. 그랬더니 이 친구가 경북 상주 어디에 사는 자기 선배 형님을 데리고 와서 해주쇼, 그래서 또 해줬다. 이렇게 연결 연결해서들 오신다. 그런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빨 아픈 고통’을 묘사한 그래픽(자료:yourdentalhealthresource) ⓒ스트레이트뉴스
‘이빨 아픈 고통’을 묘사한 그래픽(자료:yourdentalhealthresource) ⓒ스트레이트뉴스

-입으로만 떠드는 복지 전문가도 많고, 복지한답시고 나랏돈, 착한 사람들 쌈짓돈 착복하는 사람도 많은데, 대단하다. 우리나라 복지, 어떻게 보나?

“문재인 정부 들어 낸 세금이 첫해에 9천만 원, 다음해에 8천만 원이다. 적지 않은 돈이다. 주변에서 절세 안 한다고 야단도 치고 그런다. 그래도 나는 기쁘다. 가난한 사람은 세금을 못 내지만, 다행히 내가 세금을 많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돈 없이 어떻게 복지를 하나. 정치는 국민들에게 복지 혜택을 많이 줘야 한다. 수혜자는 혜택을 많이 받을수록 건강해진다. 이게 힐링(healing)이다. 이빨이 아플 때 괴로운 것처럼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삶은 정말 고통스럽다. 이건 킬링(killing)이다. 복지가 사람을 살리고 일거리도 만들어 낼 거라고 믿는다. 다만, 복지에 너무 치우치다 보면 게으름이 끼어들 수 있다. 이점을 경계하면서 할 수 있는 능력보다 더 많이 복지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본다.”

-늦깎이 목사님이 되셨다. 이유가 있나?

“치대 마치고 개원하면서 신학교에 들어갔다. 33살에 졸업했고, 졸업 33년 만인 66세 때 목사 안수를 받았다. 다른 이유는 없고, 어머님 소원이 ‘목사 어머니’가 되는 거라서다. 슬하에 9남매를 두셨고, 손자들까지 합쳐서 집안에 의사가 16명이나 되는데, 아무도 목사 할 사람이 없었다. 어머니 평생의 기도가 이루어져야 하겠기에, 할 수 없이 내가 나선 것뿐이다.”

-목회활동은 어떻게 하나?

“목사는 원래 70세면 은퇴해야 한다. 이 나이에 어디 가서 뭘 하는 건 아니고, 프리랜서, 그러니까 자유목사다. 주로 목사님들에게 이야기를 많이 한다. 신학교나 교회에 가서. 또 집회나 모임에도 가고, 강연도 다니고 그런 정도다.”

66세에 늦깎이 목사 안수를 받은 최원종 원장이 진료 도중 지론인 ‘33세론’과 보수화된 한국 기독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2019.06.05) ⓒ스트레이트뉴스
66세에 늦깎이 목사 안수를 받은 최원종 원장이 진료 도중 지론인 ‘33세론’과 보수화된 한국 기독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2019.06.05) ⓒ스트레이트뉴스

-‘33세론’이라는 걸 자주 이야기한다고 들었다. 그게 뭔가?

“삶을 대하는 자세에 대한 이야기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도저히 풀리지 않는 숙제가 있었다. 4대 성인으로 추앙받는 공자님, 석가모니, 예수님, 마호메트 중에 다른 분들은 모두 7,80세에 돌아가셨는데, 예수님은 왜 33세에 돌아가셨을까, 이걸로 50년 가까이 고민했다. 정말 많은 목사님들에게 물어도 봤지만, 아무도 답해주지 않았다. 예수님이 33세에 사망한 것은 신앙적으로 ‘나도 33세에 죽었다’는 의미다. 이미 죽었고 34세부터는 덤으로 사는 인생이니, 부모 제대로 공경하고 애들 양육하고 돈 벌어서 세금도 내고 사회에 헌신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 이게 33세론이다.”

-기독교가 사회의 지탄을 받은 지 오래다. 무엇이 잘못됐고, 어떻게 가야 한다고 보나?

“잘못하는 것 많지만, 부자세습과 색깔론, 두 가지만 말하겠다. 세습하는 목사일수록 북한의 세습을 강도 높게 비판한다. 그런데 정작 자신의 세습은 교회법뿐 아니라 하나님까지 끌어들여서 정당화한다. 그런 사람은 목사가 아니다. 곡식 중에 가라지(풀)가 있는 것처럼, 목사 중에도 가라지 목사가 있게 마련이다. 또 하나, 최근에 한기총 회장이 정교분리를 망각한 채 독일 신학자 회퍼랑 히틀러를 들먹이면서 망언을 쏟아냈다. 색깔론이다. 대형교회 선거철만 되면 어김없이 색깔론이 등장한다. 거기에는 전통이 있다.”

-색깔론의 전통? 일부 기독교계가 보수화된 배경을 말하는 건가?

“그렇다. 회퍼를 한반도와 연결시키다니... 그 사람이 독일 예를 들었으니, 독일 얘기 좀 해줘야겠다. 동서독이 갈라질 때, 동독 목사들은 서독으로 넘어가지 않고 매주 모여서 통일기도모임을 열었다. 독일 통일에 몇 가지 요인이 있지만, 동서독 목사들이 기도를 통해서 함께 단단해진 것도 통일의 배경 중 하나다. 그런데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 있던 목사들은 ‘순교하면 안 된다, 죽느니 남쪽으로 가서 복음을 전달하자’면서 대거 남하했다. 그런 회피와 공포의 기억을 가진 목사들이 자유당 시절부터 오늘날까지 보수를 형성해 통일기도 한다면서도 아직도 북을 향해 욕을 해댄다. 전광훈 목사 봐라, 마음에 분노가 들어앉아 있는데 어떻게 통일이 되겠나. 십자가 밑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살려내라는 보수 목사들, 박근혜가 예순가? 보수가 십자가인가? 이렇게 일부 혁신되지 않은 예수꾼들은 예수님의 메시지를 이해하지 못한 채 우주여행 시대에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어떻게 가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크게 각성해야 한다는 건 분명하다. 절반 정도 되는 한기총 대의원들이 전광훈 목사 사퇴를 촉구하고 나선 건 그나마 다행이지만, 참 부끄럽고 부끄럽다. 시간이 좀 걸리겠으나, 그런 종교지도자들도 언젠가는 맑아질 것이다. 그렇게 믿고 기다려야지 별 수 있나.”

최원종 원장 겸 목사가 ‘베푸는 힐링(healing)’을 담아내는 도구(자료:dnaindia) ⓒ스트레이트뉴스
최원종 원장 겸 목사가 ‘베푸는 힐링(healing)’을 담아내는 도구(자료:dnaindia) ⓒ스트레이트뉴스

-목사로서, 종교 간 화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도 중동처럼 종교분쟁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 없다. 내 인격이 중요하듯, 타 종교도 중요하다는 개념으로 지금부터라도 타 종교를 존중하는 마음이 훈련되어져야 한다. 품을 넓혀야 한다. 구원의 문제와 타 종교를 인정하는 것은 신학적으로도, 철학적으로도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경제발전의 대가로 우리 국민들은 많은 것을 잃었다. 가족이 해체돼 1인가구가 폭증했고, 마을이나 동네 공동체가 사라졌고, 경쟁은 갈수록 극심해지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 심적으로 고통 받고 있다. 힐링이 필요해진 사회다. 평소 생각해 온 힐링관이 있다면?

“온전한 힐링이란 자기만 위하는 게 아니라, 타인, 확대하면 사회를 위하는 헌신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사람들이 힐링을 위해 숲에 가고 건강식을 먹고 그러지만, 그런 건 지극히 원소적인 자기 힐링에 불과하다. ‘나는 사랑받아야겠다, 은혜를 입어야겠다, 건강해야겠다’ 이러면서 홀로 잘살면 무슨 재민겨? 내 형편만 소중하고 남의 형편 돌보지 않으면 그건 또 무슨 재민겨? 그게 전부가 아니다. 천도교는 ‘밥 한 숟갈이 신’이라고 한다. 그 밥 엄마가 한다. 그럼 엄마가 신이다. 까마귀도 늙은 어미한테 먹이를 물어다 주는데, 하물며 인간이겠나. 제아무리 난다 긴다 해도 부모 살피지 않으면 힐링은 없다. 이게 첫 번째 힐링이다.”

-혼자 하는 힐링은 온전한 힐링이 아니다?

“당연하다. 함께 사는 세상 아닌가. 세계보건기구(WHO)가 규정하는 건강은 육체적인 건강, 정신적인 건강, 사회적인 건강이다. 사회적인 힐링이 포함되지 않는다면 자기만족 수준의 힐링만 있을 뿐이다. 사회에 헌신하고 공헌하면 그 과정에 나도 힐링된다. 그게 온전한 힐링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임종할 때 주먹을 꼭 쥔 채 숨을 거둔다. 염사들은 ”놓고 가라, 가져갈 수 없다, 놓고 가라“ 하고 말하면서 시신의 주먹을 펴준다. 가지려면 주먹을 쥐어야 한다. 죽기 전에 주먹 좀 펴고 살자. 모두가 가지라고 외치는 세상이지만, 나는 포기하라고 말한다. 포기할 때, 그때 힐링이 된다.”

자신만 힐링하던 습관에서 벗어나 주변과 사회로 시선을 확대할 때 온전한 힐링이 가능하다는 최원종 원장(2019.06.05) ⓒ스트레이트뉴스
자신만 힐링하던 습관에서 벗어나 주변과 사회로 시선을 확대할 때 온전한 힐링이 가능하다는 최원종 원장(2019.06.05) ⓒ스트레이트뉴스

-평소 심신의 건강을 지키는 ‘나만의 힐링법’이 있다면?

“살아보니까 인생은 연극이더라. 연극에서 행인1이나 동네아저씨2가 ‘나 이거 안 하고 주연 할래’ 이러면 연극이 안 된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덤으로 사는 인생이니 내가 지금 있는 동네아저씨2 위치에서 열심히 헌신하고 있고, 그게 나한테는 힐링이다. 그 외에 힘 떨어지면 봉사고 뭐고 하고 싶어도 못하니까, 북한산도 가고 한강변 달리다가 평행봉도 하고 그러면서 매일 체력을 보충한다.”

-마지막으로 힐링을 원하는 우리 국민과 스트레이트뉴스 독자들께 의사로서 또 목사로서 한 말씀 부탁한다.

“죽기로 작정하지 않은 이상, 힐링 원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힐링이 ‘치유’로 번역되나? 그렇지만 동네아저씨, 최원종에게 힐링은 ‘치료’다. 의사들을 예로 들어 보자. 아플 때 의사들이 공짜로 치료해주나? 아니다. 의사들은 치료해주고 번 돈을 자신을 위한 힐링에 쓴다. 돈 버는 힐링은 세상에 없다. 이제는 정말로 베푸는 힐링을 해야 한다. 나에게만 경청하던 습관을 내 주변으로, 또 사회로 넓혀야 한다. 가난하건 부자건, 어느 위치에 있건, 해야 할 일이 있다. 그걸 찾아서 넓은 마음으로 힐링이 필요한 이들을 경청하고 헌신으로 옮길 때, 내가 사회적인 힐링의 작은 실천자가 될 수 있다. 그렇게 우리 사회가 지금보다 더 넓어지기를 바란다.”

아이큐(IQ) 150 되는 인재들이 그 좋은 머리로 서울대 의대를 졸업해 여드름 짜고, 턱 깎아가면서 자신만 위해 산다며 투덜대는 ‘공짜 틀니왕’ 의사, 사소한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주변을 살피는 것이 곧 자신의 힐링법이라는 늦깎이 목사가, 공짜 치료와 차 한 잔을 대접받고 연신 고개를 숙이는 할머니 환자에게 쪽지를 내민다.

“6월 18일 화요일 오전 9시 30분, 치과 오세요. 감~4합니다.”

bizlink@straigh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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