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사회는 1970~80년대 독재시대로 회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50년부터 4년 간 미국의 정치는 ‘매카시즘’이라는 야만의 수렁을 헤맸다. ‘매카시즘’이란 극단적이고 초보수적인 반공주의 선풍. 또는 정적이나 체제에 반대하는 사람을 공산주의자로 몰아 처벌하려는 경향이나 태도. 1950년대 초에 공산주의가 팽창하는 움직임에 위협을 느끼던 미국의 사회적 분위기를 이용하여 매카시가 행한 선동 정치에서 유래한다.

“공산주의자들이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나는 297명의 공산주의자 명단을 갖고 있다.” 궁지에 몰린 조셉 매카시가 1950년 2월 정치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공화당 당원대회에서 근거도 없이 엄청난 폭발력을 지닌 폭로를 했다. 전쟁을 부추겨온 보수·수구언론과 마감 시간에 쫓긴 신문은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대서특필했다. 폭로가 크게 보도되고 상원 조사위원회가 구성되었으나 매카시는 아무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그러나 매카시는 계속 거짓 폭로를 이어갔고 ‘공산주의자’ 숫자도 늘어났다. 신문은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큰 제목으로 보도했고, 그런 신문은 불티나게 팔렸다. 매카시는 진보주의자와 공산주의자 등에 맞서는 용기 있는 정치인처럼 부상했다. 그러나 매카시즘의 광기가 걷히는 데도 한 언론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1954년 3월 CBS 에드워드 머로우는 시사 프로에서 매카시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것을 하나하나 밝혀나갔다. 뒤 이은 청문회에서도 매카시 주장의 허위가 드러났다. 마침내 반공주의로 사상의 자유를 짓누르려는 매카시즘이 종말을 맞았다. 몰락의 길을 걷던 매카시는 3년 뒤 48세로 사망했다. 그가 고발한 수 천 명의 ‘빨갱이’ 중 정식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렇게 매카시는 단명했지만, 한국에서 매카시즘은 60년이 지난 지금도 여러 형태로 환생하고 있다. 역사에서 오래전에 매장된 매카시를 추종하는 한국의 신종 매카시스트는 누구인가. 정치적으로 보수·수구의 길을 걷지 않거나 진보적 이념을 지닌 이들에게 습관적으로 ‘빨갱이’ 혹은 ‘종북주의자’라는 딱지를 붙이는 모리배일 것이다. 우리는 이명박 정부 이래 이런 신종 매카시스트를 너무나 자주 본다. 특히 박근혜 정부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수구 세력의 망언이 도를 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2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 고영주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쏟아낸 뉴스를 보고 경악과 함께 분노를 억제할 수가 없다. 박정희에서 전두환과 노태우로 이어지는 독재정권 시기에도 그 어떤 언론사 경영자나 언론 관련 공공단체의 책임자가 국민의 대의기구인 국회에서 고 이사장처럼 막말을 자행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고 이사장이 국회에서 한 야당의원의 “2013년 1월 프레스센터에서 ‘문재인은 공산주의자이고,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적화되는 것을 확신한다’고 발언했느냐”는 물음에 그는 단호하게 “네”라고 대답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대표는 그 발언이 ‘명예훼손’이라는 이유로 고 이사장을 상대로 민형사소송을 제기 중이다. 고 이사장은 문 대표가 왜 공산주의자인지에 관해서는 부림사건 재판 당시 노무현이랑 같이 문 대표가 무료 변론했다는 것과 국가보안법 폐지하려고 같이 애쓰고 한미연합사 해체하는 데 관여했고, 연방제통일을 지지했기 때문에 대한민국에서 그런 움직임을 보인 사람들은 모두 공산주의자라고 주장했다.

1천만 명 이상이 본 영화 '변호인'의 소재가 되기도 했던 부림사건은 1981년 9월 부산에서 독서모임을 하던 학생, 교사, 회사원 등 22명이 영장도 없이 불법 체포되어 잔혹한 고문을 당한 뒤 기소된 ‘용공조작 사건’이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불법 연행돼 22~61일간 구금 상태에서 자백을 강요받은 점을 인정해 재심을 청구한 5명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했다. 고 이사장은 부림사건 수사에 참여했다. 그러나 고 이사장을 비롯해 1980년대 당시 수사에 참여한 검찰이나 유죄 판결을 내린 판사 어느 누구도 사과와 반성이 없었다. 그런데 당시 담당검사였던 고 이사장이 그런 사실을 모를 리 없을 텐데도 ‘노무현과 문재인이 무료 변론했다’는 이유로 문 대표를 공산주의자로 단정한 것이다. 부림사건의 피고인들이 고문당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변론을 맡은 사실만으로 공산주의자가 된다는 논리는 아무리 흉악한 범죄를 저질렀어도 변호를 받을 수 있다는 대한민국 사법체제 전제를 부정하는 괴변이다.

고 이사장의 국감장에서의 매카시즘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시기인 2010년 3월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된 뒤 '친북반국가행위자인명사전' 편찬을 주도한 바 있는 그는 서울시장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전 상임고문 김근태, 서울대 교수 조국을 비롯해서 우상호·이인영·오영식을 그 인명사전에 올린 이유에 대해 “사람이 아니라 행위를 보고 판단하는 거라, 과거에 행적이 있을 것”이라고 명확한 근거도 없이 단순한 추정을 바탕으로 하는 주장을 태연히 했다.

그렇다면 그가 존경한다는 박정희 전 대통령도 여순 반란사건에 참여했던 남로당 당원이었으니 공산주의자라는 논리가 성립한다. 그리고 김대중 정부 시기인 2002년 5월 10일 북한 국방위원장 김정일의 초청으로 북한을 방문한 바 있는 당시 국회의원 박근혜의 “김정일 위원장은 솔직하고 거침없는 사람이었다“고 밝힌 행적은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단순한 추정으로 문재인을 ‘공산주의자’로 모는 사람이니 박근혜 대통령도 당연히 ‘친북행위자’로 보고 비난해야 마땅하지 않는가.

방문진은 MBC 주식 70%를 보유하고 그 방송사를 관리·감독하는 기구이다. 방문진은 MBC 사장 임명·해임권 등을 갖고 있다. 고 이사장은 방문진 감사를 거쳐 지난 8월 이사장에 임명됐다. 고 이사장은 “자신을 방문진 이사장을 맡기신 분은 의미와 목적에 맞게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고 말하면서 박근혜 정권에 대한 충성 서약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게다가 최근에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의도한 듯 “국사학자 90% 이상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좌편향”이라고 단언했다. MBC가 왜 이지경이 되었는지 점쳐지는 발언이다.

이렇게 중요한 조직의 책임자가 사실을 왜곡하고 민주주의 퇴행을 야기하는 일들이 이처럼 공공연하게 일어나는 것은 군사독재 정권 시절 검찰 공안 분야에 종사했거나 고문·조작·은폐 수사 등으로 물의를 빚은 인사들을 정권이 중용하면서 벌어진 일로 박근혜 정권의 책임이 제일 크다. 대표적인 공안검사로 ‘초원복집 사건’ 등에 연루된 김기춘씨는 대통령 비서실장을 맡았었고, 공안사건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2차장 등을 거친 황교안씨는 법무부 장관에 발탁된 뒤 국무총리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대검 공안부장을 지낸 박한철씨는 헌법재판소장에 임명됐고,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수사검사였던 박상옥씨는 지난 5월 대법관이 됐다.

박근혜 정부가 이런 극단적인 편향적인 인물들을 많이 중용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내부의 적을 양성하는 것과 같다. 편협한 이념과 사고를 가진 구시대 공안검사들이 요직에 등용되고 이런 인사들이 과거에 대한 반성이나 피해자에 대한 사과 없이 오히려 승승장구하며 자신을 합리화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음은 지금 우리사회는 1970~80년대 독재시대로 회귀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코리아 매카시스트 고영주, 그는 국민이 퇴출해야 마땅하다.

 

 

김상환(전 양천신문/인천타임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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