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권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

[사진제공=뉴시스]

요새 대한민국은 온통 안심번호가 언론의 지면을 장식하고 있으며 정치권의 여야와 청와대가 계파별로 안심번호 셈법에 골몰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정치권의 "안심번호"셈법보다 안전하고 건강한 나라 만들기가 우선이다.

디지털선거제도에서 개선해야 할 제일 큰 문제점은 안심번호 통제의 주체가 보이지 않는 존재라는 것이다.

보여지는 대다수 피지배층은  J 벤담이 말한대로 파놉티콘의 객체다.  그가 창안한 아이디어는 감옥, 군대, 학교 등과 같은 조직이 인간이란 객체를 잘 관찰할 수 있도록 만든 조직적 메카니즘이며 이를 통해 객체를 효과적으로 통제 규율하여 권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 주변부에 속하여 보여지는 대상을 일컫는 말이다. 이를 잘 운영하면 통제조직내 관리자들이 보여지는 관리 대상자와 함께 양방향으로 서로 통제되고 영향을 미치는 관계라는 점이다.

17세기 말 영국의 공리주의자 제레미 벤담은 “파놉티콘”이라는 거대한 감옥 체계를 설계했다. 파놉티콘(Panopticon)이란 ‘모두’를 의미하는 ‘Pan’과 ‘본다’를 의미하는 ‘Opticon’을 합친 단어로 ‘모든 것을 본다’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감옥은 기존의 감옥들과는 다르게 설계됐는데 중앙의 원형공간에 높은 감시탑을 세우고 이를 항상 어두운 상태로 유지하며 죄수의 방은 이 원형공간을 따라서 배치하되 중앙 감시탑과는 반대로 낮은 곳에 그리고 밝은 상태로 유지시킨다. 이러한 설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시선의 불평등’으로 간수는 원한다면 죄수의 행동을 자유롭게 볼 수 있으나 죄수는 간수가 있는지 없는지조차 자신의 시선을 통해 알 수 없다. ‘무엇인가를 본다’라는 것은 철학적으로 ‘그것을 안다’라는 것과 동일선상에 놓아지며, 즉 본다는 것은 보이는 객체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파놉티콘과 같은 체계 속에서 이러한 시선의 불평등은 정보의 불평등을 의미하게 되며 이는 정보가 집결되는 소수의 권력, 중앙 감시탑으로의 권력이양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체계 속에서 죄수는 이 ‘허구의 시선’, 자신을 보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이 시선을 내면화하게 되고 이를 통해 스스로 규율과 통제를 받아들이며 나아가 스스로를 감시하게 되기 때문에 ‘통제되는 인간’으로 전락하게 된다.

인터넷 정보사회에서는 분산되고 분권화된 네트워크가 서로를 통제하고 있는 형국이라 생각하겠지만 권력의 속성상 한 방향의 시선만이 존재한다. 이는 바로 정보의 독점현상 때문이다.

정보 평등과 권력 평등이 완전히 구현되고 있는가? 안심번호에서 파생될 수 있는 디지털 권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 몇 가지를 제기하고자 한다.

1. 첫째가 정보 격차의 문제다. 이는 컴퓨터와 인터넷 등 디지털 도구를 보유하고 있는 정도와 활용 능력에서의 상대적 차이를 말한다. 스페인의 소설가 세르반테스는 16세기에 이미 이 지구상에는 두 가지 부류의 사람, 즉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밖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표현을 빌리면, 21세기 정보시대에는 정보를 다룰 줄 아는 부자와 정보를 다루지 못하는 빈자밖에 없다는 뜻이다. 빅데이터가 유행인 때에 이 정보 격차가 디지털 도구를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세대와 계층, 그렇지 않은 세대와 계층을 나누고, 디지털 문맹에게는 사회 시스템과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이다.

2. 두 번째 문제점은 정보의 왜곡현상이다. 홍수 때 가장 필요한 것은 마실 물 한 컵이라고 한다. 그렇듯 정보의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 역시 쓸 만한 정보이다. 정부조차 신뢰할수 없는 사회에서 안심번호가 비뚤림 (bias)속성을 가지지 않았다고 누가 검증하겠는가?

우리 사회는 검증되지 않은 입소문•음모론•편집증이 아무런 제재없이 흘러다니고 있다. 이 때문에 네트워크가 매스 미디어(Mass Media)에서 ‘혼란 미디어'(Mess Media)로 이동했다고도 표현한다.

물론 이를 통해 공동체의 어두운 면이 드러나게 되어 투명성을 높이기도 하지만, 왜곡된 정보가 보편화되어 디지털 권력이 왜곡된 의사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나타나는 것이 새로운 문제점으로 대두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잘못된 민간요법이 디지털 네트워크를 타고 모든 구성원에게 전달되어 국민건강이 위협 받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므로 디지털 권력에 의한 의사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사실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검증될 수 있고 존재하는, 믿을 수 있는 정부구축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다.

3. 디지털 권력의 세 번째 문제는 디지털의 특성과 반대되는 ‘집권화된 통제’이다.

디지털화가 앞서 진행된 기업의 경우를 살펴보면 경영정보 시스템의 발전을 통해 모든 관리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면서 의사결정 구조를 분권화하는 듯하지만, 역으로 컴퓨터화된 시스템은 중앙에 위치한 관리자에게 주변의 모든 정보를 집중시켜 중앙의 의사결정을 강화하게 된다. 즉 기능의 분산을 전제로 하는 경영정보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오히려 조직은 분권화에서 재집권화로 바뀌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선거과정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디지털의 일반 속성 중 하나는 강력한 소수를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지금 대한민국 정치상황에서는 보다 다양한 의견과 생각이 토론될 수 있는 디지털 민주주의와 다원성이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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