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30일 경기도 화성 삼성전자 DSR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대한민국 반도체 비전 선포식에 참석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30일 경기도 화성 삼성전자 DSR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대한민국 반도체 비전 선포식에 참석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을 뒷받침하는 공정경제로의 구조 개혁이 지지부진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심지어 공정경제 구현을 위한 재벌개혁을 사실상 포기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

문재인 정부가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대기업 중심의 투자활성화와 규제완화를 추진하는 등 경제정책이 개혁성을 잃고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 초 발표된 경제개혁연구소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부의 재벌개혁 성과에 대한 긍정평가는 50.5%, 부정평가는 17.5%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 1년차 시기였던 지난해 7월 같은 조사에 비해 긍정평가는 13.8%포인트(p) 감소했고, 부정평가는 9.4%p가 올랐다. 재벌개혁에 대한 평가가 급격히 안좋아진 것이다. 

공정경제는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과 더불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제이(J)노믹스'의 3대 축으로 불린다. 그러나 경기침체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정경제의 핵심으로 꼽히는 재벌개혁이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는 비판이 진보 학계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공정경제를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이란 두 바퀴가 굴러가도록 하는 인프라에 비유한 바 있다. 공정경제는 그간 재벌에 집중돼 있던 경제력을 분산시키며 중견·중소기업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재벌 총수일가의 편법적인 지배력 강화, 불투명한 지배구조, 부당 내부거래,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탈취, 단가 후려치기 등 갑질 문제 등의 규율 작업들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재벌개혁에 그 어느 정권때보다 더 강력한 드라이브가 걸릴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실제로 정권 초기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분식 사태 등 굵직한 현안들이 다뤄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로 경제성장률을 비롯해 기업 투자, 일자리 등 각종 경기지표가 하향 곡선을 그리자 향후 재벌개혁 동력이 유지되기가 힘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대기업의 투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으로, 정부 정책 역시 주력 산업 경쟁력 제고나 각종 규제 완화 등 경기부양 대책으로 중심축이 옮겨가고 있는 모습이다.

민주노총과 민주공동행동 등 노동자단체가 지난해 10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재벌개혁 촉구 순회투쟁 기자회견'을 열고 재벌총수 구속처벌 및 비정규직 정규화, 노조 파괴 중단 등을 촉구하고 있다.
민주노총과 민주공동행동 등 노동자단체가 지난해 10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재벌개혁 촉구 순회투쟁 기자회견'을 열고 재벌총수 구속처벌 및 비정규직 정규화, 노조 파괴 중단 등을 촉구하고 있다.

물론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공정경제를 담당하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 이후 '법 집행 강화-재벌의 자발적 개선 유도-법제도 개편'으로 이어지는 정책 기조를 밝혔다. 

이에 공정위는 재벌시책을 담당하는 기업집단국을 신설하고 재벌 총수일가의 사익편취와 부당 일감 몰아주기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최근 총수2세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론 내린 대림을 비롯해 삼성·SK·한화 등 10개 그룹에 대해 직권조사가 진행됐다.

재벌의 지배구조 개선도 성과로 꼽힌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 60곳 가운데 15개 그룹이 구조개편안을 내놨다.

SK와 LG 등은 그간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있었던 계열사의 총수일가 지분을 매각하기에 이르렀다. 순환출자도 대부분 해소돼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현대차를 비롯해 4개 집단만 남은 상황이다.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지침) 도입 등에 따른 재벌에 대한 지배구조 개선 압박도 강해졌다. 한진은 최근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전 회장의 연임안이 부결되는 일도 벌어졌다.

이같은 기조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좀 더 근본적으로 입법을 통한 사전적 규제 장치가 마련돼야 하지만 이 부분에서 성과가 더딘 상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총수일가 전횡을 견제할 전자·집중투표제 의무화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은 물론 사익편취 규제대상 확대,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 등을 담은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 등의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에는 당초 문재인 정부가 대선 당시 공약으로 내세웠던 내용들도 상당수 담겨 있다. 이에 집권 초에 이를 추진하지 못하고 중반까지 넘어가게 된 것은 개혁의 적기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입법이 쉽지 않은 상황을 고려하면 근본적인 경제 체질의 전환, 대기업 의존도 탈피, 재벌 지배구조 개선 등 문재인 정부 초반에 기대했던 것보다 실제 성과가 훨씬 못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