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지속적인 유화적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반응 없자 해법 마련에 골몰하고 있는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잇단 대북 메시지를 발신한 것도 4차 남북 정상회담을 통한 북미 대화 촉진이라는 자신의 구상에 호응하지 않고 있는 북한의 모습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7일 판문점 선언 1주년 기념행사 영상메시지를 통해 기다림을 강조한 것도 이러한 현실적인 고민을 고스란히 반영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새로운 길이기에, 또 다 함께 가야하기에 때로는 천천히 오는 분들을 기다려야 한다"면서 "때로는 만나게 되는 난관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함께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하노이 노딜'에 대한 원심력으로 기존 남북미 대화의 틀을 벗어난 다자협상 체제를 모색하자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새로운 길', '난관'이라는 단어를 선택한 것은 김정은 위원장의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 대한 화답이라는 분석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어떤 난관과 장애가 가로놓여도 민족의 총의가 집약된 북남선언들을 변함없이 고수하고 철저히 리행(이행)해 나가려는 립장(입장)과 자세부터 바로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김정은 위원장이 '하노이 노딜'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는 미국의 대북압박 기조를 난관과 장애로 규정함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이 잠시 숨을 고르고 함께 해법을 모색하자는 유화적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메시지 속에서 민족적 자신감을 가장 먼저 강조한 것은 3·1절 100주년 기념사에서 천명한 '신 한반도 체제'에 대한 구상을 바탕으로 남북이 힘을 합쳐 돌파해나가자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는 평화롭게 살 자격이 있다. 우리는 한반도를 넘어 대륙을 꿈꿀 능력이 있다"며 "우리는 이념에 휘둘리지 않을 만큼 지혜로워졌으며 공감하고 함께해야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한-칠레 정상회담'에서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한-칠레 정상회담'에서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이는 다시 말해 한미 동맹의 이익과 민족의 이익이라는 갈림길에서 하나의 선택을 요구받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주도로 새롭게 한반도 질서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신 한반도 체제'를 대안으로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외세 의존적인 정책을 벗어날 것을 촉구한 김정은 위원장에게 남북 주도로 한반도 주변국의 운명을 결정지을 질서를 새롭게 만들어가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신 한반도 체제'가 긍정적으로 받아질 수 있다.

신 한반도 체제는 '신 베를린 선언'을 확장·발전시킨 새로운 한반도 평화 구상이자, '평화·번영의 통일 한반도'의 청사진을 제시한 국가통치철학이며, 국가비전의 최상위 개념이다. 

지난 100년은 열강들의 침탈, 일제강점, 전쟁과 분단, 냉전으로 이어지는 등 국제질서의 틀 안에서 끊임없이 타자로부터 강요받아온 역사였다. 이에 새로운 100년은 남북이 주도적으로 새롭게 한반도 질서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게 '신 한반도 체제'의 중심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초 3·1절 100주년 기념사 안에 '신 한반도 체제'에 대한 구상을 온전히 담아내려 했다. 다만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에 대한 미국의 반발을 의식해 상당 부분을 들어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4·11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를 통해 완성된 구상을 제시하려 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이 잡히면서 공개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  

이에 '신 한반도 체제'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2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독일 일간지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 기고 글을 통해 자연스레 공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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