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기에 나타난 자본주의로 인해 사람들의 생활은 풍요로워졌다. 그러나 자본가들의 무한 이윤획득에 의해 세계 경제는 불균등하고 불공정해지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강대국의 힘이 거세지면서 각종 모순적 요소가 심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을 알기 위해선 현대 경제의 중요한 쟁점들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그 쟁점들의 핵심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경제학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현상과 논쟁을 우리가 알아야 할까? 몰라도 무방한 것들이 있지만,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이 있다. 경제학 논쟁이 경제 정책으로 이어지고, 그 정책은 보통 누군가에게는 유리하고 누군가에게는 불리할 뿐 아니라 나라의 운명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스트레이트뉴스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른 경제의 주요 요소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본지 선임기자 현재욱의 저작인 「보이지 않는 경제학」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가짜 달러인덱스

“금값, 달러 약세에 4개월 내 최고가.” 한 경제신문 기사의 헤드라인이다. 이 기사에 따르면 2018년 1월 17일(현지 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modity Exchange, COMEX에서 2월물 금값은 전일 대비 온스당 2.10달러 상승한 1339.2달러로 거래를 마쳤고, 이는 2017년 9월 8일 이후 최고가다. ‘2월물’이라 함은 1월 말에 만기가 되는 선물先物, futures 상품이란 뜻이다.

왜 달러가 약세이면 금값이 오를까? ‘달러 약세’라는 말은 달러화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뜻이다. 반대로 ‘달러 강세’는 달러화 가치가 오른다는 뜻이다.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개념이다. 달러 가치가 상승했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다른 통화의 가치가 하락했다는 뜻이다. 때문에 국가 간 통화경쟁을 전쟁에 빗대어 ‘달러화의 전투력’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달러인덱스US Dollar Index란 지표가 있다. 미국 연준이 유로, 영국 파운드, 스위스 프랑, 스웨덴 크로나, 캐나다 달러, 일본 엔화 등 6개 통화와 비교하여 달러화의 평균 가치를 계산한 지표다. 달러인덱스는 1973년 3월을 기준점으로, 그때의 달러 가치를 100포인트로 설정했다.

따라서 달러인덱스 추이를 보면 달러화의 위상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달러인덱스가 100 밑으로 떨어졌다는 것은 달러의 위상이 1973년보다 못하다는 말이고, 그만큼 미국의 경제 사정이 좋지 않다는 뜻이다. [도표 7]을 통해 2008년 미국에 사상 최악의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 달러인덱스가 어땠는지 살펴보자.

역시 하락했다. 하락 정도가 아니라, 그야말로 처참하게 곤두박질쳤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이 정도면 원화 가치가 상승해야 정상이다. 그런데 거꾸로 원화 가치는 폭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폭등했다. 이명박 정부가 의도적인 고환율 정책을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수출 호조에 환호했고, 서민들은 물가 폭등으로 큰 고통을 겪었다.

2008년 3월, 이명박 정부는 52개 주요 생활필수품을 지정해서 물가를 관리하겠다고 발표했다. 경제를 조금이라도 공부한 사람이면 이게 얼마나 엉터리인지 금방 알아챌 것이다. 아궁이에 장작불을계속 지피면서 가마솥의 물이 끓지 않기를 바랄 수 있을까?

52개 생활필수품에는 라면, 빵, 짜장면이 있었는데, 그 원료인 밀가루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64퍼센트 상승했다. 밀가루는 거의 수입에 의존하는 품목이다. 고환율 정책으로 밀가루값이 이미 폭등했는데 어떻게 짜장면값을 억제하겠다는 말인가? 짜장면값 올리지 말라는 것은 중국집 망하라는 이야기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을 속이고 우롱했다.

아무튼 달러인덱스는 달러의 경쟁력을 나타내는 지표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경쟁력을 평가하는 방법이 유로, 파운드, 엔화 등 다른 통화와 비교하는 것이다. 만약 달러와 다른 통화들이 다 같이 망가지면 어떻게 되나? 달러의 경쟁력에는 특별한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마치 저울에 매단 고기의 양을 줄여도 저울추가 가벼워지면 변화가 없어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런 달러인덱스는 신뢰하기 어렵다. 현재 미 연준이 발표하는 달러인덱스는 대중의 눈을 미혹하는 가짜다. 그렇다면 달러의 상태를 정확하게 점검하는 방법이 있을까? 있다. 바로 금이다.

‘금’이라는 거울에 비추면 달러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금값이 달러의 경쟁력을 나타내는 가장 정확한 지표임에도 금값을 달러인덱스로 삼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달러의 실상을 감추고 싶기 때문이다. 감추려는 자는 누구인가? 세상을 도박판으로 만든 달러자 본가들이다. 

※ 이 연재는 스트레이트뉴스가 저자(현재욱)와 출판사(인물과사상사)의 동의로 게재한 글입니다. 무단 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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