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을 고치지 않는 깜짝 1회성 행사는 하지 않으니 못하다

[사진제공=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이 청년희망펀드 깜짝 기부에 이어 사병들에게 특별휴가와 특별간식을 하사(?)하기로 하는 등 20대를 향한 애정공세에 발 벗고 나섰다. 헌데 그 의도와는 달리 방법에 문제점이 많아 이를 집어봤다.

박 대통령은 먼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청년희망펀드를 만들고 대통령 자신부터 2000만원을 기부하고 매달 월급의 20%(약 340만원)를 따로 기부한다고 발표하면서 여당과 사회지도층의 참여를 독려했다. 하지만 청년일자리 확대는 정책을 통한 사회구조 변화를 추구해야 하는 데, 그 본질은 손대지 않고 펀드와 같은 시혜·동냥적 사고로 해결하려는 행태는 극히 위험스러운 인식이다.

지금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펀드를 만들어 교육에 지원하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재벌과 대기업 위주의 정책을 과감히 바꿔 중소기업 활성화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고질적 하청 구조를 개선하고 청년 일자리를 안정시키기 위한 중소기업 지원책에 정부가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 희망펀드가 비록 성공하더라도 갈라진 벽에 덧칠하는 효과만 나타날 것이 뻔하다. 때문에 청년희망펀드는 결국 본질은 외면한 채 푼돈으로 국민의 눈을 속이는 행위일 뿐이다.

연이어 청와대는 ’대통령, 추석 계기 국군장병 격려 예정’이라는 제목의 공지에서 다가오는 추석을 맞이하여 부사관 이하의 모든 국군장병들에게 1박2일의 특별휴가와 별도로 격려카드와 특별간식을 하사할 예정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북한의 비무장지대 지뢰 및 포격도발사건에 단호히 대응한 것에 대한 장병들의 노고와 국가와 국민을 위한 애국심과 충성심을 치하하는 차원에서 이라는 것이다.

임기 중 전방시찰을 단 1회만 방문 했던 박 대통령의 ‘건군 이래 처음’이라는 1박2일의 휴가와 과자 3종 세트의 달콤하고도 파격적인 하사가 병사들과 그 가족에게는 고마운 일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국립국어원은 표준국어대사전에서 ‘하사(下賜)’의 뜻을 ‘임금이 신하에게, 또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물건을 줌’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선물을 받은 쪽이 ‘하사품’ 등의 표현으로 주는 이의 격을 높이는 경우는 최근에도 종종 있었지만, 주는 쪽에서 이 단어를 골라 써 스스로를 높이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의 격은 대통령이 스스로 낮추고 국민 앞에서는 항상 겸허해야 한다는 것을 망각한 언어이다.

그리고 대통령 특별휴가라는 것이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 군인사법 46조에 의하면 군인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휴가를 받으며, 군인복무규율 40조에 의하면 휴가의 허가 범위는 병력의 5분의1 이내로 하고, 허가권자는 각 군 참모총장이다. 대통령이 침모총장에게 요구할 수는 있으나 직접 특별휴가를 실시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장병 전원에게 동시에 휴가를 주는 행위도 관련법 규정에 스스로 정한 대통령령을 위반한 행위이다.

그리고 병사들의 실상을 보면 땀이 차는 군복에 밑창이 갈라지는 군화, 총탄에 뚫리는 방탄복으로 열악한 환경에 노출돼있다. 한여름 사병이 운전하는 전차 안은 50도를 넘는 찜통인데 장교용 전차는 냉방으로 시원하다. 올해부터 사병에게 지급하던 세수·세탁비누, 세제, 치약, 칫솔, 휴지, 면도날, 구두약 보급을 끊고 대신 월급을 5천원 올렸다. 군 PX는 대기업이 운영하면서부터 가격도 높은 편이다. 때문에 앞의 보급품을 다 사려면 2만원도 넘는다. 최근 휴가 때 이용하는 열차할인도 없앴다. 그러니 과자 따위나 먹고 휴가를 다녀온다고 인간의 존엄가치가 총체적으로 저평가된 병영에서 그것이 얼마나 제대로 위안이 되겠는가.

게다가 박 대통령이 추석을 맞아 부사관 이하 모든 국군 장병들에게 전달한다는 격려카드와 특별간식(특식)에 들어가는 돈이 청와대 예산이 아니라 애초 ‘군 소음 피해 배상금’으로 책정돼 있는 예산을 전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에 확인한 결과, 예산은 모두 12억원으로, 그 대부분이 군 소음 피해 배상금으로 책정돼 있는 예산인 것으로 밝혀졌다. 명절마다 국방부가 지급해온 특식과는 별도로 올해 국방부 불용예산(사용하지 않은 예산)을 전용해 대통령 특식과 격려카드를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예산의 불용 처리는 연말에야 가능하므로 현재로서는 불용예산이 있을 수 없다. 다만 사업이 이미 끝났는데 일부 돈이 남았다면 사전에 전용이 가능한 것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국방부가 아직 주민들에게 집행할 가능성이 있는 예산의 일부를 앞당겨 불용 처리로 돌린 뒤 대통령 특식 예산으로 밀어줘 인심을 쓰게 한 꼴이다.

그동안 박 대통령에 대한 20대의 국정지지도는 10%대에 불과했다, 해서 나름대로 청년들과 병사들에게 자애로운 어머니 같은 모습을 연출해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서고 싶은 충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청년일자리든 사병에 대한 관심이든 근본적으로 접근해야지 깜짝 일회성 이벤트로는 오히려 역작용만 불러올 것이다. 벌써 여기저기서 내년 총선용 사탕발림 선심이라는 말이 젊은 층이 주로 이용하는 SNS를 통해 널리 회자되는 것만 봐도 그렇다.

 

김상환 (전 양천신문/인천타임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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