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프라이머리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
「밀실에서 설계된 오픈프라이머리와 프레임 대전의 서막」
「김무성 대표의 두 마리 토끼몰이」
「지역구도 타파를 위한 선의는 김무성 대표의 의중에 없어」

 

찌라시 정권의 하수인들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그리고 정치적 지분 확대를 노리는 박근혜 대통령. 세 사람이 제20대 총선이라는 정치적 콜로세움에 제일 먼저 올랐다.

애초에 오픈프라이머리와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장단점을 위주로 이 칼럼을 쓰려 했다. 그런데 어제 오전,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이 김무성 대표를 두둔한답시고 속내를 드러내는 자충수를 두고 말았다. 일단 그의 말부터 들어보자.

“오픈프라이머리를 갖고 청와대가 어떻다, 친박계가 어떻다, 김무성을 죽인다, 그런 얘기는 언필칭 음모론으로, 보통 말하는 찌라시 정보에 나오는 것이다. 국민들이 다 아시다시피 박근혜 대통령은 공천에 직접 개입하시는 분이 절대 아니다... 공천권을 국민한테 돌려준다는 명제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지 않느냐?”

따로 따로 떼어놓고 보면 ‘찌라시 정보에 대한 무시’와 ‘의도가 모호한 박비어천가’, 그리고 ‘공천권 명분’이 알맞게 버무려진 비빔밥이다. 그러나 뭉쳐놓고 보면 계란 대신 낙동강 오리알이, 고사리 대신 고무줄이, 콩나물 대신 콩가루가 들어 있는 ‘백퍼(100%) 쓰레기’다.

찌라시 정보는 언필칭 음모론이다? 하지만 이를 어째... 김무성 대표의 측근이 겁도 없이 찌라시를 무시하다니. 지난 대선 당시, 김무성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인용하면서 무엇을 근거로 북방한계선NLL 포기 의혹을 제기했었는지 벌써 잊었단 말인가? 찌라시 아니었던가! 김무성 의원이 당시에 국민들 앞에 내놓은 변명은 이랬다.

“작년 선거 당시 하루에도 수십 가지의 각종 찌라시가 난무했다. 그 중 대화록에 관한 일부 문건이 들어와 밑에서 보고서 형태로 문건을 만들어 정리했다. 그 문건이 정문헌 의원이 이미 얘기한 것과 동일했고... 국민들도 알아야 한다는 차원에서 발언했다.”

그는 분명 찌라시에서 본 정보에 대해 ‘국민들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것뿐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세간에 알려진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은 또 어떤가. 세계일보가 정윤회씨를 포함한 ‘십상시’들의 정기모임, 김기춘 비서실장과 이정현 의원을 축출하라는 정씨의 지시, 정씨의 국세청 인사개입 등이 담겨 있는 문건을 공개했을 때를 잊지는 않았겠지.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찌라시에나 나오는 그런 얘기들에 이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은 정말 대한민국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으며, 검찰 역시 “속칭 찌라시 유통의 실상과 그로 인한 폐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박비어천가를 불렀다. 그러나 지난 14일에 진행된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문건 유출 사건’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정윤회 문건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에게까지 보고된 정식 동향자료’라며 스스로 내뱉었던 말을 180도 바꿔버렸다.

찌라시 정보를 국민들이 알아야 한다고 했던 여당 대표와 “찌라시는 뻥이다”라고 했다가 검찰에 의해 체면을 구겨버린 대통령, 그리고 다시 ‘찌라시는 뻥’임을 주장하는 수권 정당 대표의 측근. 상황 따라, 시기 따라, 권력의 향배에 따라 말을 바꾸는 정권이다. 바뀌는 말 따라 사실이 찌라시가 되었다가 찌라시가 사실이 되는 정권이다. 가히 ‘찌라시 정권’이라 할 만하다. 그 하수인들이 판을 치는 오늘이다.

그래서 이참에 ‘국민들도 (찌라시의 내용을) 알아야 한다’는 여당 대표의 충언에 따라 이 칼럼을 각색된 찌라시 형태로 써서 돌직구 한번 제대로 날려보고자 한다.

밀실의 설계

어느 날, 여당의 거물 정치인과 정치공학자가 TV를 보고 있었다.

“SBS 8시 뉴스 첫 소식입니다. 헌법재판소는 선거구 간 인구수 차이를 최대 3배까지 허용한 현행 국회의원 지역선거구제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선거구별 인구 편차를 2 대 1로 조정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거 봐. 저게 무슨 소리야?”
“음... 지역구 선거에서 사표가 많이 나오니까, 그게 한 천만 표쯤 되거든요. 그래서 선거구를 조정해서 그걸 좀 방지해 보자는 얘깁니다.”
“어떻게?”
“헌법재판소가 결정을 내렸으니까,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움직이겠죠, 뭐...”
“어떤 움직임?”
“사표를 방지하는 방법 중에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게 권역별 비례대표제라는 게 있는데요...”

두 사람은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검토한 후에 다가오는 총선에서 야당과 대통령을 동시에 제압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해냈다. 그 방안은 ‘완전국민경선제’라 불리는 것, 바로 오픈프라이머리였다.

“방법은 하나뿐이구먼. 좋아! 오픈프라이머리로 야당도 잡고, 대통령도 잡자고!”

사실, 김무성 대표의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한 사랑은 오래되었다. 그에게는 공천에 관한 나쁜 기억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 출범 직후 치러진 18대 총선에서, 그는 친이계에 의한 친박계 공천 대학살로 인해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지 못했다. 2012년 총선에서는 당내 주류였음에도 ‘다선 배제’ 방침에 의해 공천을 받지 못했다. 당시 그는 이듬해 치러진 재보궐선거를 통해 겨우 여의도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는 오픈프라이머리를 동경했을 수 있고, 또 그만큼 사랑했을 수 있다. 2014년 10월 30일에 열린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보면, 당 대표가 된 이후에도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한 그의 사랑이 전혀 식지 않았음을 읽을 수 있다.

“여야는 국민 앞에 파행 없는 국회를 만든다는 차원에서 정쟁 중단을 선언합시다... 차기 총선에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할 것을 야당에 제안합니다.”

프레임 대전의 서막

2015년 2월이 되자, 중앙선관위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석패율 제도 등의 내용을 담은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을 확정해 국회에 제출했다. 여당 대표의 압력이 있었는지, 유독 권위에 굴종하기를 좋아하는 성향의 중앙선관위 인사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그 의견에는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한 언급도 포함되어 있었다.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 등을 대상으로 오픈프라이머리를 실시하고, 경선일은 선거별로 같은 날 법정화한다... 대선을 제외하고 국회 교섭단체 중 어느 한 정당이라도 참여하면 오픈프라이머리를 실시토록 한다.」

이제 애초에 설계한 대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들고 나올 야당에 맞설 수 있고,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준다’는 명분으로 친박계 및 대통령까지 옭아맴으로써 대권 도전의 기초를 공고히 할 수 있는 정치적 콜로세움이 마련된 셈이었다. 다음 수순은 당연히 올인!

중앙선관위의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은 정치권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섣불리 찬성하기도 반대하기도 어려운 문제라서 여야 모두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비례대표가 100명으로 늘어나면 한 50명쯤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거잖아.”
“하지만 경상도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나오게 됩니다. 지역구도가 사라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비례대표를 늘이면 지역구를 줄여야 하는데, 지역 의원들이 가만히 있을까?”
“표를 얻은 만큼 비례대표를 뽑는 거니까 진보정당한테는 정말로 왔다지.”

설왕설래. 그런데 새정치민주연합과 새누리당의 반응은 정확히 둘로 갈렸다. 당시 문재인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 정개특위는 중앙선관위가 제출한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을 최우선적으로 논의해주기 바란다”며 반긴 반면, 새누리당 지도부는 “향후 정개특위에서 따져볼 문제다”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새누리당은 오래지 않아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대한 거부 및 김무성 대표가 주장한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당론으로 정했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수면 아래에 있던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김무성 대표는 앞으로 벌어질 프레임 대전을 예상하며 잔잔히 미소 짓고 있었지만, 새누리당 지도부 일부 및 청와대가 김무성 대표의 속내를 알아차렸던 것이다. 야당에 이어 여당에서도 자중지란의 징조가 시작되는 출발점이었다.

그러나 이미 칼을 뽑아든 상황, 야당이 친노와 비노로 갈려 문재인 대표를 죽이네 살리네 하는 분열의 와중에 마침내 김무성 대표가 설계한 프레임 대전의 일성이 당 대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장에 울려 퍼졌다.

“내년 총선에서 상향식 공천제를 반드시 성사시키겠습니다... 여야가 같은 날 동시에 오픈프라이머리를 시행하기를 제안합니다.”

화들짝 놀란 새정치민주연합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박영선 의원을 필두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그러나 김무성 대표의 도발이 이미 국민들에게 먹혀든 후였다.

그가 내건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준다’는 명분은 국민들로부터 즉각적인 호응을 얻고 있었다. 돌직구뉴스가 조원씨앤아이와 공동으로 지난 8월 18일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만 봐도 그가 내건 명분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알 수 있다.

그래프에서 보듯,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33.1%에 불과한 반면, 오픈프라이머리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무려 65.4%로 나타났던 것이다. 이는 정국이 지금까지는 김무성 대표 측이 설계한 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의미이다.

화들짝 놀라기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친박계 지도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선전포고로 기선을 제압한 김무성 대표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신중히 검토해보겠다며 시간을 끌다가 지난 8월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치 생명을 걸고 오픈프라이머리를 관철시킬 것이며, 내년 20대 총선에서 반드시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총선과 대선의 프레임을 놓고 야당과 친박계 및 청와대를 동시에 상대하는 프레임 대전의 본격적인 서막을 알렸던 것이다.

차원이 다른 두 프레임, 마구 뒤섞이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우리나라의 정치 지형 전반을 바꿀 수 있는 ‘준개헌’에 해당할 만큼 큰 사안이다. 그러나 오픈프라이머리는 지금까지 숱한 폐해를 드러냈던 정당의 공천제에 국민 경선 개념을 더하는 것일 뿐이다. 이게 좋으니 저게 나쁘니 각자의 이익에 따라 말들이 많지만, 정치 지형 전체를 바꾸는 프레임과 정당의 공천제를 바꾸는 프레임 중에 어떤 것이 더 큰지는 불문가지.

야당이 뒤늦게 두 프레임의 빅딜까지 제안해가며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그렇지 않아도 무슨 소린지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에다가 친노와 비노 간의 밥그릇 싸움에 대한 국민적 혐오까지 더해진 마당이니, 지금으로서는 김무성 대표가 짜놓은 설계에 완전히 휘말려 있는 꼴이라는 인식을 지울 수 없다.

그런데 오픈프라이머리의 단점을 물고 늘어지는 야당은 그렇다 치고, 도대체 여당, 특히 친박계와 청와대는 당 대표가 주장하는 제도를 왜 뜨악한 눈으로 노려보고 있는 것일까?

오픈프라이머리는 정당의 후보를 국민이 직접 선택하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당 지도부와 대통령이 공천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대통령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보자. 어느 대통령이나 임기가 종료된 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정권이 여당에서 야당으로, 또는 야당에서 여당으로 바뀌는 것은 임기 이후의 안정성에 크게 위협이 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를 생각하면 쉽다. 이 계파에서 저 계파로 바뀌는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청와대로서는 임기 말에 접어들수록 여당의 도움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계로서는 당연히 최대한 많은 의석을 자기 사람들로 채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런 상황에, 김무성 대표가 공천권을 빼앗으려 하니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계의 불편한 심기는 다음과 같이 언론에 순차적으로 노출된 바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의 행보

지난 7일 대구를 방문하는 길에 박근혜 대통령은 TK 출신 참모들을 대동했으면서도 지역의 새누리당 의원은 한 사람도 초청하지 않았다. 그러나 며칠 후에 열린 인천시 행사에서는 지역구 의원들과 보란 듯이 동행했다. 이에 대해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박 대통령이 김무성 대표를 올해 내에 축출하기로 뜻을 굳힌 것 같다”는 예상을 내놓았다.

󰌛 청와대 최 측근 중 한 사람인 윤상현 정무특보의 발언

“당 지지율은 40%대인데 김 대표의 지지율은 20%대에 머물고 있어 아쉽다. 야권이 단일 후보를 내면 어렵다... 오픈프라이머리는 야당이 받아들인다는 전제 하에서 짜여진 것이다. 그러나 이론적으로는 가능할지 몰라도 현실적으로는 실현 가능성이 극히 낮다.”

󰌛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의 발언

“김 대표가 정치 생명을 걸고 관철하겠다고 한 오픈프라이머리가 어려움에 봉착했으니, 입장을 분명히 할 때가 왔다.”

󰌛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의 발언

“야당이 이미 20% 전략공천 방침을 확정해 야당과의 동시 도입이 어려워진 만큼 제3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위에 언급된 행보와 발언들의 진의는 누가 보더라도 ‘너, 나가세요’ 또는 ‘인내력이 한계에 봉착했어요’라는 의미이다. 이런 일련의 모습들이 국민들에게 당의 분열이나 당청 간 불협화음의 전주곡으로 비치자,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은 어제 오전 찌라시 음모론을 언급하며 김무성 대표를 두둔, 봉합해 보려는 말을 했던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제위께 물어보자. ‘오픈프라이머리를 갖고 청와대가 어떻고, 친박계가 어떻고, 김무성을 죽이는 게 어떻고’ 하는 작금의 현실이 단순히 찌라시 음모론으로만 보이는가? ‘박근혜 대통령은 공천에 직접 개입하는 분이 절대로 아니’라는 박민식 의원의 말이 이성적으로 믿기는가? 지금 이 순간, 내 마음은 이렇게 소리치고 있다.

“오픈 유어 마인드 프라이머릴리Open your mind primarily!”

김무성 대표의 속내

그렇다면 김무성 대표는 무슨 이유로 자신이 충분히 행사할 수 있는 공천권을 아예 포기하려는 것일까? 정치공학적 설계가 없었다면, 아마 그 역시 예전의 당 대표들이 해왔던 것처럼 그저 공천권을 더 많이 확보하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정치적 생명을 걸 만큼’ 확실한 일정표가 있다. 시간을 정치공학자와의 대화로 되돌려보자.

“오픈프라이머리, 그거 어느 나라에서 하고 있는 거야?”
“미국에서만 하고 있습니다.”
“어떤 후보가 당선되기 쉬운 건데?”
“신인보다는 조직이 강한 후보나 인지도가 높은 후보가 절대적으로 유리합니다. 실제로 보면 미국에서도 현역 의원이 약 90% 정도 이깁니다. 거의 다죠 뭐.”
“흐음... 나한테는 비박계가 다수인 지금이 좋단 말이야. 이번 총선과 대선을 지금 구도로 치르는 게 제일 좋다구. 그러면...?”
“그렇죠. 오픈프라이머리를 하면 지금의 당내 권력 구도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죠. 물론 대표님도 공천권을 행사할 수 없지만, 대통령이나 서청원 최고위원 같은 분들도 공천권을 행사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니까요. 그리고 국민들한테 보여지는 비주얼이 정말 좋아요. 당 대표가 공천권을 내려놓았다, 야아, 김무성, 이거 정말로 국민을 생각하는 사람이로구나! 이런 거, 끝내주지 않습니까?”
“그렇지. 내가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아도 비박계 의원들이 대부분 다시 당선될 거고, 국민들한테 신뢰도 받을 수 있고. 하하하, 이거 꿩 먹고 알 먹고, 도랑 치고 가재 잡기네! 좋았어! 오픈프라이머리로 가는 거야! 정치 생명 한번 걸어보자고!”
“미국도 한번 다녀오시고요.”
“그래, 그래. 좋았어!”

그런데 야당을 생각해보면 의문이 생긴다. 지금의 야당은 문재인 대표를 포함한 친노 세력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오픈프라이머리를 시행한다 해도 현재 구도가 그대로 유지될 테니 문 대표는 거부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무슨 이유로 엉거주춤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것일까?

이유는 두 가지다. 먼저, 친노는 구 민주당 인사들을 몰아내려 하고 있다. 그런데 오픈프라이머리를 실시하면 친노 진영뿐 아니라 구 민주당 진영의 인사들까지 그대로 살아남게 되고, 이는 대권가도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픈프라이머리를 쉽게 받아들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받아도 그리 나쁠 게 없는 상황이니, 되지도 않을 빅딜까지 제안해가며 중간 지점에서 서성이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로, 만약 60%가 넘는 국민이 찬성 의견을 보인 오픈프라이머리를 ‘대놓고’ 배척한다면, 정치개혁의 주도권은 곧바로 김무성 대표에게로 넘어갈 것이며, 그 영향이 총선은 물론 대선까지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잘 아는 김무성 대표. 그가 뽑아든 오픈프라이머리라는 무기는 야당이 받아도 좋고 안 받아도 좋다. 그래서 해만 뜨면 주구장창 오픈프라이머리, 오픈프라이머리 해가면서 야당을 곤경에 빠뜨리려 하고 있는 것이다.

플랜 B? 노우, 플랜 안드로메다!

청와대와 새누리당 내 친박계는 오픈프라이머리를 할 생각이 없다. 그래서 어제부터 ‘현실적으로 오픈프라이머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니 대안을 내놓으라’며 김무성 대표 측을 압박하고 나섰다.

그리고 “오픈프라이머리는 국민에게 공천권을 준다는 의미는 있지만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고 한 김상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장의 발언과 “오픈프라이머리는 내년 총선 공천을 줄 테니 나와 같이 대권 가자는 선언이다. 국민에게 공천권을 주는 게 아니라 실제 결과는 현역에게 재공천을 100% 보장하는 것이다”고 한 조국 혁신위원의 발언을 보더라도, 야당 역시 오픈프라이머리를 전면적으로 도입할 생각이 없다.

청와대와 친박계는 오픈프라이머리 때문에 공천권을 날릴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런데 문재인 대표가 적절히 반대를 해주고 있으니 어부지리를 얻고 있다. 이 점에서 보면 김무성 대표는 청와대와 친박계, 그리고 야당에 ‘공공의 적’이다. 마치 야당과 청와대 및 친박계가 연대를 한 것만 같은 모양새다.

표면적으로는 여당의 ‘당 대표 흔들기 필살기’와 야당의 ‘치열한 접근전’에 김무성 대표가 쪼그라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또한 문재인 대표가 공천권 다툼이라는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오고 있는 반면, 김무성 대표는 오픈프라이머리라는 함정에 스스로 빠져들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 보면 전혀 딴판이다. 아무렴 ‘정치적인 생명’까지 걸고 구상한 설계인데, 그 정도 대책도 없을라고...

새누리당 제1사무부총장이자 국민공천제 TF 팀장을 맡고 있는 홍문표 의원은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80%에 가까운 국민들이 오픈프라이머리를 지지하고 있고, 김무성 대표와 문재인 대표의 회담 제안이 아직 살아 있으므로 최대한 빨리 진행하되, 하다가 안 되면 여당 단독으로라도 할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무성 대표 역시 “새정치민주연합이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고 아직 시간도 있기 때문에 노력을 할 때까지 해보고 도저히 법으로 못하겠다는 결론이 나오면 당내에서 공식기구를 만들어서 다시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일견 여야 영수회담에 기대를 걸고 있는 듯 보이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오산이다. 문제는 시간이고, 김무성 대표 측은 지금까지 시간을 매우 적절히 써왔으며, 앞으로도 십분 활용할 계획이다.

위의 언급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고’라는 말은 ‘당 대 당의 입장에서 시간을 끌겠다’는 말이고, ‘당내에서 공식기구를 만들어서’라는 말은 ‘당 대 당 시간끌기가 끝나면 친박계와 청와대를 상대로 또 시간을 끌겠다’는 의미이다. 그 와중에 김무성 대표가 챙길 것은? 당연히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이다.

오픈프라이머리의 가장 큰 의미는 현역 의원들과 정치 신인들의 공정한 경쟁이다. 따라서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하려면 당협위원장들이 최소한 총선 6개월 전에는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만 공정성을 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번 계산해보자. 내년 4월 13일이 총선일이니, 6개월 전이면 10월 13일이다. 이날은 선거구 획정안이 올라와야 하는 마지노선이다. 그런데 오늘은 벌써 9월 22일이고, 이번 주말부터 10월 4일까지는 온통 빨간날투성이다. 가능할까?

그것보다 더 중요한 정치일정은 ‘선거구 획정안’의 본회의 통과다. 중앙선관위 소속 선거구획정위원회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이미 20대 총선의 지역구 수를 244개~249개소 범위 내에서 결정하기로 발표를 한 상태다. 그리고 11월 13일 이내에 본회의에서 의결되어야 하는 물리적 한계가 설정되어 있다.

그런데 여야 모두 ‘농어촌 및 지방의 국회의원들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여기에서도 오픈프라이머리와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비례대표 수’를 두고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양측을 만족시킬 안은 없기에 반발이 정쟁으로 번지면 선거구획정위는 10일 이내에 다시 획정안을 마련해야 하고, 그렇더라도 본회의에서 연속적인 부결 사태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인데, 당리와 사익에 기초한 논의라는 게 과연 가능할까?

그래서 시간은 김무성 대표의 편이다. 선거구 획정이 11월 13일을 넘기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만약에 그렇게 될 경우 내년 총선 일정이 연기되는 등 파행을 겪을 게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어떻든 선거구 획정안은 부결에 부결을 거친 끝에 11월 13일에 본회의를 통과할 예정이고, 그렇다면 김무성 대표가 노렸던 소기의 성과는 거두게 되는 셈이다. 오픈프라이머리는 물론 권역별 비례대표제 역시 ‘물 건너 저만치’ 가 있을 테니 말이다.

새누리당 내 친박계는 플랜 B를 내놓으라고 연일 다그치고 있다. 하지만 황진하 사무총장이 “최종결정까지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상태에서 플랜 B를 새누리당이 먼저 내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맞서고 있는 이유는, 바로 ‘물 건너 가 있을 두 프레임’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김무성 대표 측의 복안은 플랜 B가 아니라 ‘플랜 안드로메다’이기 때문이다.

20대 총선의 관건은 마케팅과 네거티브

김무성 대표가 일차적으로 노리는 것은 오픈프라이머리의 실질적 구현이 아니다. 권역별 비례대표든 오픈프라이머리든, 중앙선관위가 국회에 제출한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은 말 그대로 의견일 뿐이며, 여야가 합의하지 못하면 20대 총선은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대로 치르면 그만이다. 그가 노리는 것은 바로 이것, 딜레이delay다.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대한 지금의 논쟁은 10년 전인 2005년에 벌어졌던 논쟁과 정확히 일치한다.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지역구도 타파’를 명분으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선거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한나라당은 텃밭을 잃을 게 뻔하다며 반발했다. 이 제도가 지역구도를 타파할 수 있는 파급력이 얼마나 큰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무성 대표가 오픈프라이머리를 들고 나선 이유는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대한 ‘명분 없는 반대’가 더 이상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픈프라이머리에 내포되어 있는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준다’는 명분이 너무나 탐스러웠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오픈프라이머리 홍보에 그렇게 열을 올려왔던 것이다.

결국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한 김무성 대표의 열띤 홍보는 우리 국민들로 하여금 지금의 정쟁을 ‘권역별 비례대표제 vs 오픈프라이머리’의 대결로 인식하게끔 만들었고, 정치권 인사들로 하여금 ‘공천권을 누가 갖느냐 vs 고질적인 지역 구도를 어떻게 타파할 것이냐’는 핀트가 어긋난 싸움으로 인식하게끔 만들어놓았다.

그러나 정작 김무성 대표 자신에게 이 싸움은, 프레임 간의 싸움이 아니라 프레임을 활용한 명분의 축적일 뿐이다. 그에게 오픈프라이머리는 정치개혁이나 국민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자신의 명분을 위한 도구일 뿐이라는 말이다.

이제 프레임 대전의 검투사, 김무성 대표에게 남은 것은,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오픈프라이머리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방어해나가고, 공천권에 대한 청와대와 친박계의 욕심을 있는 힘껏 부각시키는 일뿐이다.

그 작업에 동원되어야 하는 것은 마케팅이다. 그리고 그 마케팅은 총선의 열기가 달아오를 즈음 대번에 네거티브 공세로 전환될 것이다. 국민을 볼모로 한 대권을 향한 욕심이 또다시 우리 국민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여당 대표 김무성, 그는 지역구도 타파를 위한 야당의 집요한 요구를 물리치고 총선 승리를 거머쥘 수 있을까? 검투사 김무성, 그는 과연 정치적 지분 확대를 노리는 청와대와 친박계를 무력화시키면서 차기 대권으로 가는 디딤돌을 놓을 수 있을까?

정치는 생물에 비견되기에 그가 가는 길 중 어느 것도 정해진 것은 없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1,000만 표에 육박하는 민의가 사표가 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을 돌아보고 국론을 끊임없이 분열시켜온 지역구도를 타파해 정치를 발전시키려는 선의가 최소한 수권 정당 대표의 의중에는 없다는 점이다. 이런 지경에 야당은 도대체 무슨 복안을 갖고 있는 것인지...

우리 대한민국은 시나브로 이런 나라가 되고 말았다. 요즘 인터넷에 한창 회자되는 ‘헬조선’과 ‘개한민국’, 그리고 ‘대한망국’이 해보다 먼저 떠오르는 새벽이다.

 

김태현 두마음행복연구소 소장, 인문작가, 강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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