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류장을 1차례 정차하지 않고 지나쳐 승객과 실랑이 벌인 버스 운전기사에게 내린 정직 처분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 14부(부장판사 차행전)는 한국도심공항 주식회사가 "운전기사 A씨에 대한 정직 처분이 부당하다고 인정한 재심 판정을 취소하라"며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정류장에서 정차하지 않고 그대로 통과하고 이에 항의하는 승객과 실랑이를 벌인 것은 버스 운전기사의 준수사항을 위반한 것"이라며 "운송업에 종사하는 서비스 제공자로서 고객에 대한 적절한 응대라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회사의 대외적 신용 및 명예를 손상시키는 행위로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버스 운전기사들 사이에는 다음에 정차할 정류장에 관한 안내방송을 실시했음에도 하차하려는 승객이 하차의사를 표시하지 않는 경우 지정된 정류장이라도 그대로 통과하는 것이 관행적으로 이뤄졌다"며 "A씨도 안내방송을 한 뒤 하차하려는 승객이 있는지 수시로 확인했으나 하차 의사를 표시하는 승객이 없자 정류장을 그대로 통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A씨가 정차하지 않고 정류장을 지나친 것, 이에 항의하는 승객과 실랑이를 벌인 것은 1회에 불과하다"며 "민원이 제기된 것 이외에 다른 재산상, 인명상의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같은 맥락에서 "A씨에 대한 정직 처분은 사회통념상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해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인천공항에서 망우역으로 향하는 버스를 운행하던 중 서울 노원구 공릉역 인근 정류장 인근에서 정차를 안내했다. 하차 벨이 설치돼 있지 않은 버스였기에 A씨는 하차하려는 승객이 없는지 수시로 확인한 뒤 하차의사를 밝힌 승객이 없자 정류장을 지나쳤다.

그러자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 B씨가 A씨에게 정류장에서 정차하지 않은 것을 항의했고 다음 정류장에서 내린 뒤 버스 차량번호를 촬영했다. B씨는 하차한 승객들의 짐을 내리는 A씨와 말다툼을 벌이는 등 실랑이를 벌였고, 다음날 회사 홈페이지에 이같은 상황을 알리며 A씨의 사과를 요구하는 글을 올렸다.

회사는 지난해 11월 인사위원회를 개최해 "버스정류장을 1차례 무정차 통과했고 고객과 실랑이를 벌여 회사 이미지를 손상시켰다"며 A씨에게 정직 2개월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이에 A씨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정직 징계 처분은 부당정직 및 부당 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구제신청을 냈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2월 "징계사유가 있으나 양정이 과하다"라며 A씨의 신청을 받아들였다. 다만 부당노동행위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정했다.

이에 불복한 회사는 지난 3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이 사건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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