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화학・기초의학자 천병수, 힐링 위해 ‘가난으로 돌아가라’
암 억제 유전자・백신에서 한의학적 신호로 연구 범위 확대
동아투위 부친 사망 계기로 간 기능 개선 연구 몰두해
부유층 전유물이었던 힐링, 산업화 통해 대중도 누려야
약초식물 우수성과 암・고령화대책 연계 위한 힐링센터 구상

[스트레이트뉴스=김태현 선임기자] 프랑스 계몽사상가 장 자끄 루소(Jean Jacques Rousseau)는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그보다 한발 더 나아가 “가난으로 돌아가라”는 과학자가 있다. 일본유학 박사 과정 도중 신경세포 생리 기작을 ‘펨토그램(fg, 10의 -15승)’ 단위에서 세계 최초로 규명해 ‘세계 200인 과학자’에 선정되고 노벨 화학상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던 생화학자이자 기초의학자 천병수 박사다.

천병수 박사는 귀국 후 숱한 제자와 박사를 배출했고 암 유전자 연구로 쌓은 데이터와 지식을 토대로 학계에 큰 영향력을 미친 바 있다. 지금은 자연을 통해 불치병 및 난치병 질환을 극복하기 위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는 (사)힐링산업협회와 (주)이즈월드와이드가 양재동 aT센터에서 개최하는 ‘2019힐링페어(4.4~4.7)’의 주관사로써 특집 ‘힐링코리아 365’ 릴레이 인터뷰를 실시하고 있다.

이번 릴레이 인터뷰에는 농림축산식품부, 문화체육관광부, 해양수산부, 보건복지부, 산림청, 농진청 등 힐링 정부 부처를 비롯, 한국관광공사, 마사회 등 유관 기관과 국회 소위 위원장, 국회의원, 그리고 각계 힐링 전문가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지난 23일, 스트레이트뉴스 김덕성 발행인이 농림축산식품부 이개호 장관에 이어 세계 생화학・기초의학 분야 석학 천병수 박사를 만났다.

“힐링은 자연이고 가난”이라는 생화학자 천병수 박사(2019.03.23) ⓒ스트레이트뉴스
“힐링은 자연이고 가난”이라는 생화학자 천병수 박사(2019.03.23) ⓒ스트레이트뉴스

-지금의 대한민국을 이끌어낸 숨어있는 인물을 너무도 모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이력이 화려하시다.

“조금 민망하다. 어...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에 국비유학 중에 화학을 만나서 학부 과정을 다시 공부해 대학원에 진학했다. 일본에서 유학할 때 세계 최초로 나트륨 채널(sodium channel)을 해명했고, 국내 여러 대학을 거쳐 중국 요녕중의약대학으로 넘어가서 중의한의학을 가르쳤고... 거기서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서 퍼시픽 예일대학교 한의학장이랑 스탠톤대학 한의학장을 지냈다. 꽤 돌아다닌 셈이다. 논문은 400편쯤, 전문서적이랑 대학교재, 교양도서 같은 건 50권쯤 썼다.”

-귀국 후에는 어떤 연구를 했나?

“암 억제 유전자 연구를 계속 했다. 유전자 재조합에 의한 백신 연구다. 생화학 신호에 뇌 단백질 구조가 변형되는 것도 연구했고, 새로운 경락 연구처럼 한의학적 신호에 대해서도 연구했다.”

-연구와 가르치는 일 외에 세양의료재단 등 병원 몇 군데 이사장도 역임했다. 또 병원장 업무만 한 게 아니라, 연구 성과를 실제로 상품화하기도 했다고 들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아스파라긴산을 갖고 한국 최초로 숙취 해소제를 개발한 거, 애기똥풀이랑 다양한 한방 약제로 ‘본 어게인 3000(Born Again 3000)’이라는 암 억제 약제를 만들어서 미국 FDA 승인을 받은 거, 두 가지다. 또, 노니라는 열대식물,”

-다이어트에 좋다는 그 노니 말인가?

“그렇다. 다이어트뿐 아니라 면역체계와 체질을 개선하는 데도 좋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너무 비싸서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는데 그걸 일반화시켜서 서민층에 보급한 적이 있다. 간 보호 효능이 좋은 다슬기를 연구해서 상품화하는 걸 이끌었고, 발효 홍국 연구해서 간 기능성 상품 만들었고, 황기 천마로 간 기능성 식품도 개발했고, 아스파라긴산에 미나리 엑기스를 접목해서 간 기능 개선제도 만들었고... 아무튼 우리 서민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힐링법을 고민해왔다.”

-잠깐만, 물리학으로 출발한 전공이 생화학, 임상의학, 또 한의학을 넘나들었고, 연구 방향도 암 억제에서 간 기능 개선으로 확대됐다. 간에 대한 연구를 특히 많이 하신 것 같은데, 무슨 이유라도 있나?

“아버님이 기자셨다. 동아투위 사건. 그때 기자들은 기사만 쓴 게 아니라 민주화운동도 하고 그러면서 가뜩이나 없는 돈에 술 담배를 엄청 하셨다. 나중에는 광주로 내려가서 신문사를 창간하셨는데, 그 신문사가 지금은 많이 커졌다. 그런데 간경화로 좀 오래 투병하다 가셨다. 의학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은 시절이라서 이식도 못하고... 그런 게 맺혀서 ‘간 이야기’라는 책도 쓰고 치유와 관련된 식생활, 식습관에 중점을 둔 자연 힐링요법에 관심을 가졌다.”

-동아투위가 지난 19일로 결성 44주년을 맞았는데, 간경화다 뭐다 해서 10여 명이 이미 사망하신 걸로 안다.

“12명이 넘었을 거다. 동아투위 큰 형님들 중에 아버님처럼 간 때문에 고생하는 그런 분이 계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자 속에 저 스스로를 숨기고 살아온 것도 많이 아쉬웠다. 그래서 90년대인데, UC버클리로 국비 유학 다녀온 후에 동아투위에 매달 어느 정도 돈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간이라는 화두에 붙잡혔던 것 같다.”

동아투위 구성원이던 부친이 간경화 투병 끝에 사망한 것이 암, 고령화와 약초의 우수성에 천착하게 된 동기라고 설명하는 천병수 박사(2019.03.23) ⓒ스트레이트뉴스
동아투위 구성원이던 부친이 간경화 투병 끝에 사망한 것이 암, 고령화와 약초의 우수성에 천착하게 된 동기라고 설명하는 천병수 박사(2019.03.23) ⓒ스트레이트뉴스

-‘간 이야기’라는 책이 나온 이유를 알겠다. 생화학자 천병수에게 힐링(healing)이란 무엇인가?

“힐링은 치유다. 현대 산업사회의 병폐를 인식하고, 육체적, 정신적 건강의 조화를 통해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을 꾸려가려는 새로운 삶의 문화 창조 행위다. 육류 대신 생선과 유기농산물을 즐기고, 단전호흡, 요가, 등산 같은 활동을 통해 마음을 안정시키고, 슬로우푸드(slow food)를 직접 만들어 먹고, 취미생활을 즐기는 것이다.”

-방금 말씀하신 슬로우푸드 운동이 바로 힐링의 원조다. 그게 ‘천천히 살자’는 슬로비족(slow but better working people)과 ‘마음의 안정을 찾자’는 보보스(bobos), ‘행복하게 잘살자’는 웰빙(well-being)을 거쳐서 지금의 힐링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힐링에 대해 유감이 많다고 들었다.

“유감이라기보다 소외로 보는 게 맞다. 힐링 변천사를 보면 용어부터 중상층 이상의 전유물이다. 프롤레타리아가 아니라 부르주아 계층의 활동이었다는 말이다. 대중적이지 않다. 왜 우리 서민들은 힐링에서조차 소외돼야 하나? 돈이 있어야만 힐링 하는 건 아니다. 과학자이기 이전에 농정파 학자로서 그런 현실이 가슴 아팠다. 그래서 주변, 특히 자연에서 힐링 소재를 찾을 수 있는 방법, 누구나 쉽게 힐링하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자연 또는 자연적인 상태와 분리될 수 없는 힐링(자료:mskcc.org) ⓒ스트레이트뉴스
자연 또는 자연적인 상태와 분리될 수 없는 힐링(자료:mskcc.org) ⓒ스트레이트뉴스

-그게 평소에 주장하는 “가난이 힐링”이라는 말과 어떤 관계가 있나?

“가난이 힐링이다. 생활방식의 역전이다. 지금 힐링이라 부르는 활동들을 생각해 보자. 하얀 쌀밥 대신 현미와 잡곡, 보리밥을 먹는다. 육류 대신 생선과 해조류를 먹는다. 과체중을 억제한답시고 간헐적 단식이라는 걸 하고, 흔히 말하는 ‘굶식’도 한다. 자가용 없는 사람처럼 열심히 걷고 뛰고, 또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식품으로 저칼로리 식단을 꾸린다. 대부분 예전에 ‘없이 살았던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이 해왔던 생활방식이다. 배고파 봐라, 편식이 가당키나 한가? 비싼 커피 없을 땐 뭘 마셨나? 보리차, 결명자차, 나뭇잎으로 만든 차를 마시지 않았나. 그래서 힐링은 가난해지는 거다. 산업사회의 병폐를 되돌아보며 다시 가난해지는 삶, 그게 바로 힐링이다.”

-가난이 힐링이라는 말은 ‘흔치 않은 것’이었던 힐링을 ‘일상적인 것’으로 바라보려는 힐링산업 전문가들의 말과 일치한다.

“바로 그거다. 중상류층에서 시작되긴 했지만, 더 이상 그래서는 안 된다.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일상의 가치여야 한다. 그렇다면 당연히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도 누려야 한다. 제가 힐링의 소재를 자연에서 찾는 이유다. 에어로빅도 좋고 골프나 승마, 스쿠버다이빙도 좋다. 그렇지만 욕심 버리고 자연에 안겨서 가슴을 펴고 대지를 바라보는 순간도 좋다.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을 먹고 자연에서 배우는 사람은 스트레스도 두려워한다. 힐링은 자연이고, 또 심신이 가난해지는 삶이다.”

-요즘 연구하는 과제는 무엇인가?

“두 가지다. 최근 몇 년 동안 약초를 이용한 암 발포요법을 연구했는데, 통증패치를 개발했다. 곧 상용화될 예정이다. 또 하나는 얼마 전에 먹는 당뇨병 인슐린이 개발됐지만, 자연에서, 식물에서 당을 떨어뜨리는 약제를 찾아내 시중에 공급하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두 가지 모두 힐링의 답은 자연이라는 생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전직 병원 이사장으로서 힐링과 연관된 일을 할 생각은?

“이미 하고 있다. 아무래도 선생이다 보니 후학들 발전에 신경 써야 한다. 요즘 서울과 천안을 오가면서 자연과학도와 의대생들 지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 약초식물의 우수성을 암과 고령화에 반영할 목적으로 ‘고령화 대책 암 약초식물연구회’라는 사단법인을 발족시켰다. 연구 결과를 암 환우와 치매환우들에게 실제로 적용시키려고 충남 서산 해미 조그마한 야산에 ‘암 치매 호스피스 요양원’이라는 자연치유식 힐링센터와 난치성 치매 힐링요양원을 지으려고 구상 중이다. 이런저런 규제가 너무 많아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다.”

자연치유식 힐링센터인 ‘암 치매 호스피스 요양원’을 구상 중이지만 규제가 만만치 않다며 어려움을 토로하는 ‘고령화 대책 암 약초식물연구회’ 천병수 이사장(2019.03.23) ⓒ스트레이트뉴스
자연치유식 힐링센터인 ‘암 치매 호스피스 요양원’을 구상 중이지만 규제가 만만치 않다며 어려움을 토로하는 ‘고령화 대책 암 약초식물연구회’ 천병수 이사장(2019.03.23) ⓒ스트레이트뉴스

-4월 4일부터 7일까지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2019힐링페어’가 열린다. 힐링페어는 국내에 산재한 각 분야 힐링활동을 한데 묶어 산업화하려는 국내 최초의 시도다. 산약초를 연구하는 생화학자로서 이번 힐링페어에 거는 기대와 의미를 평가한다면?

“지금 같은 세계경제시스템이라면 경제가 발전할수록 개인은 힘들어진다. 발전의 부정적인 대가는 우리 같은 서민들에게 더 크게 다가온다. 누구나 힐링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이지만 힐링 역시 산업화가 불가피하다. 현재 경제시스템이 그렇다. 페어가 이번이 세 번째인가? 아무튼 국내 첫 노력에 큰 박수를 보낸다. 다만, 어줍지 않은 아이템으로 소비자를 기만하거나 떼돈을 벌어보겠다고 나서는 이들은 경계하면서 가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스트레스는 누구도 피해가지 못한다. 스트레스가 쌓일 때, 이를 극복하는 본인만의 힐링 방법이 있는지?

“저는 돈을 쓰고 그러는 게 아니라 자연으로 간다. 산에 올라가서 나무와 가지사이로 비치는 하늘을 실컷 보고, 냄새를 맡고, 적당한 자리를 찾아서 명상을 한다. 오르내리는 길에 약초도 캐고. 그냥 자연이 품어주는 대로 즐긴다.”

-대한민국 힐링의 중요성이 증대되는 이 시점에, 과학자로서 강조하고 싶거나 국민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배가 가득 차 있으면 힐링해야 한다. 마음이 가득 차 있어도 힐링해야 한다. 힐링의 아름다운 요소는 주변에 넘쳐난다. 바로 자연이다. 자연으로 돌아가시고, 가난한 삶으로 돌아가시기를 권한다. 저는 생화학자로서, 기초의학자로서, 농정파 학자로서, 자연이 베푸는 식물이나 약초에서 얻을 수 있는 새로운 물질과 이미 얻어진 데이터들을 잘 활용해서 우리 국민들께서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힐링 약품과 힐링 식품 연구를 계속할 생각이다. 힐링의 대중화와 산업화에도 적극 참여하겠다. 지켜봐 주시기 바란다.”
bizlink@straightnews.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