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뉴시스]

새정치 혁신위원회는 7일 국민공천단 도입을 골자로 하는 10차 혁신안을 발표했다.

20대 총선 후보 선출을 안심번호(개인정보 유출 없이 여론조사가 가능한 핸드폰 번호)가 도입될 경우 경선선거인단 구성은 국민공천단을 100%로 하고, 도입되지 않았을 경우 국민공천단 70%, 권리당원 30%로 결정하자는 안을 내놓았다.

당은 발칵 뒤집혔다. 이튿날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강기정, 강동원, 유대운, 유인태 등 범친노계 의원들까지 대거 발언에 나섰으며, 대다수가 '당원의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고 직격했다. 특히 전략홍보본부장을 맡고 있는 안규백 의원은 “주로 당원이 선거운동을 하는데 그 사람들을 배제하고 어떻게 이해를 시킬 수 있겠나”라고 노골적으로 혁신위원회를 비판했다. 역시 범친노계인 이원욱 의원도 "당원을 어떻게 우대할지 고민을 해야지, 왜 당원이 기득권자인가? 혁신안을 보면 당원에 대한 증오가 가득한 것 같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우여곡절 끝에 9일 당무위원회의에서 의결은 됐지만, 원외위원장 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박정 파주(을) 지역위원장은 “당원의 참여를 원천적으로 배제한 혁신안 개정을 요구한다.”는 내용의 반대성명서를 원외위원장 일동 명의로 김상곤 위원장에게 전달하며 혁신위원회를 압박했다. 원외위원장들은 오는 16일 이 혁신안에 대한 마지막 절차인 중앙위원회 의결과정에 참여할 구성원들이다.

이처럼 이번 혁신안은 당원의 핵심 권리인 공직후보자 선출권을 보장할 수 없는 것이 큰 문제인데, 혁신위원회의 기존 논리와 상당히 배치된다. 지난 7월 24일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제안한 여야 동시 오픈프라이머리를 공식 거부한다고 발표했다.

혁신위원회는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하여 △ 기득권 정치구조의 고착화 △ 정당 노선 및 정책에 대한 책임정치 실종 △ 사회적 약자에게 불리 △ 특정 계층만을 대변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18대 대선 때 “국민께 공천권을 돌려드리겠습니다.”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최근 2.8 전당대회에서도 ‘여야 합의를 통한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약속했던 문재인 대표도 같은 날 정의당 심상정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오픈프라이머리 강제는 위헌이며, 정당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랬던 혁신위원회와 문재인 대표가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국민공천단 명문화를 주장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그런데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안심번호 도입 시 권리당원 비율을 별도로 구획하지 않고 국민공천단 100%로 정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변명한다. “저희도 실은 당원이 가질 수 있는 공천권을 상당 정도 부여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생각이 있었음에도 중복 투표를 막을 수가 없어서 경선 선거인단을 국민공천단 100%로 구성할 수밖에 없었다.” “투표는 ARS와 현장투표를 혼합한다.”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김 위원장은 자신의 말에서 이미 명백하게 논리적 모순을 범하고 있다. 국민공천단은 모집할 때 현장투표를 전제로 한다면 중복 투표는 전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혹시라도 권리당원 선거인단으로 참여하게 되어 현장에 나오게 될 경우 신분 확인에 의해 이중으로 국민공천단으로 등재될 수는 없을 것 아닌가? 굳이 ARS 투표를 혼합하기 때문에 이러한 혼란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혁신위원회는 당원을 배제하기 위해서 ARS 투표를 꼭 고집해야만 할까? ARS 투표는 모바일 투표다. 재검표가 불가능하므로 선진국 어디에서도 ‘투표’로는 사용하지 않는다. 더구나 지난 대선에서 부정 개표를 의심하며 수개표를 주장해온 강경파들이 당내 선거에서는 어찌하여 모바일 투표를 기어코 관철하려는지 그 의도를 알 수가 없다.

안심번호가 도입되지 않았을 경우 국민공천단 70%, 권리당원 30% 시행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연초에 원혜영 공천혁신단이 마련한 공천혁신안은 국민참여 60%, 권리당원 40%였는데 특별한 설명 없이 이를 변경하여 권리당원 비율을 축소한 것이다. 더욱이 안심번호가 도입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착신전환 등 금권에 의한 여론조작이 우려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당원 권리 축소는 물론이고 사실상 불법 선거 방조이다.

한편 안규백, 이원욱 의원 말처럼 당원들은 선거운동의 근간이다. 민주통합당은 지난 19대 총선 당시 약 12만명의 권리당원을 보유했다. 지난 2.8 전당대회 때는 이보다 두 배 이상인 25만여명으로 증가했다. 20대 총선 경선선거인단으로 참여할 8월말 현재의 권리당원은 25만명+α이다. 유승희 최고위원의 주장대로 “일부 지역에서 동원으로 이루어진다는 부작용도 있지만 상당수가 당을 지지하고 애정을 가진 분들”이 바로 권리당원들이다. 그래서 승리한 선거에서는 늘 당원이 50% 이상 참여했다. 2002년 노풍이 발화한 국민경선에서 당원 비중은 50%였다. 17대 총선 승리 이후 전국 단위 선거로 유일하게 승리한 2010년 지방선거를 이끈 정세균 대표는 온전히 당원(전국대의원)들이 뽑은 당대표였다. 2011년 성남분당(을) 보궐선거와 강원도지사 및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리 등을 일궈낸 손학규 대표는 당원(전국대의원)들이 70% 참여하여 선출한 당대표였다.

이와 반대로 모바일 투표를 주된 방식으로 선출한 경우에는 대부분 실패했다. 19대 총선을 지휘한 한명숙 대표는 무려 50만명이 참여한 모바일 선거인단이 선출했지만 승리의 영광을 가져오지 못했고, 역시 50만명의 모바일 선거인단의 참여로 뽑은 문재인 후보도 대통령에 선출되지 못했다. 4.29 재보궐선거에서 전패한 문재인 대표의 선출방식 역시 우연하게도 당원(전국대의원)의 직접투표는 45% 참여뿐이었고, 나머지는 권리당원 모바일 투표(30%)와 여론조사(25%)였다.

이번 10차 혁신안은 지금까지 있어온 바대로 당내에서보다 당 외곽에 열광적 지지 세력이 있는 주류 진영에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경험칙으로 보면 한결같은 본선 경쟁력은 오히려 뒤떨어진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 선거에서는 지지자보다 당의 근간인 당원들이 더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혁신위원회는 그동안 공언한대로 정당정치를 통한 책임정치를 실천하기 위해서라도 당원의 공천권을 존중해야 한다. 문재인 대표도 ‘이기는 정당’을 기치로 당권을 잡았다면 이기는 공천의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선거운동에서 당원의 역할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당비를 내고 각종 행사에 참여해온 당원의 의무에 걸맞게 공천할 수 있는 권리도 행사되어야 한다. 권리당원이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도록...

 

최 광 웅

참여정부 인사제도비서관
민주당 조직사무부총장
현 데이터정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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