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뉴시스]

서울고등법원은 교육감 선거에서 고승덕 후보의 미국 영주권 보유 의혹을 제기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당선무효형인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항소심 재판에서 일부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해 벌금 250만원의 선고를 유예하는 판결(선고유예 판결)을 하였다.

재판부는 1차 의혹 제기 부분에 대하여는 "피고인의 행위를 공직선거법이 엄중하게 처벌하고자 했던 무분별한 의혹제기나 일방적인 흑색선전으로 유권자의 판단을 오도하는 행위로 보기는 어렵다"고 하면서 "피고인은 '고 후보가 미국 영주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단정적으로 공표한게 아니라, '의혹을 사고 있다'는 사실을 적시하고 '사실대로 밝히라'고 해명을 요구했다"며 "의혹을 제기할 만한 객관적 사정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를 두고 허위의 사실을 공표한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같은 날 고 후보가 미국 영주권이 없다고 해명했음에도 이튿날 다시 글과 라디오 방송을 통해 '고 후보가 공천 탈락 당시 미국 영주권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점을 2차로 공표한 점에 대해서는 "상대후보의 해명에도 별다른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2차 공표를 한 것은 허위란 점에 대한 미필적 인식과 낙선의 목적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며 원심과 같이 유죄로 판단하면서, 선고유예 선고의 이유로 "피고인의 행위는 공직 적격의 유무를 검증하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는 다수의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하여 검찰 관계자는 "재판부가 선거에 영향을 미친 증거들을 배척해 채증법칙을 위반하고 일부 무죄로 판단한 부분을 상고이유로 삼아 대법원에서 다툴 것"이라고 하고, 보수 언론과 보수단체 등에서 담당 부장판사에 대하여 색깔공세를 하는 등 비난이 거세다.

항소심 판결에 대한 비판 이유 중에는 선거사건에서 무죄를 주장하여 반성하지 않는 피고인에게 선고유예를 선고한 점과 국민참여 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배심원이 만장일치로 유죄로 인정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였는데, 항소심 법관들이 배심원의 의사를 저버린 결과라는 것이다.

먼저, 선고유예의 요건을 따져보면, 형법 제59조 제1항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자격정지 또는 벌금의 형을 선고할 경우에 제51조의 사항을 참작하여 개전의 정상이 현저한 때에는 그 선고를 유예할 수 있다. 단,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받은 전과가 있는 자에 대하여는 예외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전과가 없고, 벌금형을 선고받을 수 있는 조교육감은 형법 제51조, 즉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을 참작하여 개전의 정상(속된 말로 개과천선의 여지)이 현저한 때에는 선거법위반이라도 선고유예를 할 수 있다.

조교육감의 경우, 피해자에 대한 관계(고승덕의 처벌의사), 범행의 동기(자신의 당선)를 제외하고 범인(조희연)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면에서 개전의 정상이 있고, 범행의 수단(의혹 제기 기자회견)과 결과(많은 표 차이) 및 범행 후의 정황(재선거 시 비용, 고승덕의 당선가능성 전무)도 개전이 정상이 현저한 경우로 참작할 충분한 여지가 있다. 이와 같이 개전의 정이란 반드시 범행을 자백하여야 함이 전제가 되는 것은 아니므로 조교육감에 대하여 선고유예를 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다음으로 국민참여 재판과 관련한 비판을 보면, 우리나라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은 배심원의 유, 무죄 평결이나 양형(형량을 정함)에 대한 의견이 법관을 구속하지 않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학계에서도 배심원의 유, 무죄 평결에 대하여 법관이 구속되지 않는 점은 비판을 하고 있지만 배심원의 양형에 구속되지 않는 점에 대한 비판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배심재판이 철저히 보장되고 배심원의 유, 무죄 평결에 판사가 구속되는 미국에서도 배심원이 양형 의견을 제시하는 주는 사형판결을 하는 경우 외에는 몇 개 주에 불과하다. 양형은 법관의 권한임을 그 이유로 하는 것이다. 1심의 법관의 경우도 그러하거늘 항소심 재판부가 1심 배심원의 양형 의견을 따르지 않았다고 비난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또한 미국에서는 1심 무죄판결에 대하여는 검사가 1심 재판의 법률위반 등이 없는 한 항소를 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는 반면에 피고인은 1심 유죄판결에 대하여는 항소가 가능하다. 따라서 항소심은 1심 배심원의 유죄평결과 다른 무죄판결을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 검사가 무죄판결에 대하여 항소가 가능하여 항소심에서 배심원 판단과 달리 유죄선고도 할 수 있음에도 피고인이 유죄판결에 대하여 항소한 2심에서 1심 배심원들의 유죄 평결을 따르지 않았다고 비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항소심 재판부는 올해 6. 12.선고한 다른 선거법위반 사건에서 “정치인에 대한 비판을 모두 형법상의 일반 명예훼손보다 법정형이 높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처벌하는 경우에는 일반 국민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고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면서 무죄를 선고한 바가 있음에도 이번 판결 등을 가지고 색깔공세를 펴는 것은 부당하다.

이번 사건을 떠나서 헌법상 중요한 기본권의 하나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공직선거법의 지나친 엄벌주의는 문제가 있다. 돈 선거 등은 엄격히 처벌하여야하지만 입은 가급적 풀어서 비판의 자유 시장에서 공직후보자가 검증되고 가려져야 할 것이다.

국민주권주의 측면에서도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정치나 선거에 대한 우리나라의 사법 적극주의는 문제가 있다. 국민의 직접적인 위임권력이 아닌 법원이 선거법의 사소한 위반을 가지고 표 차이가 많이 난 선거의 결과를 무효로 하는 것은 국민의 선택권을 무시하는 것으로 국민 주권주의에 반한다. 행정부의 하나인 검찰의 수사로 시작되는 사법의 지나친 선거에 대한 개입은 필연적으로 정치적 중립성에 시비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 이는 사법부의 독립성과 신뢰를 해치게 되어 궁극적으로는 사법부에도 독이 되므로 자제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항소심 판결은 매우 적절한 판결이다.

 

 

정 한 중(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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