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녹색교통운동, 환경운동연합이 예타 면제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3일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녹색교통운동, 환경운동연합이 예타 면제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고우현기자] 지방자치단체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대상 사업이 29일 발표 예정인 가운데, 서울 동부간선도로 확장과 인천~남양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노선 건설 등 사업 규모가 큰 사업이 예타를 면제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예타 면제 관련 브리핑을 열어 대상 사업을 발표한다. 

예타란 사회간접자본(SOC) 등 재정 투입이 예상되는 신규 사업의 경제성 등을 미리 검토해 사업성을 판단하는 절차를 말한다.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재정지원금 300억원 이상인 건설·정보화·국가연구개발사업 등이 예타 대상이다.

예타는 지난 1999년부터 김대중 정부의 의뢰로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이 조사를 시행해왔다. 세금 낭비를 막기 위한 제도이지만 특정 사안의 경우 관련 법률(국가재정법 제38조 제2항 등)에 따라 예타를 면제받을 수 있다. 지역균형발전이나 경제·사회적 상황, 재난 대비용 사업이 이에 해당하며, 국가안보나 남북교류협력 관련 사업도 마찬가지다.

예타 면제 대상에 해당하는 경우 '중앙관서장이 기재부 장관에게 예타 면제 요구서 제출→기재부 장관이 재정사업평가 자문회의 자문을 거쳐 예타 면제 여부 결정→국회 소관 상임위원회가 동의'하는 등의 절차를 밟는다.

정부는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예비타당성 면제 사업을 검토해 왔다.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일환이기도 하다.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 "1분기 중 공공투자 프로젝트 예타 면제 지원 사업을 확정하고 조기에 사업에 착수하겠다"며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광역권 교통·물류 기반 구축, 지역전략산업을 중심으로 선정,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현재 경제성 35~50%, 정책성 25~40%, 지역균형발전 25~35%의 가중치를 반영하던 것을 지역균형발전 평가와 사회적 가치 평가를 강화해 개편하겠다는 계획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이번에 예타를 면제해달라며 각 지방자치단체가 신청한 사업은 총 33건, 61조2518억원 규모다. 서울 동부간선도로 확장(사업비 미정), 인천 GTX-B노선 건설(5조9000억원), 경기 신분당선 광교~수원 호매실구간 연장(1조1646억원), 경남 김천~거제구간 남부내륙철도 건설(5조3000억원) 등의 사업이 대표적이다.

GTX-B 사업은 인근 지역 집값을 들썩이게 하는 등 파장이 커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해관계가 있는 인천·남양주시민들은 "GTX-B 노선 예타를 면제해달라"고 청와대에 국민청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번 예타 면제 후보 중 규모가 가장 큰 사업은 경남 부산 제2 신항 건설(10조원)이다. 작은 사업은 인천 강화~영종구간 평화고속도로 건설(1000억원)이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제출한 예타 면제 사업 후보지.
각 지방자치단체가 제출한 예타 면제 사업 후보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역 공공인프라 사업의 경우 인구가 적어 예타 통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그 지역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사업,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사업이 무엇인지 협의하고 있다"며 지역경제 활력 제고의 수단 중 하나로 예타 면제를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대전을 방문해 "대전의 숙원사업인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예타 면제를 적극 검토하겠다"면서 국가균형발전 차원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앞서 지난 17일에는 울산에서 1조원 규모의 울산외곽순환고속도로를 지목하기도 했다.

지역은 수도권과 달리 인구 부족 등으로 예타를 통과하기 힘들기 때문에 이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다만 무분별한 면제를 막기 위해 광역별로 한 건 정도의 공공인프라 사업을 우선 선정한다는 방침도 세워놓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현재 예타 대상 선정 기준으로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각종 일자리 지표가 부진했던 데 따른 대응책으로 대규모 고용이 발생하는 SOC 사업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대규모 예타 면제 사업 발표를 앞두고 '지역균형발전'과 지방자치단체별로 나눠 먹는 '총선용 토건사업'이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의 이번 예타 면제가 지역 선심성 정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실련은 "문재인 대통령이 '예타 면제 대상을 광역별 1건 정도 선정해야 한다'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는데, 이렇게 되면 20조~42조원의 예산이 소요된다"면서 "이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규모인 20조원보다 더 큰 규모로 내년 총선을 위한 지역 선심성 정책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는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는 공공 사업인데 면밀한 조사 없이 이뤄질 경우 경제성은 물론 지역 발전에도 기여하지 못한 채 세금만 낭비할 수 있다는 것으로, 22조원 넘게 투입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의 폐해와 다를게 없다는 주장이다.

경실련 특히 문재인 정부의 예타 면제 추진에 대해 '총선용 토건사업'이라며 비판의 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다. 이들은 "무분별한 토건사업은 지속적인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혈세낭비를 부추겨 국민경제를 고달프게 한다"면서 "예타면제 사업 중 상당부분이 민자사업을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비싼 요금과 운영비 지원 등으로 앞으로 수십년 간 혈세 낭비와 시민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가사업 특성상 규모가 수천~수조원에 달하고 한 번 시작하면 잘못된 사업이라는 것을 알게 돼도 되돌리기가 불가능하다"며 "토건재벌을 배불리는 나눠먹기식 예타 면제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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