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부는 24일 일본 해상초계기의 근접 위협비행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전날 오후 2시3분께 이어도 서남방 131㎞ 떨어진 공해상에서 정상적인 작전 활동을 펼치던 해군 구축함 대조영함을 향해 일본 P-3 초계기가 540m까지 접근했으며 해수면에서 60~70m 높이로 초저고도 비행을 했다. 국방부 제공=스트레이트뉴스
방부는 24일 일본 해상초계기의 근접 위협비행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전날 오후 2시3분께 이어도 서남방 131㎞ 떨어진 공해상에서 정상적인 작전 활동을 펼치던 해군 구축함 대조영함을 향해 일본 P-3 초계기가 540m까지 접근했으며 해수면에서 60~70m 높이로 초저고도 비행을 했다. 국방부 제공=스트레이트뉴스

[스트레이트뉴스 고우현기자] 정치권에서 한일 간에 벌어지고 있는 초계기 갈등으로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폐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20일 이후 한 달 넘게 계속되고 있는 양국 간 군사적 갈등이 오는 8월 GSOMIA 연장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먼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4일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의 잇단 근접 위협비행과 관련해 GSOMIA 폐기를 공개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해 12월20일 시작된 일본의 초계기 관련 논란은 갈수록 점입가경"이라며 "GSOMIA는 전혀 무용지물"이라고 주장했다.

송 의원은 "한 달 넘게 진행되는 일본 초계기 관련 논란은 GSOMIA에 따라 '일본 초계기가 맞았다는 레이더의 탐지 일시, 방위, 주파수, 전자파 특성 등'을 군사비밀로 지정하고 해당 내용을 우리 정부에 공유하면 쉽게 논란을 종식시킬 수 있다"며 "그런데 왜 일본은 자료를 공유하지 않겠다는 것인가. GSOMIA의 실효성이 근본적으로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해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등을 거치며 한반도 정세는 크게 달라졌다"면서 "GSOMIA 폐기에 대한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외교안보 담당자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했다.

GSOMIA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일 간 2급 이하 군사비밀을 미국을 거치지 않고 공유토록 하는 게 골자다. 1945년 광복 이후 한일 양국이 맺은 첫 군사협정으로 박근혜 정부가 북핵 위협이 고조되던 2016년 11월 23일 체결한 바 있다.

매년 8월을 기한으로 양국이 협상을 통해 갱신 여부를 결정한다. 지난 2년 간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안보 상황을 고려해 갱신이 이뤄졌다. 어느 한쪽이 파기를 원하면 만기 90일 전에 통보해야 하므로 한일 간 군사적 갈등이 계속되면 군 당국이 폐기 여부를 고민할 시간이 많지 않은 실정이다.

서욱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일본 초계기 근접비행 관련 국방부 입장을 브리핑하고 있다. 국방부는 오늘 오후2시3분께 이어도 인근 해상에서 일본 초계기가 우리 해군 함정을 명확하게 식별한 상황임에도 불구, 거리 약 540미터, 고도 약 60~70미터로 저고도 근접위협비행을 했으며 이는 명백한 도발행위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서욱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일본 초계기 근접비행 관련 국방부 입장을 브리핑하고 있다. 국방부는 오늘 오후2시3분께 이어도 인근 해상에서 일본 초계기가 우리 해군 함정을 명확하게 식별한 상황임에도 불구, 거리 약 540미터, 고도 약 60~70미터로 저고도 근접위협비행을 했으며 이는 명백한 도발행위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번 사안을 두고 당장 GSOMIA 폐기를 고려하고 있지는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GSOMIA 폐기 주장에 대해 "아직 결정하기까지 시간이 좀 남아 있다"고 밝혔다.

폐기 검토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면서도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사안들을 충분히 검토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지금 GSOMIA를 폐기하는 수순을 밟지는 않겠지만 일본의 초계기 저공 위협비행을 두고 갈등 관계가 지속될 경우 GSOMIA 폐기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앞당겨질 수도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달리 북한의 핵 위협이 여전히 상존하는 상황에서 일본 초계기 위협비행을 한일 군 당국 간 갈등으로 비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정치권에서 GSOMIA 폐기하자는 주장이 제기된 것과 관련해서는 이번 사안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데 대해 경계심을 보이기도 했다.

정용기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2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여당 일각에서 GSOMIA를 폐기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참 위험하다고 생각된다"며 "외교 현안을 국내 정치에 이용해서는 안 된다. 일본도 마찬가지이다. 한일 양국이 모두 자제해야 된다"고 말했다.

정 정책위의장은 "여당 의원의 GSOMIA 철회 문제, 탈퇴 문제는 정말 심각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한다. 외교는 외교로 풀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GSOMIA를 폐기하자는 주장은 반일 감정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잘못된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초계기 갈등과 관련해 먼저 사실에 대한 조사가 우선돼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우리 측에서 먼저 제3의 기관을 통해 군의 주장을 검증한 뒤, 그 결과를 가지고 일본과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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