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가족의 천박한 역사인식은 친인척 비리보다 더 엄중해야

[사진제공=뉴시스]

12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의 수요집회 중 분신해 현재 위중한 상태인 최현열 옹(81)이 '7천만 동포들에게 고함'이라는 제목으로 손으로 빽빽하게 쓴 성명서에서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친동생 박근령씨의 친일망언에 격노해 분신을 결심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박근령 씨는 '일왕'을 '천황폐하'라고 격상시켜 부르는 등, 반민족적 사관에 찌든 망언을 거침없이 쏟아내 파문을 예고했었다. 박씨는 지난 4일 밤 일본 동영상사이트 <니코니코>의 공개된 100분짜리 인터뷰에서 과거사 문제와 관련, “히로히토 천황폐하께서 애통한 마음으로 ‘통석의 염’이라고 사과의 말씀을 하신 것”이라며 일왕을 ‘천황폐하’로 불렀다.

또한 "일본은 역대 총리와 천황폐하가 계속된 사과를 했는데도 자꾸 사과를 요청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창피한 일"이라며 일본이 과거사 반성을 할 필요가 없다고 거듭 강변했다. 나아가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가 한일국교정상화를 통해 과거사는 협상을 통해 미래를 향한 이웃으로 새롭게 출발한다는 방점을 찍었는데, 이걸 자꾸 이야기한다는 것은 한 번 바람을 피운 남편과 화해한 뒤 계속 (남편을)타박하는 것과 같다."며 일본이 한국을 강점한 35년을 ‘바람피운 것’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러한 박근령 발언은 한마디로 말해 친일적 행보를 넘어 역대급 최고의 숭일발언이라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역사를 제대로 못 배워 식민지 시대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부 사람들의 잘못된 시각을 최악으로 반영하고 있다. 때문에 박근령씨의 망언에 대해 국민 대다수는 심한 충격을 받았으며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최현열 옹(아버지가 독립운동가로 1932년 ‘영암 영보농민 독립만세 시위’에 참여했다가 징역형을 선고 받은 것으로 확인 됨)의 분신도 초래한 것이다.

박근령씨의 행보와 반대로 일본 총리를 지낸 하토야마 유키오는 12일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추모비 앞에서 무릎을 꿇고 독립투사들에게 공개사과 해 눈길을 끌었다. 하토야마 유키오는 광복 70주년 기념 '2015 동아시아평화국제회의' 참석차 한국을 방문 중인데 유관순 열사가 수감됐던 여옥사 8호 감방 등을 비롯해 일제강점기 독립투사들이 투옥돼 고문을 당했던 흔적을 돌아본 후 즉석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이 한국을 식민지 통치하던 시대에 독립운동 그리고 만세운동에 힘쓰신 유관순을 비롯한 많은 분들이 수용돼 고문당했고 가혹한 일이 벌어졌으며 목숨까지 잃었다는 사실을 이 자리에서 떠올리며 진심으로 죄송하고 사죄드린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사과했다.

이어 "전후 70주년의 해를 맞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오는 14일 담화를 내놓는다고 들었다. 발표가 된다면 당연히 일본이 과거 어떤 일을 했는지에 대한 내용이 담겨야 한다. 한국의 식민지 통치, 중국 침략 등이 역사적 사실로서 담겨야 하고 당연히 반성과 사죄의 마음이 담겨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처럼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 등 일본 안에서도 시민들이 나서 과거를 반성하고 자국의 우경화를 비판하며 해외 시민들과 연대를 시도하고 있는 마당에 박근령씨의 망언은 거기에도 찬물을 끼얹은 셈과 다름없다.

하지만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은 동생 박근령씨의 친일 망언과 관련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데 있다. 당사자인 박근령씨 또한 자신의 행위에 대해 아직까지 일말의 반성 기미도 보이지 않으며 자신의 망언을 합리화하고 있다. 오히려 언니인 박 대통령도 자신의 생각과 같을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올해는 해방 7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우리나라는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해 오늘날 친일파 후손들이 정치를 비롯해 한국사회를 친일파가 장악하는 현실이다. 일왕에게 견마지로, 멸사봉공, 혈서로서 충성맹세 등을 했던 일제강점기 군관 학교 출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일행각도 역사에 비켜갈 수 없는 사실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친일을 대물림 받을 것이 아니라면 더 이상 동생의 망국적 친일 행각에 대해 침묵하지 말고 동생을 엄중히 꾸짖고 국민 앞에 무겁게 사과해야 한다. 동생 하나 관리도 못하면서 어떻게 국민을 향해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겠는가. 대통령 가족의 천박한 역사인식은 대통령 친인척 비리보다 더 엄중해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김상환(전 인천타임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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