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불안한 프리랜서·계약직 피해자 많아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미투대구시민행동 등이 지난 4월 30일 오전 대구 중구 동인동 대구시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구시 문화계 내 성폭력 가해자 엄중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미투대구시민행동 등이 지난 4월 30일 오전 대구 중구 동인동 대구시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구시 문화계 내 성폭력 가해자 엄중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여성 60% 가까이가 성희롱 등 성폭력을 직접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동 구성·운영하는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특별조사단'이 온라인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여성응답자 2478명 가운데 과반수 이상인 57.5%(1429명)가 이 같이 응답했다고 19일 밝혔다. 

분야별 응답결과를 살펴보면 연극분야가 52.4%(787명 중 412명)로 가장 높았다. 연예분야가 52.0%(75명 중 39명), 전통예술 42.7%(192명 중 82명), 만화 및 웹툰 42.7%(186명 중 60명), 영화 42.4%(488명 중 207명), 미술 41.6%(707명 중 294명), 음악 33.2%(497명 중 165명), 문학 26.1%(387명 중 101명), 무용 25.3%(170명 중 43명) 순이었다.

고용형태가 불안할수록 피해를 입은 비율은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프리랜서 응답자 2624명 중 1173명, 44.7%가 성폭력을 직접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계약직 34.7%(380명 중 132명), 정규직 27.1%(280명 중 76명)의 순이었다.

피해 유형(복수응답)을 보면 음란한 이야기나 성적 농담을 하는 행위가 28.8%로 가장 많았다. 외모에 대한 성적인 비유를 하거나 평가를 하는 경우는 27.1%를 보였다.

예술 활동과 상관없이 신체 접촉을 하거나 요구하는 행위도 34.7%나 됐다. 가슴·엉덩이 등 특정 신체부위를 만지는 행위가 21.5%, 예술 활동을 이유로 노출 또는 신체접촉을 강요하는 행위도 11.0%에 달했다.

가해자는 대체로 선배예술가(64.9%)이거나 기획자 및 감독(52.5%)인 것으로 조사됐다.

성폭력 피해를 당한 이들의 87.6%는 '그냥 참고 넘어갔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69.5%가 '문제제기를 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활동에 불이익이 우려돼서'라는 응답도 59.5%나 됐다. 2차 피해가 걱정돼 문제제기를 꺼린 것으로 풀이된다.

문화예술계 내에서 성폭력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묻는 질문에는 '성희롱·성폭력을 가볍게 여기는 문화 예술계 특유의 분위기'를 지적하는 응답률이 64.7%로 가장 높았다.

대다수의 문화예술인이 프리랜서나 임시직으로 활동하는 만큼 이들을 성폭력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법과 제도가 미비하다는 목소리도 57.2%를 나타냈다.

문화예술계 성폭력 근절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묻는 질문에는 '프리랜서 또는 임시직으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을 보호할 수 있는 법률 정비'가 68.2%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가해자에 대해 공공기관 채용 제한'이 60.4%였다.

문화예술을 전공하는 대학생이나 대학원생 36.5%도 성폭력을 직접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가해자는 대학 선·후배나 동료(75.5%)이거나 교수(44.2%)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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