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을 싫어 한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
선거철이 되자 ‘무상급식 전면 확대’ 들고 나서
거짓말 당의 거짓말 후보 되지 않으려면 명확한 설명 있어야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보편적으로 시행되는 무상급식은 분명 문제가 있다. 정파적 갈등과 예산 부족을 문제로 갑자기 중단된다면 국민에게 면목이 없는 일이다.”

2014년 11월 10일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태호 당시 최고위원이 무상급식을 두고 한 발언이다. 무상급식을 해서는 안 될 정책이라 생각하는 그의 발언은, 2015년 1월 28일 열린 최고중진회의에서도 이어졌다.

“표를 의식하는 포퓰리즘적 정책이 미래를 망치고 있다. 무상보육, 무상급식, 반값 등록금 같은 포퓰리즘 정책이 발목을 붙잡을 것이다.”

그의 발언은 무시로 나온 발언이 아니다. 2014년 11월 발언은 당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무상급식 지원을 전격 중단할 때 나왔고, 2015년 1월 발언은 홍 지사가 무상급식을 유상급식으로 전환한 시기에 나왔다.

무상급식을 좌파 포퓰리즘으로 인식하는 자유한국당 대표와 도지사 후보 ⓒ스트레이트뉴스
무상급식을 좌파 포퓰리즘으로 인식하는 자유한국당 대표와 도지사 후보 ⓒ스트레이트뉴스

이후 경남도 내 수많은 학부모들은 거리로 뛰쳐나왔다. 유상급식을 무상급식으로 되돌려놓기 위해서였다. 그 과정에 도지사와 교육감의 갈등이 불거졌고, 홍준표 도지사에 대한 주민소환운동이 일어났으며, 학부모들이 형사처벌까지 받는 등 경남도는 이만저만한 고통을 겪은 게 아니다.

김태호 최고위원에게 보편적 무상급식은 분명 좌파의 대중영합주의 공약이었다. 그런데 불과 3년 만에 그랬던 김태호 최고위원의 입에서 180도 다른 말이 튀어나왔다. 이렇게 말이다.

“학생 무상급식은 이념 논리가 아닌 교육적 시각으로 봐야 한다. 사회를 보는 시각도 달라져야 한다. 초・중・고 무상급식을 전면 확대하겠다.”

그동안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기에 이렇듯 바뀐 것일까? 새누리당이 자유한국당으로 옷을 갈아입을 동안, 무상급식에 대한 당론은 바뀐 적이 없다. ‘무상’ 이야기만 나오면 좌파라고 몰아붙인 홍준표 전 도지사는 지금 자유한국당의 대표가 되어 있다. 김태호 전 최고위원도 지금까지 무상급식에 대한 생각이 언제, 왜 바뀌었는지 아무런 설명이 없다.

이런 상황이라면, “돌변한 태도가 당선을 위한 선거용 멘트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심이 강하게 들 수밖에 없다. 조금 더 나가서, “당선 되고 나면 발뺌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정당화 될 수 있다. 무상급식에 관한 한, 자유한국당(구 새누리당)은 거짓말 당이기 때문이다.

2011년, 한나라당(자유한국당의 전전신) 대표에 취임한 홍준표 대표는 무상급식을 ‘좌파복지’, ‘복지포퓰리즘’, ‘세금 급식’이라며 맹비난했다. 그러나 그는 2012년 12월 경남도지사 보궐선거에 나서자마자 ‘무상급식 전면 확대’ 공약을 내걸었다. 하지만 당선된 이후, 2014년에는 무상급식 예산을 대폭 삭감했고, 2015년에는 그마저도 아예 중단해 버렸다. 거짓말 당 대표 출신의 거짓말 약속이었다.

학교급식의 목적은 ‘공짜 밥’이 아니라 ‘학생의 건전한 심신의 발달과 국민식생활개선 기여’다. 허기를 면하려는 게 아니라 급식을 교육의 연장선상에서 보고 있는 것이다. 학교급식법에 나와 있는 대목이다. 당연히 확고한 소신과 재원마련 방안이 있어야 하며, 도와 시・군, 교육청 간의 재원 분담 방안도 제시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6・13지방선거에 경남도지사 후보로 나선 김태호 후보는 무상급식 확대 선언만 했을 뿐,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 2010년 당시 재원 분담 비율이었던 ‘3(도):4(시・군):3(교육청)’으로 돌아갈 것인지, 전국 광역지자체 평균 부담액인 39.9%를 부담할 것인지, 아무런 말이 없다. 그저 “확대하겠다”는 말뿐이다.

당론 변화도 없고, 개인의 생각이 변화되었다는 설명도 징후도 없다. 거짓말 당 홍준표 전 도지사처럼 당선된 후 발뺌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그때 틀린 것을 지금 맞다고 하려면, 왜 맞는지, 어떤 상황 변화로 인해 맞을 수밖에 없는지, 아니면 그때는 잘못 생각했다든지 하는 설명이나 사과가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것은 무상급식 중단으로 큰 고통을 겪은 경남 도민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경남의 도정을 두 차례나 짊어졌던 김태호 후보 아니던가. 지금이라도 기자회견을 열어 고작 3년 만에 생각이 180도 뒤바뀐 이유를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김태현bizlin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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