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주총서 사내이사 선임절차
승계작업·최대주주 어려움 없을 듯
車전장사업 등 신사업 가속 예고
시장침체 따른 매출저하 등 숙제로

LG그룹의 3세 경영인이었던 구본무 회장이 지난 20일 타계하면서 4세인 구광모 LG전자 상무를 중심으로 한 경영 구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주요 재벌 그룹 가운데 최초로 4세 경영을 펼치는 데다 40세라는 비교적 어린 나이에 경영권을 쥐게 된 만큼 구 상무가 어떤 행보를 이어갈 지 주목된다.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의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의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구 회장의 경영권은 LG가문의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외아들인 구 상무가 물려받는다. LG의 지주사인 (주)LG는 지난 17일 이사회를 열어 구 상무를 사내이사로 추천하고, 다음달 29일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해 이를 확정할 계획이다. 

이는 향후 승계 구도를 준비하기 시작한 것으로, 구 상무는 (주)LG의 지분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그룹 내에서 경험을 쌓으며 후계자로서의 역량을 다지는데 집중해왔다. 주주총회에서 이사로 선임되면 상무는 지주사로 자리를 옮겨 그룹 전반에 대한 의사 결정에 참여한다.

LG그룹은 이에 따라 '포스트 구본무 체제'로의 시스템 전환이 예상된다. 

구 상무를 중심으로 하현회 ㈜LG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등 6명의 전문 경영인이 그를 보필할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전망이다. 

LG는 구본준 현 부회장 중심의 과도기 체제를 거의 두지 않고 구 상무가 경영의 최고 정점에서 6인 부회장의 보좌를 받아 그룹을 이끌어가는 체제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타계한 구 회장을 대신해 사실상 그룹을 총괄한 구 부회장은 당분간 구 상무에게 '조언자' 역할을 한 뒤 그룹 경영에서 손을 떼고 계열 분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안팎의 견해다.

LG그룹에 따르면 구 상무는 오너가이지만 충분한 경영 훈련 과정을 거치는 LG의 인사 원칙과 전통에 따라 지금까지 전략부문에서 또 사업책임자로서 역할을 직접 수행하며 경영역량을 쌓아 왔다. 이에 따라 그룹 전문 경영인들의 보좌를 받아 그룹 경영에 나설 전망이다. 

구 상무는 큰 틀에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며 신성장 사업 발굴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그가 맡은 LG전자의  B2B사업본부의 ID(Information Display)사업부도 디스플레이 산업의 핵심 성장 분야인 사이니지 사업을 주력으로 수행한다. 해당 사업은 전자·디스플레이·ICT·소재부품 등 주요 사업 부문과 협업한다. 

구 상무는 ID사업부장을 맡은 후 최근까지 미국, 유럽, 중국, 싱가폴 등 글로벌 현장을 누비며 사업 성과 및 경쟁력 확보에 주력했다.

지난 2월에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사이니지 전시회 'ISE 2018'에 참석해 첨단 올레드 기술력을 집약한 '투명 올레드 사이니지' 신제품을 시장에 소개하는 등 사업 현장을 직접 살폈다.

특히 자동차부품(전장) 사업에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전장은 LG그룹의 각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가 크다. LG전자가 1조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해 오스트리아 자동차 조명기업 ZKW를 인수한 것도 자동차 부품 성장을 통한 사업 다각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보편적이다.

구광모 LG전자 상무
구광모 LG전자 상무

이와 함께 구 상무는 인공지능·사물인터넷(IoT)·로봇 등 4차산업 관련 분야에서 적극적인 인수합병(M&A)과 R&D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일찌감치 지주회사 체제를 갖춘 덕에 이번 세대교체로 인한 타격은 낮지만 안팎의 경영 환경은 그리 녹록치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대다수 그룹이 그렇듯 LG그룹도 확실한 캐시카우(Cash cow)가 없는 상태인 만큼 위기감이 감도는 실정이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지주사인 LG의 지난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2조8500억원, 영업이익 6150억원, 지배주주 순이익 5540억원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영업이익은 0.2%, 지배주주 순이익은 26% 뚝 떨어졌다. 시장 전망치인 컨센서스와 비교해도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비교적 저조했다.

그룹 매출도 문제로 제기된다. 현대차투자증권이 LG전자, LG화학,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등 핵심 계열사 10곳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1분기 매출은 37조7000억원으로 전분기(42.9조)와 견줘서는 5조원가량 줄었고 1년 전(38.4조)보다는 7000억원 쪼그라들었다.

LG전자 영업이익은 양호했으나, 손자회사인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의 부진이 뼈아팠다. 화학 계열 역시 전년 동기 대비 부진했고, 통신 계열은 회계 기준 변경으로 인해 이익이 다소 감소했다.

특히 LG디스플레이는 '중국발 공급 과잉' 탓에 6년 만에 영업 적자에 빠졌고 LG화학도 전기차 배터리 사업 영역에서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코발트 등 원자재 가격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주력 계열사인 LG전자의 상황이 좋지만은 많다. TV와 가전사업이 프리미엄을 내세워 안정적 수익 구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스마트폰 사업은 3년째 적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미래 신성장 사업으로 삼고 있는 자동차 전장부품은 오스트리아 자동차 조명기업 ZKW 인수로 성장 가능성은 높지만 아직 풀어야할 과제가 많다.

재계와 투자업계 안팎에선 LG그룹이 올해 세대교체와 함께 신성장 동력 확보 목적의 M&A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LG그룹 주요 상장사 합산 현금성자산 보유 규모는 전년 대비 26.5% 증가한 약 6조9000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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