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9억 순감된 3조8317억…2000년 들어 네번째로 적어
정부, 임시국무회의 소집…추경 공고안·배정계획안 의결

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진통 끝에 국회를 통과했지만, 추경의 생명인 '신속성'을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청년실업과 산업 구조조정에 따른 지역경제 위축에 대응하기 위해 추경안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한지 45일 만에 이뤄진 데다, 여야의 이견 속에 총 규모는 정부제출안보다 200억원 가량이 삭감됐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국회는 21일 오전 본회의를 열고 정부 원안보다 219억원 삭감한 3조8317억원 규모의 추경 편성을 최종 확정했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3985억원 감액하고 3766억원을 증액됐다. 정부안에 편성했던 목적예비비 2500억원 중 2000억원을 개별사업으로 전환해 반영했다. 

추경은 정부의 본예산보다 돈이 더 필요할 때 편성하는 예산으로 국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아울러 국가재정법에 규정된 편성 요건에도 부합해야 한다.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 발생, 경기침체·대량실업·남북관계의 변화, 경제협력 등 대내외 여건의 중대한 변화, 법령에 따른 국가 지출 발생·증가 등이 이에 포함된다.

정부는 지난달 5일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의 자녀 세대인 '에코세대'의 노동시장 진입과 산업 구조조정에 따른 지역경제 타격으로 재난 수준의 고용위기가 우려된다며 추경을 편성했다. 지난달 임시국회 회기 안에 추경이 처리해 즉시 집행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6·13 지방선거를 앞둔데다 드루킹 사건(더불어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에 발목 잡혀 국회 처리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예상대로 이낙연 국무총리의 추경안 편성 시정연설은 무산됐고, 경제수장인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를 연이어 찾아가 협조를 구했지만 별 소득이 없었다. 

여야의 갈등은 계속됐고, 본회의를 열어 드루킹 특검법과 추경을 동시 처리하겠다던 합의는 18~19일 두 번이나 연기됐다. 

그 사이 청년 고용은 최악의 상황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10.7%로 동월 기준으로 2017년(11.2%)과 2016년(10.9%)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높았다.  

지역별로 보면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 직격탄을 맞은 전북의 올 1분기(1~3월) 서비스업 생산은 1년 전과 비교할 때 전국 평균 증가폭인 2.6%에 한참 밑도는 0.4% 증가에 불과했다. 서비스업 생산이 줄면서 취업자 수도 9900명 정도 감소했다.

결국 여야 예결위원들은 주말 동안 협의를 재개해 추경안 3조8535억원 중 219억원을 순감하는데 가까스로 합의했다. 총 규모는 3조8317억원이다. 

여야 쟁점인 산업단지 청년근로자 교통비가 488억원 삭감됐다. 1인당 교통비 10만원 지급안을 5만원으로 낮추면서 총액의 절반이 삭감됐다. 

연구개발성과 기업이전 촉진 475억원, 산업은행 출자 300억원, 전기자동차 보급 및 충전 인프라 구축 238억원, 주택구입·전세자금(융자) 1000억원, 중소기업 모태조합 출자 500억원 등도 각각 깍였다. 

이에 반해 기초수급자 의료·양곡 지원 653억원, 노후공공임대주택·방과후 초등돌봄교실 시설개선 410억원, 어린이집 공기청정기 설치 248억원, 어린이집 보조 교사 확충 100억원 등 3766억원을 증액 사업에 편성키로 했다. 

최근 신청이 급증해 예산 조기소진이 예상되는 청년내일 채움공제도 528억원(4만명분) 늘리는데 의견을 모았다. 

자동차부품업체 및 조선기자재업체의 경영위기 극복을 위한 업종전환·판로개척 연구개발(R&D) 지원 580억원, 협력업체 수출 지원 및 자금공급 확대 600억원, 실직자 생계 지원을 위한 희망근로 한시 시행 121억원 등 위기지역의 예산들도 증액됐다.

고용위기지역 및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으로 지정됐거나 추가로 지정을 신청한 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 총액으로 편성했던 목적예비비 중 2000억원은 개별사업으로 전환해 반영했다. 

이처럼 추경이 겨우 통과했으나 정책 당국으로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김 부총리는 평소 "추경은 타이밍이 중요하기 때문에 빨리 통과돼 집행되는 것이 중요하다. 빠를 수록 좋다"고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작년 추경도 국회 문턱을 넘는데 45일이 걸렸다. 문재인 정부로서는 두해 연속 야심차게 추경을 편성했지만 정치권 상황으로 40일 이상 '시간끌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물론 여야 대립이 극단으로 치달아 100일 넘게 추경안이 계류한 사례가 있긴 하다. 

김 부총리는 "이번 추경이 청년 실업 해소와 구조조정 등으로 어려움 겪는 지역의 고용과 경기 회복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추경이 적기 추진돼 계획한 정책 목표을 달성할 수 있도록 만전 기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임시 국무회의를 소집해 추경 공고안 및 배정계획안을 상정·의결한다. 아울러 매월 김용진 기재부 2차관이 주재하는 '재정관리점검회의'를 열어 추경 집행상황을 집중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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