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정부가 탄력근로제 조장하고 있다" 비판
경영계 "충격 최소화 노력···탄력근로제 개선 시급"

정부가 지난 17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개최된 국정현안점검 조정회의에서 '노동시간 단축 현장안착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노동계는 정부가 노동시간 단축을 무력화시키는 탄력근로시간제를 조장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반면 경영계는 이번 대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법 개정으로 인한 현장의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지지했다. 이를 놓고 노동계와 경영계의 대립양상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공무원들과 함께 노동시간 단축 현장안착 지원대책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공무원들과 함께 노동시간 단축 현장안착 지원대책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우선 노동계는 이번 대책이 ‘부실대책’이라며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한국노총은 지난 17일 논평을 통해 "이번 정부 대책은 제도시행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기대에 못 미치고 새로운 것이 전혀 없는 대책"이라며 "기존에 있는 제도지만 지원수준이 낮아 활용도가 낮은 제도를 죽 열거하면서 그 앞에다가 '실노동시간'이란 수식어를 써놓은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한노총은 인건비 지원액과 임금보전 기간 3년 확대 등 세부 내용에 대해서도 "300인 미만 기업이 6개월 이상 노동시간단축을 조기 시행하는 경우와 500인 이하 제조업과 특례제외 업종에 국한된다는 까다로운 조건이 붙어 활용도는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례업종 축소에 따른 사업차질, 버스운행 차질 등으로 교통대란이 우려되자 내놓은 대책이라는 것이 유연근무제와 탄력근로제 활용인데 이는 실 노동시간 단축 효과를 무력화 할 뿐만 아니라, 사측이 가산수당 부담을 줄이는 꼼수로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도 이날 논평을 통해 "정부의 '현장안착 지원 대책'은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온갖 꼼수와 불법, 편법에 대한 실질적 대책이 아니라 행정편의 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특히 실질적 노동시간 단축을 강제해야 할 정부가 특례제외 업종대책과 관련해 노동시간 단축을 무력화하는 탄력근로시간제를 적극 조장하고 지원하는데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민노총은 신규채용과 임금보전 지원 강화 대책에 대해 "기존 제도에 생색내기 지원을 조금 더 한다고 신규채용과 임금보전 신청하는 기업들이 대폭 늘어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민노총은 또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특례제외 업종 특화 지원·관리 대책방안으로 탄력근로시간제를 강조하고 정부차원에서 이를 조장하고 있는 점"이라며 "무제한 장시간 노동이 가능한 특례업종에서 제외시켰더니 탄력근로, 유연근로의 천국 업종으로 만들겠다는 것을 지원 대책으로 발표한 것은 노동자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겠다는 노동시간 단축의 취지와 의미를 무색하게 하는 제도로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경영계는 현장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지 확언은 어렵지만 충격 최소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이날 입장 자료를 통해 "우리나라 장시간 근로는 근로시간의 양으로 임금을 산정하는 임금체계에 근본원인이 있다"며 "따라서 근로시간 단축을 현장에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임금체계 개편이 필요하다. 경영계는 생산성 제고를 통해 근로시간 단축의 충격을 최소화시키는 한편 직무와 성과에 기초한 임금체계 개편에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경총은 이번 대책에 포함된 '탄력적 근로시간제 개선'을 시급히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

경총은 "기업들은 현행법에 규정된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 유연 근로시간제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면서도 "현행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단위기간이 짧고 도입요건이 엄격해 활용이 어려웠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개선이 시급히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장치산업, 조선·건설·방송영화 제작업에서 탄력적 근로시간제 활용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비상시 특수한 상황이 있다면 노사 합의와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거쳐 추가 연장근로를 허용하는 방안도 적극 도입해야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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