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차례 압수수색때 한 점도 발견 안돼
한진 "보태니컬아트 전시장…고가 미술품 없다"

갑질 논란, 밀수·탈세 의혹, 필리핀 가정부 불법 고용 의혹 등 사면초가에 놓여 있는 한진그룹 총수 일가가 ‘고가 미술품 은닉’ 의혹까지 휩싸인 가운데, 한진 측이 "고가의 미술품은 없다"며 해명에 나섰다. 이미 불신과 분노에 휩싸인 여론은 그들의 주장을 믿지 않는 분위기다.

한진그룹 총수 일가 자택 압수수색 당시 고가의 미술 작품이 한 점도 발견되지 않아 '은닉' 의혹이 제기된 데에 대해 한진그룹은 지난 13일 보도 해명자료를 내고 "조양호 회장의 평창동 자택 갤러리는 보태니컬아트 전시장"이라며 "보태니컬 아트의 대중적인 특징상 고가의 미술품이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밀수, 탈세 혐의 입증을 위해 관세청이 그룹을 상대로 세번째 압수수색을 진행한 지난 2일 저녁 서울 평창동 조양호 회장 자택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인천본부세관 관계자들이 압수물품을 차량에 싣고 있다./ 뉴시스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밀수, 탈세 혐의 입증을 위해 관세청이 그룹을 상대로 세번째 압수수색을 진행한 지난 2일 저녁 서울 평창동 조양호 회장 자택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인천본부세관 관계자들이 압수물품을 차량에 싣고 있다./ 뉴시스

그러면서 "(자택 갤러리는) 기타 전시장으로 건축허가를 받은 용도에 적법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태니컬 아트란 식물의 특징이나 아름다움을 세밀하게 그림으로 표현하는 미술 양식이다.

이어 한진그룹은 조 회장의 부인 이명희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일우재단과 관련, "일우재단은 공익재단으로서 정관 상 고가의 미술품 구입이 불가하다"고 설명했다.

또 "일우사진상 작품의 경우 사진상 수상자의 동의하에 기부를 받고 있다"며 "해당 사진들은 서소문 일우재단에서 보관 중"이라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조 회장 부부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거주하는 평창동 자택 중 일부 공간은 주택이 아닌 '기타전시장' 용도로 건축 허가를 받았다.

대지면적 1600㎡(484평)에 지어진 평창동 자택은 지상 2층, 지하 3층으로, 연 면적이 1403㎡(425평)에 달한다. 이중 지상 1층과 지하 2, 3층의 220㎡(67평)는 거주 공간이 아닌 '기타전시장'으로 건축 허가를 받았다. 조 회장 부부는 이 공간을 미술전시실로 활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관세청 인천본부세관이 실시한 조 회장 자택에 대한 두 차례 압수수색에서 고가 미술품을 한 점도 발견하지 못했다. 일각에선 한진그룹 총수 일가가 밀수·탈사 수사에 대비해 문제가 발생할만한 물품을 제3의 장소에 치운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진그룹 총수 일가가 모든 논란과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그룹 계열사 직원들은 2차 집회를 열고 조양호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의 퇴진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항공 직원들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광장에서 2차 촛불집회를 열고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일가(이명희, 조현민 등) 및 경영진 퇴진, 갑질 중단 등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대한항공 직원들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광장에서 2차 촛불집회를 열고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일가(이명희, 조현민 등) 및 경영진 퇴진, 갑질 중단 등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대한항공직원연대는 지난 12일 오후 7시30분 서울 용산구 서울역광장에서 '조양호 일가 및 경영진 퇴진 갑질 스탑(STOP)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대한항공직원연대는 조현민 전 전무의 ‘물벼락 갑질’ 의혹이 불거진 이후 구성된 조직이다.

앞서 이들은 지난 4일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 옆에서 1차 집회를 열었다. 당시 참석자들은 가면 또는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로 조 회장 일가의 퇴진을 요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이날 집회에는 대한항공 직원 외에 진에어 등 계열사 직원들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의 주장에 공감하는 시민들도 일부 동참해 총 400여명이 이번 집회에 참석한 것으로 추산된다.

참석자들은 조 회장 가족을 둘러싼 갑질 논란을 비판하면서 "물러나라 조씨일가 지켜낸다 대한항공" "근로여건 개선하여 인간답게 일좀하자" "조씨 일가 간신배들 물러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집회 말미에는 직원 연대 차원의 입장 발표가 있었다. 구체적인 내용은 재벌 갑질에 대한 직원 보호 법제 마련, 총수 가족에 대한 전방위 수사 촉구, 밀수 의혹 철저 조사, 한진그룹 내부 거래를 통한 총수 가족 사익 추구 규명, 재벌 갑질에 대한 청와대 차원의 개선책 마련 등이다.

이들은 조직화를 통해 향후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면서,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 별도로 다음 집회를 공지하겠다고 했다.

한편, 경찰은 ‘물벼락 갑질’ 의혹과 관련해 조현민 전 전무를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이명희 이사장의 폭행 및 업무방해 혐의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검찰은 조 회장이 아버지인 고 조중훈 전 회장으로부터 해외 재산을 상속 받는 과정에서 500억원대에 이르는 탈세가 이뤄졌다는 의혹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다. 총수 가족 등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조사도 이뤄지고 있다.

관세청은 한진 총수 가족의 관세포탈 및 밀수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관세청은 조 회장 자택과 방화동 전산센터 등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했으며, 참고인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이민특수조사대는 11일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인사 전략실을 압수수색했다. 앞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블라인드에는 총수 가족이 불법으로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고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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