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범 입법정책연구회 상임부회장
홍성범 입법정책연구회 상임부회장

80년간 사실상 무노조 경영을 표방해 전근대적 노사관으로 비난받아오던 재계 1위 삼성전자에 긍정적인 변화의 기운이 감지된다.

삼성전자의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는 17일 전국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 협상을 벌여 협력업체 직원 8천여 명을 직접 고용하고 노조활동도 보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서비스센터에서 사내하청 형태로 근무하는 수리기사 등 협력업체 직원들은 모두 삼성전자서비스의 정규직 직원으로 전환된다. 

문재인 정부가 강력히 추진해온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에 다른 일부 대기업들은 자회사를 설립해 협력업체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던 방식과 달리 본사가 직접 채용하는 것이라 이례적이고 긍정적이다. 

그동안 현대차, SK, LG 등 다른 대기업들은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본사 또는 자회사의 직접고용으로 전환했으나 삼성은 간접고용을 유지해왔다.

대기업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직접 고용은 매우 주목할 만한 것이다. 이번 합의는 처우 개선을 주장해온 노조의 요구를 회사 쪽이 전격적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특히 합법적인 노조활동도 보장하기로 하여 80년간 유지해온 삼성의 '무노조 경영' 기조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삼성그룹에는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 삼성지회(삼성물산), 삼성웰스토리지회, 삼성에스원, 삼성생명,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증권, 삼성SDI 노조 등 8개 노조가 있지만 삼성계열사 또는 자회사의 노조활동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1938년 그룹 창립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 계열사 가운데 노조 규모가 가장 큰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활동 보장은 회사의 견제로 사실상 미미했던 다른 계열사 노조활동에 변화를 주는 것은 물론 삼성의 '무노조 경영' 기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합의의 주체는 자회사 경영진이지만 삼성전자 최고경영진의 의중이 반영됐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경기 수원 삼성전자서비스 본사 / 뉴시스
경기 수원 삼성전자서비스 본사 / 뉴시스

삼성전자서비스 지분의 99.3%를 삼성전자가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승인 없이 자회사가 독자적으로 그런 큰 결정을 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이번 합의의 배경을 검찰의 삼성전자의 '노조와해 공작' 문건에 대한 수사로 보는 분석도 있다. 검찰 수사가 이재용 부회장의 대법원 상고심 재판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부담감에 노조 문제를 서둘러 수습했다는 것이다. 

배경이야 어쨌든 협력업체 직원을 직접 고용하겠다는 삼성전자서비스의 결단이 자회사를 통한 편법적인 고용이 만연한 다른 대기업들로 확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삼성그룹도 노조를 견제해 위축시키려고만 하던 기존의 자세에서 벗어나 합법적인 노조활동을 보장해 노사가 함께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동안 삼성의 ‘무노조 경영’은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반인권적 경영과 다를 바 없었다. 

삼성은 이번 기회에 전 그룹차원에서 전근대적인 ‘무노조 경영’을 포기를 선언하고, 노사상생의 경영에 나서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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