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절박한 호소보다 학원연합회 눈치 보기 급급한 일부 정치인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여당 원대대표가 바뀐 기억이 생생한데, 이번에는 새누리당 지도부가 예정된 국회토론회를 무산시키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 일어나 화제가 되고 있다. 당초 29일 오후 2시, 국회 제2소회의실에서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도종환 의원 공동주최, ‘학원휴일휴무제를 제안한다’는 주제의 국회토론회가 계획되어 있었다. 그러나 뚜렷한 이유 없이 갑작스럽게 무산되었다.

‘쉼이있는교육’ 김진우 공동대표의 말에 의하면, “토론회 준비를 거의 마치고 자료집 최종 편집을 앞둔 지난 금요일 김상민 의원실에서 ‘당 지도부’의 반대로 토론회 개최가 어렵다고 알려왔다”며, 압력을 넣은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사실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원장까지도 토론회 축사를 하기로 돼 있었기 때문에 당 지도부가 누구인지 의문이 들었지만, (김상민 의원실에서) 누군지는 밝히기 어렵다고 하더라“고 운을 뗐다.

대체 어떻게 된 경위인가 되묻자, ”그 배경은 어느 정도 추측이 된다. 학원총연합회 쪽에서 토론회 반대 의사를 전달했다고 하고, 김상민 의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론회 장에서 논의할 것을 제안하면서 토론회를 추진하던 중이었는데, 급작스럽게 토론회가 취소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경우“라며 당혹감과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주말과 휴일도 없이 ‘월화수목금금금’

‘쉼이있는교육’은 과도한 입시경쟁으로 인해 새벽부터 심야까지 살인적인 학습노동에 시달리는 대한민국 다음 세대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쉼과 학습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교육 환경을 마련하자는 연합모임으로, 아이건강국민연대, 한국YMCA전국연맹, 서울YWCA,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청소년과놀이문화연구소, 좋은교사운동, 참교육학부모회 등 현재 8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예정된 국회토론회가 무산되자, ‘쉼이있는교육’은 29일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부모 95%가 찬성하는 학원휴일휴무제 법제화를 조속히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대한민국 학생들의 학습 시간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새벽부터 심야까지 하는 것도 모자라 주말과 휴일도 없이 ‘월화수목금금금’의 고단한 삶을 살고 있다.

성인들도 휴일에는 일을 쉬지만, 학생들의 공부는 쉼을 모른다. 쉼이 없는 공부는 학생들의 건강·정서·관계·창의성을 해치고, 정작 공부 자체를 싫어하게 만드는 매우 큰 손실을 가져오고 있다”고 강조하고, “합리적인 사회라면 이러한 비정상적인 과열 경쟁을 해소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 청소년의 1주일 학습시간은 49.4시간으로 OECD 1위다. 핀란드 학생의 1.7배에 이르는 하루 10시간 이상의 소모적이고 비교육적인 학습 노동에 시달리며 있다. 학생들의 학업 흥미도와 자신감, 행복도, 자기주도학습 능력, 투자시간 대비 효율성 등은 최하위 수준이고, 상·하위 집단 간 학업격차도 가장 크다. 자아효능감은 65개국 중 62위이고, 어린이·청소년의 행복지수는 OECD 23개국 중 4년 연속 최하위이며, OECD 국가 중에 햇볕을 쪼이는 양과 운동량, 수면시간, 모유 수유율 등이 가장 적다.

지식편중의 암기식 교육과 과도한 학습으로 중고교생 중에 17%가 우울증세를 보이고 있고. 청소년 흡연율과 자살증가율 1위은 1위다. 특히 심각한 것은 사회적 상호작용 역량’에선 36개국 중 35위이며 관계지향성’ 영역에서 48.3점을 받아 최저점으로 인도네시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러한 심각한 통계수치로 전제로 ‘쉼이있는교육’은 “학생들에게 공부를 시키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공부와 쉼의 균형을 회복하자는 것이고, 이를 위해 무한 경쟁을 유한 경쟁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마치 선거도 무한 경쟁적 상황이지만 시간이나 비용 등에 일정한 한도를 정해서 과열을 방지하는 것처럼, 현재의 입시도 무한 경쟁적 상황이지만 경쟁의 한도를 정하여 학생들을 과도한 경쟁의 폐해에서 보호하자”고 강조했다.

학원휴일휴무제, 학부모 95% 찬성

28일 발표된 감사원 보고서(학교교육정상화시책 추진실태)에 따르면 실제로 강남의 A학원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밤12시 30분까지 영업을 하다가 적발된 사례가 있고, B학원은 새벽 1시 20분까지 영업을 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쉼이있는교육'도 지난 7월 23일 학원들의 일요일 영업실태 조사결과를 발표했는데, 최근 두 차례 서울지역 학원들을 대상으로 전화조사를 실시한 결과, 조사대상의 36%가 일요일에도 영업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차로 서울시내 25개구별로 학원을 표집하여 조사한 결과와, 2차로 강남구 대치동지역만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가 거의 동일하게 나왔다.

따라서 7월 29일 국회에서, 학원의 휴일영업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학원휴일휴무의 법제화를 제안하는 토론회를 개최하려고 했던 것이다. 토론자로 예정됐던 장은채(고3) 학생도 “학생은 공부하는 기계가 아니”라며 학원휴일휴무제 찬성 의견을 밝혔고, 한 학부모는 “학생들의 고통을 덜어주어야 할 정치인들이 학원들의 로비에 놀아나는 것 같아 한심하다. 어떻게 국회토론회도 못하게 하냐”며 개탄했다.

성명서 낭독 후 8개 단체 회원들은 “정부와 국회는 국민의 고통에 응답하여 학원휴일휴무제 법제화를 즉각 추진하라”,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라 학생들에게 밤에는 잠을 휴일에는 쉼을 보장하라”, “학원은 강사들의 휴식권 보장을 위해 학원휴일휴무제에 적극 동참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끝으로 이들은 "현재 국회 토론회는 무기한 보류되었으나, 학원휴일휴무제에 대한 국민적 지지는 학부모 95%의 찬성률을 보이듯 확고하다"며 “곧 이 목소리는 국회와 정부를 향하여 메아리칠 것이다. 정부와 국회는 이익단체의 눈치를 볼 것이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들의 절실한 고통에 응답하여 쉼이 있는 교육을 위한 학원휴일휴무제 법제화를 조속히 추진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참고로 조희연 교육감도 사교육비 경감과 선행학습의 폐단을 줄이기 위해 '주말 야간 학원교습시간 단축' 과 '학원휴일휴무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교육을바꾸는새힘 대표

제8대 교육의원
김형태 riulkht@hanmail.net

http://cafe.daum.net/riulkht 
<행복한 변화, 새로운 교육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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