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위법한 처분은 무효

[이상호 페이스북]

MBC의 위법한 처분은 무효

MBC 이상호 기자는 대선 직전 SNS상(트위터)에서 지난 2012년 대선 때 MBC가 김정남(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 장남) 인터뷰를 비밀리에 추진하고 있다고 폭로했다가 해고됐다. MBC는 이상호 기자의 SNS 활동과 개인 블로그, 인터넷 방송 출연 등을 문제 삼아, 회사 명예를 훼손하고 취업 규칙을 위반했다는 사유로 해고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지난 9일 이 기자가 MBC를 상대로 낸 해고 무효소송에서 "해고가 절차상 위법하지는 않지만, 사회통념상 타당성을 잃어 징계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처분이어서 무효라고 본 원심 판단은 수긍할 수 있다"고 판결함으로써 해고 무효를 확정했다.

대법원의 판결은 기자의 활동에 대한 법적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이 판결은 MBC의 해고를 위한 절차적 행위에 대하여는 적법성을 인정하였다. 반면에 해고라는 징계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징계사유, 즉 사측이 판단한 이상호 기자의 폭로 행위가 회사의 명예훼손이나 취업규칙 위반에 따른 해고 사유가 될 수 없음을 명시하였다. 더욱이 공영방송으로서 MBC의 부당 해고가 사회통념, 즉 국민 상식으로도 타당성이 결여되었다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공적 신뢰를 저버렸음을 경고하였다. 결국, MBC의 이상호 기자 해고는 불법행위이며, 국민 상식과도 어긋나는 반사회적 행위로 드러났다.

 

공영방송의 제도적 이성(institutional reason) 회복을 위해

대법원의 판단은 MBC가 소속된 힘없는 한 기자에게 얼마나 가혹한 불법적 갑질 행위를 했는지 국민에게 알리는 판결이었다. '사회 통념'을 벗어나 불법을 저지르거나 부도덕한 행위로 인해 상대에게 해를 가하면,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거나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것이 상식이 작동하는 사회의 모습이다.

그런데 MBC의 이상호 기자와 관련된 행태는 공영방송으로서 최소한의 양식조차 갖추지 못한 모습을 보게 된다. MBC는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후 “법원 결정에 따라 후속 인사 조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히고 “사규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강조해 징계 절차 돌입을 기정사실화했다.

이에 대해 이상호 기자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6개월 정직 정도의 중징계를 한번 때린 뒤에, 지방사무소 영업직 쪽으로 돌리지 않을까하는 전망이 사내에서 나오고 있다. 최대한 굴욕적인 상황으로 몰아넣어서 스스로 못 견디고 사표를 쓰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2년 6개월 만에 MBC로 복귀하게 된 이상호 기자에게 기다리는 것은 ‘미안하다’는 사과가 아니라 사측의 편법적인 징계라는 것이다. 불법적 해고로 인해 고통 받은 906일에 대한 어떠한 사과나 보상도 없이 또 다른 징계절차를 운운하는 공영방송 MBC의 행태는 공공 기관으로서 그리고 공영방송으로서의 제도적 이성(institutional reason)을 상실하고, 자폐적 장애(autism)에 걸린 기관의 모습임에 다름 아니다.

공공기관 혹은 국가 권력 기관들이 사회적 역할을 부여 받고, 국민들로부터 권한을 위임받기 위한 전제는 법과 제도에 의한 이성적 정체성(reasonal identity)과 책무(accountability)를 내재화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국가 기관이나 공공 기관이 제도적 이성을 상실했을 때, 이들은 국민을 위협하는 무기가 된다. 또한 특정 권력에 사유화되고, 특정 이익만을 대변하면서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국민을 불행에 빠뜨릴 위험이 있다.

작금의 MBC 행태는 이상호 기자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이성을 상실한 공영방송은 누구에게라도 삶을 위협하는 무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된다. 대법원의 “공영방송의 공정성과 신뢰도 회복은 원고와 피고 모두의 공통 과제”라는 판단은 바로 제도적 이성의 회복, 즉, 이 사건을 통해서 공영방송의 존재 이유를 상호간에 확인하도록 권고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MBC는 자폐적 자기감정과 논리에서 빠져나와 이제 시민들을 바라보아야 할 때가 되었다. 또한 공영 방송으로서 이성적이고 윤리적인 정체성을 찾아야 할 것이다.

 

박 태 순
파리1대학 정치학 박사
성균관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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