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림비 새단장을 위해 힘쓰는 한인들 [사진제공=뉴시스]

많은 미국인들에겐 불꽃놀이와 야외 바비큐를 즐기는 날인 독립기념일에 수고로운 땀을 흘린 재미 한인들이 있다.

지난 4일 해외 최초의 위안부기림비가 있는 뉴저지 팰리세이즈팍(이후 팰팍으로 줄임 표기)에 일단의 한인들이 모였다. 1492그린클럽의 백영현 회장을 비롯, 제이슨 김 팰팍 부시장, 박은림 뉴저지한인회장, 황노현 월남전참전자회 뉴저지지회 전 회장 등이 자리를 빛내주었다.

팰팍 도서관 왼편에 위치한 약 10평 정도의 작은 공간은 미국은 물론,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여성 인권의 상징적 장소이다. 위안부기림비는 2010년 시민참여센터(당시 한인유권자센터)의 고교생 인턴들이 중심이 되어 건립 모금 운동 끝에 세워진 것이다.

당시만 해도 한인사회의 인식은 낮았고 미 주류사회에서는 더욱 무지했다. 일부 한인 정치인마저 '부끄러운 역사를 왜 들추어내냐'고 외면할 정도였다. 당시 한인 고교생들이 힘들게 모은 기금으로 동판과 비석 비용은 마련했지만 장소는 당초 희망한 버겐카운티 정부청사 대신 한인들이 다수 거주하는 팰팍으로 밀려났고, 그것도 대로에서 떨어진 한적한 팰팍 공립도서관 옆으로 결정됐다.

어렵사리 건립은 됐지만 관리하는 이들이 없어 기림비는 황폐화됐다. 그때 나선 주인공이 백영현 회장이다. 페어론에서 화원을 운영하는 그는 볼품없이 방치된 채 담배꽁초 등 쓰레기마저 쌓여가는 기림비 주변에 충격을 받고 그길로 무상 조경에 나섰다.

수천 달러의 사재를 털어 잔디를 깔고 한국산 미스김라일락을 심었다. 흉물스럽게 가린 기림비 앞 나무를 베어내고 그 옆에 위안부 소녀 형상 분재도 심었다. 이후에도 정기적으로 조경을 꾸몄고 자원봉사자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청소도 했다.

일본의 보수 정치인들이 팰팍 시장을 찾아와 기림비 철거를 요구하고, 일본 총영사관이 철거 조건으로 타운에 투자하겠다는 감언이설이 뉴욕 타임스와 폭스 TV 등에 보도되면서 팰팍의 위안부기림비는 미 전역에 이름을 알리게 됐다.

2012년 이곳을 찾은 이용수, 이옥선 할머니는 기림비를 쓰다듬으며 한서린 울음을 터뜨렸고 한인 사회는 일본 관련 이슈가 터지면 반드시 집결하는 장소가 되었다. 위안부 결의안을 통과시킨 마이크 혼다 의원 등 미 연방 정치인들은 물론, 뉴욕에 오는 한국 정치인들도 반드시 찾는 방문지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1호 기림비가 뉴욕 낫소카운티의 2호 기림비와 캘리포니아 글렌데일의 1호 소녀상 등 미 전역 10곳에 12개의 위안부기림 조형물이 세워지는 원천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비롯 작고 소박한 곳이지만 한인들의 손길은 그만큼 정성스러웠다. 이날 조경을 위해 이강일 팰팍한인회장과 재미월남전참전자회 등도 약간의 지원금을 전달하며 힘을 보탰다.

위안부 소녀 분재에 묶여진 두 개의 매듭은 일본이 참회하는 날, 가해자 후손과 피해자 후손이 함께 풀고 화해하겠다는 상징물이다. 그런 만큼 백영현 회장은 꽃을 통한 한•일 간의 화합도 다지고 있다.

페어론 파크엔 미스김라일락과 함께 일본 라일락 세 그루가 사이좋게 심어져 있다. 파라무스와 테너플라이 타운은 물론, 뉴저지의 센트럴파크로 추진되는 뉴오버팩 파크에도 한국과 일본의 라일락이 어우러진 라일락공원이 조성되고 있다.

백영현 회장은 "위안부기림비가 후손들을 위한 역사 교육의 현장이자 한국과 일본의 현 세대가 손을 맞잡고 화합하는 상징물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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