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의 운명이 두 남녀에 달렸다.

한때 그리스가 한 발 물러서는 듯 했지만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또다시 팽팽한 '강(强) 대 강(强)' 구도를 형성하면서 세계는 또다시 바짝 긴장했다.

◇ 치프라스 "국민투표 강행…반대표 던져달라"

1일(현지시각) AP통신 등에 따르면 치프라스 총리는 이날 TV로 생중계된 긴급 대국민 연설을 통해 오는 5일 국민투표를 예정대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치프라스 총리는 이어 "채권단의 구제금융 협상안에 반대표를 던져달라"며 "유럽은 비민주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반대표 행사가 유로존 또는 유럽연합(EU)에서 그리스의 지위를 위험하게 하지 않는다"며 반대 카드를 무기로 채권단과의 협상에 나설 것임을 강조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국민투표에서 찬성표가 더 많을 경우 총리직을 사퇴하겠다는 배수진을 쳐둔 상태다.

치프라스 총리의 이날 발언은 그리스가 국민투표를 철회하고 채권단의 협상안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당초의 예상과 동떨어진 것이었다.

앞서 그리스 언론 등은 뒤늦게 공개된 치프라스 총리의 서한을 근거로 그리스가 한 발 양보했다고 분석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지난달 30일 구제금융 종료 직전 채권단에 보낸 이 서한에서 향후 2년 간 300억 유로를 지원하는 '3차 구제금융'을 요청하며 채권단이 제안한 최종협상안에서 2∼3가지만 수정해주면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그는 ▲ 그리스 본토가 아닌 섬 지역들에 적용되는 판매세 30% 할인 유지 ▲ 67세 연금 수령 시점 2022년까지 연기 ▲ 저소득층 연대보증금 단계적 축소기한 2019년12월까지 연기 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 메르켈 "국민투표 전 추가 협상 없어" 원칙론 강조

그리스의 최대 채권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역시 원칙을 벗어난 협상은 하지 않겠다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메르켈 총리는 1일 베를린에서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와 만난 후 "그리스 국민투표가 실시되기 전에는 추가 지원 협상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그는 "치프라스 총리와의 개인적인 관계가 영향을 받지 않았으며 스스로 결정하는 주권국의 권한을 지지한다"면서도 "다른 국가들도 자국의 입장을 가질 권한을 똑같이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메르켈 총리는 "그리스 국민투표가 끝날 때까지 새로운 구제금융 합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역시 5일 그리스 국민투표 이전에 추가 지원 협상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메르켈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국민투표 자체를 협상 카드로 활용해 협상안 수정을 관철하고자 하는 그리스의 '벼랑 끝 협상' 전술에 응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 '위험한 남자' vs '철의 여제' 누가 이길까

치프라스 총리는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남자'로 불린다. 타고난 승부사다. 협상이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달 말 국민투표 폭탄을 던진 것은 그의 승부사 기질을 잘 드러낸다.

올해 초 만 40세로 그리스 최연소 총리에 오른 그는 2009년 의회에 입성해 사회당 정부를 맹비난하며 시리자를 3년만에 제1 야당의 자리에 올렸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 역시 절대 만만치 않은 인물이다. 메르켈 총리는 '철(鐵)의 여제'로 불릴만큼 강한 리더십과 카리스마를 가졌다. 공산주의 치하의 동독에서 태어나 자란 그는 정공법을 좋아하며,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리스의 최대 채권국 총리인 그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도 불사하겠다며 '군기반장'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치프라스 총리와 메르켈 총리 간의 한 판 승부에서 누가 이기느냐에 따라 유로존의 운명을 뒤바뀔 전망이다. 그리스가 채권단의 구제금융 협상안에 승복하고 긴축에 나서는 대신 유로존에 잔류할 지, 국가부도와 그렉시트(유로존 탈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지를 궁금해 하는 세계의 이목이 이들에게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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