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가 디폴트(채무불이행) 국면에 빠진 가운데 CNN은 그리스 채무 위기 여파에 따른 매우 큰 위험을 다섯 가지 관점에서 30일(현지시간) 분석했다.

그리스는 재정, 정치적 위기로 깊은 소용돌이로 빠져들면서 유로존(유로화 통용 19개국)의 첫 번째 탈락국이 될 수도 있다.

CNN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유럽연합(EU)의 종말은 아닐 것이라면서 유로존에서 그리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단지 2%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그리스 경제는 약 2000억 달러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는 미국의 앨라배마 주(州)보다는 크지만 오리건 주보다는 적은 수치다.

그럼에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심야에도 불구하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EU가 그리스 문제의 해결책을 찾으라는 노력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CNN은 그리스의 운명이 중요한 다섯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우선 첫 번째로 그리스에는 '리먼 사태(Lehman moment)'처럼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내재되어 있다.

그리스는 정부가 막대한 채무를 갚지 못해 사실상 디폴트 '선언'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궁극적으로는 소위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럽연합 탈퇴)' 시나리오로 불리는 유로화를 버려야 하는 길 위에 놓여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구제금융 종료 시점이자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 16억 유로의 채무 상환 만기일인 6월30일을 앞두고, 세계 곳곳의 시장은 이번 주 개장하자마자 지난 주말 그리스발로 전개된 새로운 국면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심하게 출렁였다.

이는 투자자들이 그리스의 자산에 심하게 노출되었기 때문은 아니다. 사실, 그리스 부채의 대부분은 디폴트에 충분히 강력히 대처할 수 있는 다른 정부나 국제기구들이 보유하고 있다.

미국의 일부 헤지펀드는 그리스의 은행들에 투자해 이미 절반 가량 손실이 났지만, 대부분 글로벌 은행들은 그리스의 금융시스템에 상대적으로 덜 위태로운 편이다. 또 지난 29일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국채 수익률은 상승했다.

그러나 그리스 사태로 인해 시장에는 미지의 바다로 항해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존재한다.

'그리스 파산'은 역사에서 가장 큰 규모로 기록될 것이며, 유럽중앙은행과 다른 기관들이 2012년부터 구축해온 금융위기에 대한 방화벽(firewall)을 테스트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투자자들은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금융위기의 정점을 찍었던 2008년을 상기하면서 그리스가 또 다른 '리먼 사태'가 될 것인지 불안 속에 지켜보고 있다.

CNN은 두 번째 이유로, 그리스의 실패가 곧 유럽의 큰 실패나 다름없다고 평가했다.

CNN은 "지금 그리스와 유럽 관리들은 협박에 대한 비난, 굴욕, 배신, 거짓말을 주고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리스의 IMF 채무상환 만기 하루 전날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하룻밤 사이에 유럽은 큰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3년 전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ECB가 유로화를 유지하기 위해 '그것이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약속하면서 "실용적인 측면에서, 영구적인 (EU)분할은 '유로화를 페지할 수 없다'는 유럽의 주장을 망가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의 어떤 나라가 그리스를 따라 경제적으로 깊은 구렁에 빠질 것이라는 상상은 지금으로서는 하기 힘들지만, '그렉시트'가 가시화되면 일부 허약한 유로존 경제는 ECB의 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영구적으로 높은 차입 비용 가격을 지불해야할지도 모른다"고 CNN은 지적했다.

그리스의 운명이 중요한 세 번째 이유는 그리스 국민들에게 더 한 고통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리스 국민들은 이미 엄청난 양의 고통을 받고 있다.

그리스 경제는 25% 하락했고, 젊은 층에서 2명 중 1명은 직장이 없을 만큼 실업률은 기록적인 수준으로 치솟았다. 임금과 연금은 삭감됐고 상점은 문을 닫았다.

"그러나 그리스가 EU를 떠나면 더 나아기기 전에 훨씬 더 악화될 수 있다"고 CNN은 경고했다.

새로운 드라크마(drachma·그리스의 화폐 단위)는 유로화보다 훨씬 가치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유로화 대비 50%의 평가절하를 예상했다고 CNN은 전했다. 이는 곧 수입 가격이 치솟고 물가가 폭등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문에 그리스의 사회적 재앙은 구제금융 프로그램의 초기에서 본 것보다 훨씬 더 할 수 있다고 CNN은 비관했다.

네 번째로, 그리스 사태가 유럽 지역의 '카오스(혼란)'를 불러올 수 있다고 CNN은 지적했다.

남동부 유럽 지역에 위치한 국가의 '실패 리스크'는 다른 나라의 많은 정부들에게 깊은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스는 지중해에서 난민의 유입에 대처하는 유럽 투쟁의 최전선에 위치해 있다. 이민자들은 시리아, 리비아, 다른 곳에서 전쟁을 피해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탈출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6만 여명의 난민이 그리스의 땅을 밟았다.

만약 그리스가 국가 부도를 선언한다면 그리스로 향하던 난민 행렬이 다른 주변국으로 바뀔 수밖에 없어 난민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유럽의 국가들에게는 부담이 더 가중될 수 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그리스의 손실 리스크는 러시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CNN은 분석했다.

그리스는 1952년부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일원일 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상업, 문화, 종교적으로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올해 1월 그리스 총선에서 주도권을 잡은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의 좌파 정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방문하고, 2016년부터 러시아의 가스 파이프 라인을 그리스에 연결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등 양국간 긴밀한 관계를 쌓기 위해 노력했다.

미국과 유럽은 우크라이나 위기 사태의 책임을 물어 여전히 푸틴에게 압력을 가하고 있으며, 러시아와 그리스 사이의 관계가 따뜻해지는 것도 원치 않는다.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그리스가 러시아 침략에 대응하는 나토의 능력을 늦출 수도 있다"고 올해 초 경고했다.

만약 그리스가 유럽연합을 탈퇴하고 유럽을 등지고 러시아에 손을 벌린다면 경제뿐만 아니라 군사적으로도 러시아와 유대 관계가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서방국가들이 염두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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