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이기는 정당’이 가능하려면

 

지난 연초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당대회 과정에서 ‘이기는 정당’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던 문재인 대표와 당권-대권 분리론을 들고 나온 박지원 의원이 아슬아슬하게 충돌했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자신이 당의 얼굴 마담을 맡아야 한다며 열변을 토했던 문재인 대표가 처음 맞이한 4.29 재․보궐선거에서 그는 0 대 4로 완패를 당했다. 문 대표가 필승의 경로로 제시한 전국정당론은 그의 경쟁자인 호남출신 박지원 의원의 확장성을 다분히 의식한 표현이었지만 이 정당 안에서는 10년이 넘도록 스스럼없이 사용하고 있는 용어이다. 과연 문 대표의 지적처럼 이기기 위해서는 전국정당의 실현 여부가 핵심적인 키워드일까?

 

호남당이어서 패배하는가

 

현재 권리당원이라고 부르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당비 내는 당원이 약 25만명인데, 지역적 분포는 56%가 호남권으로 과반이 넘는다. 그리고 30%는 수도권, 7%는 충청권, 나머지는 미미하다. 이는 태생적 한계이며 오랜 전통이기도하다. 또 수도권과 충청·영남권 등에 거주하는 출향 호남인들을 포함하면 70~80%가 호남출신이 권리당원이다. 즉 새정치민주연합은 그 누가 뭐라고 해도 ‘호남당’임이 분명하다.

 

김대중 총재가 1995년 새정치국민회의를 분당하고 이듬해 총선에 나섰을 때, 당선된 그 당의 국회의원 출신지는 64.6%가 호남이었다. 또한 지역분포는 겨우 6개 시도에 그쳤다. 대부분의 호남 당원에 3분의 2에 가까운 호남출신 국회의원, 대표성의 문제는 전혀 없었다. 집권 후 전국정당을 위해 인재를 영입하고 16대 총선에 나서서 충청도와 강원도, 제주도 등지에서 처음으로 의석을 확보하며 호남출신 의원비율이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41% 정도였다. 물론 영남권 5개 시도는 끝내 당선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그런데 17대 열린우리당은 영남 4석을 바탕으로 거의 완벽한 전국정당이 되었고 호남의원 비율이 30.5%로 낮아졌다. 역대 최저치이다. 19대 민주통합당도 영남에서 3석을 차지하며 호남출신 의원비율 30%대(37%)를 유지한다. 지역분포 역시 새누리당보다 많은 13개 시도이다.

 

그렇지만 역대 호남의원 비율 최저치를 보인 열린우리당 승계정당인 대통합민주신당이 대통령선거 사상 530만표라는 최대 참패를 했고, 그 다음으로 낮았던 민주통합당이 완벽한 1 대 구도에서도 108만표 차이로 패했다. 역설적으로 호남의원 비율 64.6%였던 새정치국민회의는 최초의 정권교체에 성공했고, 41%의 새천년민주당도 재집권을 이어갔다.

 

이에 반해 새누리당은 15대 총선 당시 영남 출신 국회의원 비율이 48.9%였고, 재․보궐선거 등을 거쳤어도 지금 현재 46.5%로 거의 변화가 없다. 그들은 집토끼부터 수성하는 전략, 즉 지역적으로 ‘영남당’임을 숨기지 않는 대표성의 문제를 확실히 해결함으로써 국회 과반수 의석과 정권재창출에 매번 성공한다. 새누리당의 경우 노태우, 김영삼, 이명박, 박근혜 등 영남 후보는 100% 승리했으나 비 영남 출신인 이회창 후보는 두 번 다 청와대 입성에 실패했다.

 

물을 떠난 물고기는 살 수 없다

 

열린우리당부터 경선을 통해 선출된 당대표는 모두 9명이다. 열린우리당 때는 정동영 의장이 2회, 그리고 문희상 의원이 당의장을 거쳤고 민주당 시절에는 정세균과 손학규 대표가 선출됐다. 민주통합당에서는 한명숙, 이해찬, 김한길 대표가 차례로 거쳐 갔다. 지난 2.8 전당대회 때는 문재인 의원이 당선됐다. 문재인 대표는 1979년 신민당 전당대회 당시 선출된 김영삼 총재 이후 16년 만에 경선으로 뽑힌 영남출신 제1야당 대표이다.

 

이처럼 김대중 대통령이 정계를 떠난 후,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당대표까지도 ‘양보’라는 이름으로 호남 소외현상이 지속되어왔다. 특히 2008년 7월 선출된 민주당 정세균 대표 이후 호남은 대권은 물론 당권까지도 번번이 좌절되고 있다. 게다가 국회의원 선출은 그저 특정정당 후보를 추인하는 절차로 전락한지 오래다. 마침내 폭발한 것이 지난해 전남 순천곡성에서의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 당선으로 나타났고 이번에도 광주에서 무소속 천정배 의원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로 또다시 폭발했다. 서울의 호남이라고 불리는 관악(을) 보궐선거에서 정태호 새정치치민주연합 후보가 그토록 고전한 것도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최근 광주일보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광주·전남 유권자 2명중 1명은 내년 총선 때 현역 의원을 지지할 의사가 없으며, 특히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찍겠다는 유권자는 4명중 1명에 불과한 것으로 답변했다. 호남 발 야당교체의 바람은 이제 호남선을 타고 북상 중이며 곧 야당 강세지역인 수도권으로 상륙할 태세이다.

 

2004년 총선 당시 열린우리당의 압승 이후 지금의 야당이 거둔 승리는 손에 꼽을 정도이다. 한때는 여당이면서도 40연패를 당했을 지경이었다. 2008년 상반기 기초단체장 재․보궐선거, 2009년 상반기(홍영표 등)․하반기(이찬열 등) 재․보궐선거, 2010년 5회 지방선거, 2011년 상반기(분당 손학규 등) 재․보궐선거, 하반기 서울시장(박원순) 선거 승리 정도를 말할 수 있다. 우연하게도 승리한 이 선거들은 정세균 대표가 이끌거나 집단지도체제였던 손학규 대표 지도부에서 정동영, 정세균, 천정배, 박주선, 조배숙 등 5명의 호남 출신 최고위원들이 맹활약을 하던 시기였다. 바로 지지층(호남)과 호남 리더십의 혼연일체가 만들어낸 승리가 아니고 무엇인가?

 

반면 지난 총선과 대선 패배, 그리고 지난해 지방선거 무승부와 재․보궐선거 참패 및 이번 4.29 재․보궐선거 완패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가장 큰 위기는 리더십의 대표성, 이로 인해 집토끼를 수성하지 못해낸 위기이다. 대표적인 예가 작년 지방선거와 7.30 재보선 당시 대표 및 최고위원, 원내대표 등 선출직 지도부에 호남지역구 국회의원이 아예 한 명도 없었던 사실이 단적이다. 세월호 참사로 선거여건이 야당에게 매우 유리했고, 역대 제1야당으로서는 가장 많은 130석을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엔 지지층의 결집을 이끌어내지 못한 ‘대표성’의 결핍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그래서 전남 순천곡성이 새누리당에 넘어갔고, 선거구 신설 이래 2승 1패로 앞섰던 경기 수원(을)조차 수도권 6개 선거구 중에서 가장 큰 격차로 패배하고 말았던 것이다.

 

지금도 그 현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문재인 대표는 지난 전당대회에서 겨우 3.5% 차이로 당선된 당대표이다. 그것도 당원 투표에서는 박지원 의원에게 뒤지고 국민여론조사에서 앞서서 가까스로 역전승을 거둔 리더십이다. 이는 당원들의 요구가 당대표에게 전일적인 리더십을 부여한 것이 아니라 협치를 요구한다는 의미이지만, 문 대표는 4.29 재보선 패배 이후 당내 분란에 대하여 공식기구를 통한 토론 한 번 응하지 않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또 수석최고위원은 유일한 호남지역구 출신 주승용 의원이었지만, 얼마 전 불미스러운 일로 사퇴를 해버린 상태이다. ‘호남당’의 현실을 대변해줄 리더십이 사실상 공백 상태인 셈이다. 이래서야 지지자들의 마음을 모아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지층을 대표하지 않는 호남당, 물을 떠난 물고기 신세가 아니겠는가? 정말로 새정치민주연합이 승리하고자 한다면, 불가능할뿐더러 허위의식에 가까운 전국정당화에 대한 환상일랑 접고 ‘호남당’임을 깨끗하게 인정하면서 정면으로 승부하라. 그것이 진정 살길이다.

 

최 광 웅

 참여정부 청와대 인사제도비서관
 민주당 조직사무부총장
 현 데이터정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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