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에 출전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열리기 전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으로부터 출전을 포기하라는 외압을 받은 수영 국가대표 박태환(27)이 당시 상황에 대해 "무서웠다"고 입을 열었다.

21일 박태환의 매니지먼트사인 팀GMP에 따르면 박태환은 이날 일본 도쿄에서 취재진과 만나 "(김 전 차관을 만났을 당시) 무섭기도 했다. 선수로서 앞으로 감당할 수 있는 무게와 책임 등에서 무서움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박태환과 김 전 차관의 만남은 지난 19일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알려졌다. 녹취록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은 5월25일 박태환과 팀GMP 관계자들을 만나 "예를 들어 (대한체육회의 반대를 꺾고 올림픽에 나가면) 단국대학이 부담 안가질 것 같아? 기업이 부담 안가질 것 같아?” 등의 협박성 어조로 박태환에게 압력을 행사했다.

태환은 "수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긴장도 많이 됐다. (김 전 차관은)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너무 높으신 분이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그는 "올림픽을 앞둔 상태에서 내가 (금지약물 적발이라는) 안 좋은 일도 있었고, 그에 대한 무게감도 많았다. 올림픽에 출전할 수만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장 컸다"면서 "그 외에는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때 워낙 긴장을 해서 많이 듣고만 있었다"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의 이야기를 듣고 심경변화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흔들림이 조금이라도 있었으면 올림픽을 안 갔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박태환은 "기업 후원이라던지 교수 이야기가 나왔을 때 그것이 귀에 들어오기 보다는 '올림픽 나가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갈 수 있을까'가 생각났다"고 덧붙였다.

김 전 차관의 외압 등 당시 부정적인 분위기들이 올림픽에서의 부진에 영향을 끼쳤느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올림픽은 나라를 대표해 나가는 것이다. 레이스에만 집중하고 최고의 컨디션을 발휘해야만 한다"면서 연관성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다만 박태환은 "정신적으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고 뒤늦게 생각이 들지만 그런 부분으로 인해 내가 못했다는 변명은 하고 싶지는 않다. 어차피 내가 못한 것이다. 많은 국민들이 응원해주셨는데 멋진 레이스를 못 보여드려서 아쉽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5월25일 만남 외에는 김 전 차관을 포함한 다른 고위 관계자들로부터 협박성 발언을 접한 기억이 없다고 밝힌 박태환은 "이런 이야기가 오르내리면 나도 부담이 많이 된다. 선수로서 국민들께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우선"이라며 좋지 않은 이야기로 거론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편 박태환은 지난 20일 일본 도쿄에서 끝난 제10회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4개(자유형 100m·200m·400m·1500m)와 동메달 1개(계양 400m)로 부활을 알렸다.

박태환은 "시상대에서 애국가를 들은 것이 굉장히 오랜만인 것 같다. 긴장을 많이 했다. 원래 따라불렀을텐데 첫 날에는 정신이 없어서 얼떨떨했다"고 웃었다.

"리우에서의 레이스는 나도 답답했다. 내 몸과 마음이 일치하지 않고 계속 답답한 레이스를 했다. '진짜 안 되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했다"는 박태환은 "전국체전과 이번 대회에서 좋은 기록이 나와 자신감이 생긴다. 더 열심히 해서 발전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여건이 마련된다면 내년 세계수영선수권 대회에서 진짜 기량을 펼쳐보고 싶다는 희망도 전했다.

박태환은 "연말에 쉬면서 내년 세계선수권 출전을 생각하겠다"면서 "지금도 훈련을 힘들게 하고 있다. 세계선수권을 잘 끝낸다면 (환경이) 조금이라도 나아졌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며 많은 관심과 성원을 당부했다.

한편 박태환은 다음달 6~11일 캐나다 윈저에서 열리는 쇼트코스(25m)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재차 기량을 점검한다.

10일 오후 충남 아산 배미수영장에서 열린 전국체육대회 수영 남자 일반부 자유형 200m 결승 경기에서 박태환(인천)이 1위로 골인한 뒤 혀를 내밀고 있다. 201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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