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자르려던 김태오 금융지주 회장 불구속 기소

금융업 가장 소중한 자산은 ‘신뢰’…돈으로 살 수 없어

불구속기소된 DGB금융지주 김태오 회장(출처=DGB금융지주 홈페이지)
불구속기소된 DGB금융지주 김태오 회장(출처=DGB금융지주 홈페이지)

DGB금융그룹 김태오 회장이 전일 캄보디아 진출을 위해 라이선스 취득 과정에서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려던 정황이 알려져 국제적 망신과 더불어 본인과 임직원들이 줄줄이 불구속 기소 됐습니다.

대구지검 반부패수사부(부장 김남훈)는 6일 해당 사건과 관련해 사건 당시인 작년 4~10월 중 캄보디아 내 상업은행 인가를 받기 위해 현지 공무원에게 건낼 자금 마련 차원에서, 캄보디아 건물 매입시 더 높은 금액을 건내고 그 차액을 브로커에게 건낸 정황을 잡고 이들을 기소했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은 이들이 브로커에게 350만달러(약 41억원)를 전달한 혐의를 잡고 여죄를 추궁 중입니다.

대구은행은 사건 당시 캄보디아 현지에서 여신 업무가 가능한 특수은행 라이선스를 이미 확보하고 있었고, 수익성을 높이고 종합 금융 서비스를 위해 수신,외환,전자금융, 카드 등 업무 수행을 위한 상업은행(Commercial Bank) 허가가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개발도상국일수록 공무원의 힘이 막강하고 그 진입장벽을 뚫기 위해 비공식적인 방법을 동원하려다 덜미가 잡힌 것으로 보인다”며 안타까워 했습니다.

국내 금융회사들의 주요 해외진출 공략 지역은 동남아를 위시한 개발도상국들입니다. 이미 영미권은 금융이 우리보다 발전했고, 우리의 앞선 IT기술과 최근 높아진 국가 신인도와 경제적 위상, 문화적인 동질감 등을 앞세워 진입이 용이하고 성공 가능성도 높기 때문입니다.

다만 ‘안타깝다’는 동정론은 쉽게 꺼낼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신뢰를 최우선으로 하는 금융업이 시작도 하기 전에 스스로 신인도에 먹칠을 했고, 이는 단순히 개별 기업이 아닌 국가 전체의 망신으로 귀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막연히 우리보다 못하 나라니 그런 방식이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은 해당 국가를 무시한 처사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사건은 그리 복잡해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대구은행은 캄보디아 진출 과정 잡음이 알려질 조짐이 보이자 현지 직원에게 책임의 덤터기를 씌우며 꼬리자르기에 나선 정황도 불거졌습니다.

사건의 발단 자체가 작년 5월 캄보디아 현지 건물 매수 과정에서 사기를 당했다며 담당 직원을 검찰에 고발하면서였기 때문입니다. 대구은행 측 주장은 인수 대금 일부가 현지 중개인에게 먼저 전달됐으나 해당 건물이 타 기업에 매각됐다며 이를 검찰에 고발했고, 일명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면서 검찰을 우롱하다 수사중인 검찰에 덜미를 잡힌 것입니다.

대구은행은 이 사건에 앞서 박인규 전 행장이 채용 비리에 연루돼 24명을 부정 채용하고 상품권 깡을 통해 비자금 20억 원을 조성해 일부 유용한 혐의로 1년6월의 징역형을 선고 받은 바 있습니다.

부정 채용을 통한 업무방해 및 증거인멸교사, 깡을 통한 업무상 횡령과 배임, 여기에 뇌물 공여까지 범죄 종합세트라 할 사건으로 전임 행장이 오명을 쓴지 얼마 되지 않아 또 벌어진 평판리스크에 금융계와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습니다.

대구은행은 대구경북지역을 대표하는 DGB금융그룹의 핵심 기업입니다. 가뜩이나 대구경북 지역이 인구의 감소와 성장동력 축소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앞장서야 할 DGB금융그룹의 끊임없는 사건사고는 지역 사회를 절망케 합니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DGB금융그룹을 자주 투자 추천의 톱픽으로 올립니다. 내실 있는 지역금융그룹으로서 수익성이 좋고 지역사회의 고객충성도가 높아 위기에도 안정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금융업이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하고 구태를 안팎에서 반복한다면 ESG경영이 화두인 지금 시대에 어설픈 사회공헌활동 몇 개로 평판리스크를 덮지 못할 것 같습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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