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정의선 회장의 자금줄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정의선 회장이 현대엔지니어링 공모 과정에서 자신이 보유한 지분을 얼마나 팔지에 관심이 쏠린다. 

현대엔지니어링은 6일 한국거래소의 유가증권 시장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미래에셋증권, KB증권, 골드만삭스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내년 상반기 코스피 상장을 목표로 공모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은 '구주 매출' 비중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구출 매출이란 비상장사가 상장하면서 기존 주주가 보유 지분 중 일부를 파는 것이다. 새로 주식을 발행해 공모주 투자자에 파는 '신주 발행'과 다르다. 

특히,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2%를 가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지분이 관건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의 현재 기업가치가 10조원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정 회장은 구주 매출로 최대 1조원가량의 현금을 쥘 수 있다. 정 회장 부친인 정몽구 명예회장 지분 4.68%를 더하면 확보할 수 있는 자금은 1조5000억원에 육박한다. 

서울 종로구 율곡로에 있는 현대엔지니어링 본사 사옥. /사진=현대엔지니어링
서울 종로구 율곡로에 있는 현대엔지니어링 본사 사옥. /사진=현대엔지니어링

정 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 구주 매출로 조달한 자금을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사용할 수 있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기아가 현대모비스를 지배하고, 현대모비스는 현대차를 지배하고, 현대차가 다시 기아차를 지배하는 순환출자 구조로 묶여 있다. 이를 풀기 위해서는 정 회장이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정 회장의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지분은 각각 2.62%, 0.32%에 그친다. 정 명예회장 지분을 물려받아도 두 회사 지분율은 10%를 밑돈다. 수조원 대의 상속, 증여세도 부담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정 회장이 지분을 보유한 그룹 계열사 가운데 유일한 비상장사이기도 하다. 현대글로비스와 더불어 사실상 정 회장이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필요한 대량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2019년 현대오토에버 기업공개(IPO) 때 보유지분의 절반을 구주 매출하며 1000억원가량을 현금화하기도 했다. 이 자금은 그대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식 매입에 사용됐다. 매입 시기도 절묘했다. 정 회장은 지난 3월 코로나 감염증 확산으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식이 급락하자 8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지분율을 끌어올렸다. 

다만, 정 회장의 구주 매출은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에는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 구주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은 통상 공모 시장에서 투자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구주 매출이 50%에 달했던 롯데렌탈은 지난 8월 코스피 상장 후 주가가 40% 가까이 떨어졌다. 구주 매출 비중이 각각 50%, 80%였던 SM상선과 시몬느액세서리컬렉션은 공모가가 낮게 책정되면서 결국 상장을 철회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유희석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