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IPO로 2500억원 유치
7월 산정된 2.5조원 대비 몸값 60%↑
'가치 밸류 과해' 논란도…차별성 관건

컬리 퍼플 박스. 컬리 제공
컬리 퍼플 박스. 컬리 제공

식료품 새벽배송을 내세워 성장한 ‘마켓컬리’가 내년 상장을 앞두고 2500억원 규모의 프리 IPO(상장 전 투자유치)에 성공하며 기업가치가 4조원대로 뛰었다. 이번 투자유치로 마켓컬리의 몸값은 지난 7월초에 책정된 2조 5000억원과 비교해 60% 가까이 늘었다.

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마켓컬리 운영사인 컬리는 지난달 30일 2500억원(주당 10만원) 규모의 프리IPO를 유치했다.

'프리IPO'는 회사가 앞으로 몇 년 이내에 상장을 약속하고 일정지분을 투자자에게 매각하는 자금유치 방식이다.

컬리가 주요 주주들에게 관련 사실을 공지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정보가 알려졌다.

컬리가 지금까지 유치한 누적 투자금액은 약 1조원이다. 2016년 170억원의 시리즈B, 2018년 670억원의 시리즈C, 2019년 1350억원의 시리즈D, 지난해 2000억원의 시리즈E 투자 유치를 확정했다. 올해에도 지난 7월 2254억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11월에 2500억원을 유치했다.

컬리의 기업가치는 올해 7월까지만 해도 2조 5000억원 규모로 평가됐으나 이번 투자 유치로 4조원으로 몸값이 불어났다. 4달 사이에 60%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마켓컬리
마켓컬리

마켓컬리는 당초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했지만 한국거래소가 올해 4월 성장잠재력이 큰 기업의 상장을 유치하기 위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규정을 완화하자 국내 상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한국거래소는 올해 3월 쿠팡의 미국 뉴욕증시 상장 이후 국내 유니콘 기업(시가총액 1조원 이상의 비상장 기업)들이 잇따라 미국 상장을 추진하자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으면 다른 재무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도 상장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했다.

컬리는 개편된 상장 방식에 따라 내년 1월에 상장신청서를 거래소에 제출한 후 4~5월쯤 상장할 예정이다. 컬리가 목표 일정처럼 상장계획이 진행된다면 K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기업)으로는 첫 국내 증시 상장이 이뤄진다.

다만 IB업계에서는 마켓컬리의 불어난 몸값에 대해 상장에 힘이 실렸다는 전망과 과도하게 늘어났다는 시선을 함께 내놓고 있다.

컬리는 2015년 5월 국내 최초로 주 7일 새벽배송, 풀콜드체인 배송 시스템을 선보이며 새벽배송 장보기 시장을 개척했다.

매출도 성장했다. 마켓컬리의 매출은 2017년 466억원에서 2018년 1571억원, 2019년 4290억원, 작년 9530억원으로 매년 큰 폭으로 성장했다. 특히 작년에 코로나19가 대규모로 확산되면서 비대면 수요가 대폭 늘어나 회원수는 800만명으로 늘었다. 작년 초에만 해도 마켓컬리의 회원수가 300만명에 그쳤던 것과 비교해 놀라운 성장이다.

신규 가입 고객의 재구매율도 지난해 61%에서 올해 71%로 뛰어올라 지속적인 성장성을 보이고 있다. 다만 영업손실 규모가 커졌다는 점은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마켓컬리의 작년 영업손실은 1134억원으로 전년대비 130억원 늘었다.

게다가 마켓컬리가 개척한 새벽배송 업체 경쟁사들이 늘어났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신세계 이마트 계열사인 SSG닷컴과 오아시스마켓은 상장을 추진 중이며 네이버와 쿠팡 등도 새벽배송 서비스를 내놨다.

마켓컬리는 오프라인 매장이 없어 재고관리가 어렵고 물류센터가 수도권에만 있어 전국 단위의 물류망 구축이 어렵다는 약점도 지녔다.

이에 마켓컬리는 오프라인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올해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제공하던 새벽배송(샛별배송) 서비스를 올해 충청권(5월), 대구(8월)로 확장하는 등 투자유치를 위한 준비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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