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엑시노스 1080을 소개하고 있는 판쉐바오 베이징삼성반도체연구소 소장. /사진=삼성엑시노스 웨이보

지난 25일 세계적인 IT(정보기술) 시장 조사 회사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주최한 온라인 세미나가 열렸다. 내년 글로벌 모바일 카메라 시장 트렌드를 예측하는 자리였다. 중국 스마트폰 기업 테크노, 프랑스의 스마트 기기 성능 비교 회사 DXOMARK 등 주요 회사 임원이 모여 의견을 나눴다. 

삼성전자 출신 인사도 참가했는데, 베이징삼성반도체중국연구소의 판쉐바오 소장이었다. 판 소장은 삼성전자의 최신 이미지센서 '아이소셀(ISOCELL)'을 소개하며 "앞으로 스마트폰이 DSLR 수준의 카메라 경험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판쉐바오 소장이 일하는 삼성반도체연구소는 삼성전자 중국 반도체 사업의 핵심 회사 중 하나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3년 반도체 공장이 있는 중국 장쑤성 쑤저우에 반도체 연구소를 설립했다. 삼성전자가 쑤저우 공장에 메모리 전용 생산라인을 신설하고, 중국 고객사를 대상으로 영업망을 강화하던 시기였다. 

삼성전자는 이후 저장성 항저우, 베이징 차오양구, 광둥성 선정 등으로 연구 거점을 넓혔다. 현재 삼성전자 중국 반도체 연구소에서 일하는 인력은 300명 이상이다. 중국 반도체 연구 시설의 중심은 쑤저우연구소는 삼성전자 시스템 LSI 시스템온칩(SOC) 개발 담당 임원인 허운행 연구위원이 맡고 있다. 

삼성전자의 중국 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홍보 부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의 중국 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홍보 부스. /사진=삼성전자

하지만 중국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제품을 알리는 역할은 판쉐바오 소장이 대부분 담당한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11월 중국 상하이에서 처음 공개한 5나노 극자외선(EUV) 공정 기반 모바일 프로세서(AP) 엑시노스 1080을 소개하는 역할도 판 소장이 맡았다.  

한국 책임자 대신 판 소장이 전면에 나선 것은 삼성전자가 고객사인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에 '구애'하기 위하므로 보인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중국 고객사를 잃으면 반도체 판로가 막힐 수 있다. 

다만, 삼성전자가 중국 반도체 연구소를 계속 운영할지는 알 수 없다. 중국 반도체 산업이 발전하면서 삼성전자의 모바일 반도체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어서다.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세계 스마트폰 AP 시장 점유율은 미국 미디어텍이 43%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퀄컴이 24%로 2위, 3위는 14%의 애플이었다. 삼성전자는 7%로 5위에 그쳤으며, 중국에서는 이보다 훨씬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도 변수다. 미국이 중국으로의 첨단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각종 제재를 가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첨단 장비와 기술이 중국의 군사력 증대에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중국 장쑤성 우시에 있는 D램 공장에 초미세공정의 핵심인 네덜란드 ASML사가 만든 극자외선 노광장비(EUV)를 도입하려다, 미국 정부의 반대에 부닥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몰렸다. 

[스트레이트뉴스 유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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