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중국 공장에서 생산직 직원이 자동차를 조립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현대자동차 중국 공장에서 생산직 직원이 자동차를 조립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 지난달 말 현대자동차 중국 충칭공장에 내장재를 납품하던 충칭룬창자동차인테리어시스템(重慶潤昌汽車內飾系統)이 3개월 휴무에 들어갔다. 현대차 충칭공장 일감이 대폭 줄면서 더는 제품을 납품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충칭룬창은 내년 초 조업을 재개할 방침이지만, 현대차의 중국 판매실적이 계속 나빠지고 있어 정확한 재개 일정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가 중국에서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정리해고, 공장 매각, 신제품 출시, 고위 경영진 교체 등 다양한 조처에도 실적이 계속 악화하는 등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다. 일각서는 현대차가 중국서 현지 업체에도 밀리는 2류 업체로 전락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의 중국 합작 법인인 베이징현대의 올해 1~10월 누적 판매는 약 29만대로, 올해 목표의 52%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줄어든 수준이다. 같은 기간 현대차 전체 글로벌 판매가 8.1% 늘어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처참한 성적이다. 

일감 부족으로 3개월 휴무를 선언한 현대차의 중국 협력사 공문. /사진=충칭룬창

가격 낮추고 신제품 늘려도 효과 無

현대차는 2016년까지 중국에서 100만대 이상 판매했다. 하지만 2017년 75만대로 줄더니, 2019년에는 65만대 수준으로 추락했다. 2016년 5.1%에 달하던 중국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2019년 3.1%로 줄었다. 올해는 1%대에 그칠 전망이다. 

현대차도 가만히 놀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차량 가격을 낮춰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신차를 늘려 점유율 회복을 꾀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전략은 오히려 독이 됐다. 차량 가격을 낮추면서 '싼 차'라는 이미지가 굳어졌고, 신차는 출시될 때마다 품질 논란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베이징현대가 지난해 7월 출시한 10세대 쏘나타는 초반 월 3000대 이상 팔렸지만, 이후 엔진 소음과 잦은 고장으로 소비자 외면을 받으면서 올해 1~5월 누적 판매량이 3600대에 그쳤다. 

현대자동차 중국 합작 법인인 베이징현대가 출시한 9세대 쏘나타. /사진=베이징현대
현대자동차 중국 합작 법인인 베이징현대가 출시한 9세대 쏘나타. /사진=베이징현대

심각한 품질 논란

현대차를 둘러싼 품질 논란은 심각하다. 지난 6월 말 중국 신차안전도평가(C-NCAP) 충돌시험에서 10세대 쏘나타는 정면 40% 오프셋 충돌 테스트 결과, A필러가 휘어진 흔적이 나타났다. 측면 충돌시험에서도 뒷문이 과도하게 휘는 등 심각한 변형이 나타났다. 

반면, 2020년형 쏘나타는 미국 도로교통안전청(NHTSA)에서 주관하는 충돌 안전성 평가에서 별 5개를 받는 등 최고 등급을 받았다. 2021년형 쏘나타도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에서 최상위 안전 모델로 선정됐다. 

중국에서는 C-NCAP에서 낮은 평가를 받은 쏘나타가 미국에서 좋은 등급을 받자 미국과 중국 판매용의 품질이 다르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현대차가 중국에서 쏘나타를 저렴하게 팔기 위해 미국용 차량보다 품질을 낮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베이징현대의 품질 문제가 불거진 건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 2019년 중국보험자동차안전지수관리센터에서 주관한 C-IASI 안전시험에서 라페스타 모델이 최악의 평가를 받았다. 

현대차 9세대 쏘나타 리콜을 알리는 중국 국가감독관리총국 공문. /사진=중국 국가감독관리총국
현대차 9세대 쏘나타 리콜을 알리는 중국 국가감독관리총국 공문. /사진=중국 국가감독관리총국

계속되는 리콜

품질 문제는 실적에 영향을 주는 리콜로 이어졌다. 올해 2월 베이징현대는 신형 투싼 및 4세대 투싼 차량 중 일부를 최대 42만5200대까지 리콜했다. 차량의 유압 전자 제어 장치 내부에 합선이 발생해 극단적인 경우 엔진룸에 화재가 발생할 위험이 있었다. 투싼 출시 후 여섯째 리콜이었다. 

현대차는 최근 9세대 쏘나타 9만대도 리콜했다. 스마트정션박스(SBJ) 소프트웨어 불량으로 스티어링 스위치 신호가 제대로 수신되지 않을 가능성 때문이다. 중국 국가감독관리총국은 "9세대 쏘나타의 좌회전 신호 스위치를 켰을 때 외부 방향 지시등과 계기판 방향 지시등이 가끔 오른쪽으로 잘못 표시된다"며 "이 때문에 차량 충돌 위험이 증가한다"고 했다.

잦은 경영진 교체 패착

베이징현대의 '잦은 경영진 교체'도 중장기 전략 실패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베이징현대는 지난 2011년 노재만 총경리(사장)가 물러난 이후 수장이 일곱 번이나 바뀌었다. 그중 가장 긴 임기가 1년 4개월에 불과했다. 

올해 3월 샹둥핑 베이징현대 판매본부장이 회사를 떠났으며, 지난달 판매부본부장이던 판징타오가 베이징자동차 산하 전기차 회사인 베이징신에너지(BJEV) 부총경리로 자리를 옮겼다. 수장이 계속 바뀌면서 빠르게 변하는 중국 시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베이징현대는 가성비를 중시하는 마케팅을 고집하면서 '저렴한 브랜드' 이미지가 굳어졌고, 급성장한 중국 자동차 회사와의 경쟁에서 밀렸다"며 "여기에 부실한 품질 관리 등으로 시장 평판이 추락했다"고 했다. 

지난 2017년 베이징현대의 충칭 공장 완공 기념 행사 모습. /사진=현대차
지난 2017년 베이징현대의 충칭 공장 완공 기념 행사 모습. /사진=현대차

30% 불과한 공장 가동률

현대차는 지난 2015년 중국 창저우와 충칭에 잇달아 새로운 공장을 착공했다. 2013년 이후 매년 100만대 이상 팔리던 시절, 낙관적인 전망을 바탕으로 내린 결정이었다. 2017년 중국 내 공장이 5곳으로 늘면서 현대차 생산능력도 연간 165만대로 늘었다. 

하지만 이후 판매가 급감하면서 너무 많은 공장은 애물단지가 됐다. 지난해 판매량으로 계산하면 현재 베이징현대의 공장 가동률은 30%에 불과하다. 베이징현대는 결국 중국 첫 공장인 베이징 1공장을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샹(리오토)에 매각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베이징 2공장 매각을 추진 중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으며, 충칭공장도 일감 부족으로 일부 협력사가 조업을 중단했다. 

지난 4월 중국 상하이 국제 크루즈 터미널에서 열린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 행사. /사진=현대차
지난 4월 중국 상하이 국제 크루즈 터미널에서 열린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 행사. /사진=현대차

고급차·전기차 투입에도 현지 반응 냉랭

베이징현대는 시장 점유율 회복을 위해 기존과 180도 달라진 D+S+N(중고급차+SUV+신에너지) 전략을 수립했다. 저가 브랜드 이미지를 벗기 위해 제네시스 등 고급 차종을 투입하고, 수요가 많은 스포츠실용차(SUV)와 전기차를 중심에 두겠다는 전략이다. 

베이징현대는 올해부터 오는 2030년까지 하이브리드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전기차 등을 매년 1~2종 출시할 예정이다. 특히, 현대차가 개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처음 적용한 전기 SUV 모델 아이오닉5를 내년 투입해 반전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새로운 전략에도 현지 반응은 냉랭하다.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이미 중국에서 상위권에서 밀려났다"며 "판매실적만 놓고 보면 2류 업체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스트레이트뉴스 유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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