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지지 않는 싸움하겠다” 발언, 연말 현실화
외부인사 영입·적극적 M&A로 그룹 체질 개선
SNS로 소통경영 펼쳐…공감 높지만 반발 있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신년사에 말했던 “‘지지 않는 싸움을 하겠다’라는 과거의 관성을 버리고 ‘반드시 이기는 한 해’를 만들어 달라”라던 요청이 현실화되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은 직접 올 한해 굵직한 M&A(인수합병)을 성공시키며 업계 안팎의 이목을 모으고 있다. M&A와 함께 외부인사를 적극적으로 영입하면서 그룹의 체질개선도 강력히 추진 중이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와 적극적인 소셜미디어(SNS) 소통으로 유통업계에 필수적인 호감 이미지 구축에 성공하고 있다.

외부인사 영입 활발

신세계그룹은 10월 정기 임원인사에서 이마트-신세계 통합 정기인사를 발표했다. 신세계그룹은 2019, 2020년에 각기 다른 날짜에 정기인사를 단행하며 남매 분리경영 기조가 강화됐다.

이마트 부문은 외부 인재를 적극적으로 영입하며 조직 혁신을 이어가는 방향으로 이뤄졌다.

이마트 부문은 올해 정기인사에서 CEO급 인사가 전무했다. 대신 신세계푸드 브랜드마케팅담당과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전략기획본부장, 조선호텔앤리조트 강남호텔 총지배인 등 임원 14명이 외부에서 영입됐다.

정용진 부회장이 이끄는 신세계 이마트 부문은 지난해 대규모 대표 인사를 단행했다. 쓱닷컴(SSG닷컴),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 등의 수장이 지난해에 대대적으로 교체된 만큼 이번 인사에서는 대표이사 교체가 없었다.

신세계그룹은 대대적 임원인사에 대해 "미래 준비, 핵심 경쟁력 강화, 인재 육성에 초점을 맞추고 철저한 실력주의·능력주의 인사를 시행했다"고 밝혔다.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 2019년에 유통 컨설팅 전문가인 강희석 대표를 영입하며 사업 재편에 나섰다. 강희석 대표는 ‘비효율 사업재편’을 선언한 후 적자 행진이던 전문점 사업을 수익성 위주로 정리하고 직원들의 성과급을 줄였다. 이와 함께 수익성이 좋은 할인점들은 체험형 매장을 보강해 재단장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쳤다.

이에 이마트 부문은 지난해 창립 이래 최대 실적을 냈고 올해도 실적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은 이마트 사업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만큼 대표 교체 대신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는 방향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커머스 업계 3위로 평가되는 이베이코리아가 신세계에 인수됐다.
이커머스 업계 3위로 평가되는 이베이코리아가 신세계에 인수됐다.

적극적 M&A로 체질개선

정용진 부회장은 신세계의 온오프 유통의 중심 축을 콘텐츠, 고객 경험으로 삼고 이커머스 강화, 매장 리모델링, 복합쇼핑몰과 돔구장까지 이어지는 미래형 유통서비스를 구현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에 올해초에 야구단 ‘SK와이번스’를 SK텔레콤으로부터 인수하며 ‘SSG 랜더스’로 팀명을 교체했다. 인수가격은 1352억 8000만원이다. 이번 인수에는 미래형·체험형 공간을 강조하며 소비자와 접점을 강조해 온 정용진 부회장의 의지가 큰 것으로 전해진다.

경쟁 유통기업인 롯데도 롯데 자이언츠 야구단을 운영하며 소비자와 접점을 늘려왔던 만큼 경쟁력 강화의 목적도 있다.

이어 신세계그룹 통합 온라인몰인 SSG닷컴은 W컨셉을 2650억원에 인수했다. 2008년 10월 문을 연 W컨셉은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중심의 온라인 패션 플랫폼이다. 백화점 의류와 품질은 비슷하면서도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해 20~30대 직장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올해 M&A 시장의 최대 매물로 꼽히던 이베이코리아를 3조 4404억원에 인수했다. 온라인 체질 전환의 결정적 계기로 평가되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해 단숨에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렸다.

‘국내 커피프랜차이즈 업계 1위’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지분 17.5%도 4742억원에 추가 취득했다.

동시에 신세계는 네이버와 온라인 쇼핑 부문에서 협업을 강화하면서 온라인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네이버와 2500억원 규모의 지분 교환을 통해서 신세계가 가진 전국 물류망과 네이버의 물류 파트너사들과의 연계를 통해 전국 단위의 풀필먼트, 라스트 마일 서비스 확대 등에도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유통업계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로 분위기가 상당히 가라앉았다. 비대면 수요가 급등하면서 온라인을 통한 물품 구매가 늘어났다. 이에 정용진 부회장은 오프라인 위주 사업 위주던 신세계를 후발주자임에도 M&A를 통한 체질 개선으로 온라인 분야의 성장을 성공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거대한 규모의 M&A를 성공시켰던 만큼 유동성 조달도 필수적이다. 올해에만 약 4조원의 대금을 썼던 만큼 성수동 본사 매각과 회사채 발행으로 유동성을 늘렸다.

정용진 부회장은 ‘세계 고릴라의 날(9월 24일)’을 맞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고릴라 인형과 함께 있는 사진을 올렸다. 연합뉴스
정용진 부회장은 ‘세계 고릴라의 날(9월 24일)’을 맞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고릴라 인형과 함께 있는 사진을 올렸다. 연합뉴스

부캐 '제이릴라'로 소통…공감과 논란 사이

정용진 부회장은 본인 인스타그램 등 SNS 상에서 부캐릭터 고릴라 '제이릴라’를 통해 소비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은 현재 70만명이 넘는 팔로워를 거느린 재계 대표 ‘인플루언서’다.

정용진 부회장은 SSG랜더스 응원 영상, 요리, 반려견과의 일상 등을 SNS에 담아내며 친근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여기에 경영 방향성도 공유하고 있다.

온라인 소통은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이어진다.

신세계푸드는 지난 11일 선보인 '유니버스 바이 제이릴라’가 대표적이다. 유니버스 바이 제이릴라는 제이릴라를 콘셉트로 한 프리미엄 베이커리다. 또 신세계푸드는 제이릴라 캐릭터를 활용해 패션과 리빙, 게임 등 다양한 사업영역에서 캐릭터 적용 가능성을 열어놨다.

정용진 부회장의 SNS를 통한 소통 경영에 대해서 대중의 반응은 비교적 우호적이다. 70만명에 달하는 대중이 그에게 반응할 정도의 영향력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다만 기업총수가 견제 없이 마케팅을 직접 펼치는 것은 위험성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실제로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 5월 SNS에 올린 ‘미안하다 고맙다’라는 글을 올려 정치적 논란에 휘말렸다. 해당 글은 문재인 대통령이 과거에 세월호 희생자 방명록에 남긴 글로 이는 문 대통령을 비꼰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유통업계가 코로나19로 인해 침체된 분위기가 나타났으나 정용진 부회장이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면서 “외부인사 영입, 적극적 M&A, 소통경영을 펼쳐나가고 있다. 뒷받침이 될 매출이 발생한다면 행보에 더욱 힘이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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