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모든 정보를 수익 관점에서 고민하라"

유연한 자세로 금리인상의 허들을 넘는 채권 마스터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지나며 금융권은 새로운 도전과 응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는 각 금융업권별 주요회사 내 핵심 업무를 담당하는 임직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들이 준비하는 미래 청사진의 모습을 그려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부서원들과 시장상황 관련 의견을 교환하며 토론중인 증권운용부 최준연 부장(제공=우리은행)
부서원들과 시장상황 관련 의견을 교환하며 토론중인 증권운용부 최준연 부장(제공=우리은행)

저금리 시대 고착화에 따라 은행들은 예대마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비이자수익 창출을 위한 카드를 저마다 꺼내들고 있다. 우리은행은 그 핵심 카드 중 하나로 2014년말 트레이딩부 산하 팀 조직으로 축소됐던 증권운용부를 작년 7월 부활시키며 최준연 부장을 선장으로 앉혔다. 금통위를 하루 앞둔 24일 스트레이트뉴스는 최 부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 하루 종일 시장에서 시달리셨을 텐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증권운용부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실 수 있는지요?

증권운용부는 2014년 본부조직 효율화로 트레이딩부 내 팀 조직으로 축소 편입됐다가, 2020년 7월 유가증권 운용수익 제고 목적으로 당시 트레이딩부 내 자산운용팀을 격상해 별도 부서를 확대 신설한 조직입니다.

구성원은 현재 부서장 1명 포함 14명으로 단기 채권을 운용하는 ‘단기운용팀’과 투자채권 및 수익증권을 운용하는 ‘투자운용팀’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 부장님 개인 이력과 커리어 히스토리도 부탁드립니다. 아무래도 은행 내 특수 업무를 하시다 보니 어떤 커리어를 가지고 계신지 독자 여러분들이 궁금해하실 것 같습니다.

신촌에서 학교 생활을 하며 경영학을 공부했습니다. 학교가 작고 아카데믹한 분위기라 공부하기엔 좋았던 걸로 기억됩니다.

은행 입행 후 지점생활 중 회사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카이스트에서 금융공학MBA 과정을 접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게 인연이 돼 파생분야 중 ‘스왑’을 다루게 됐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금리나 환 등에 눈을 뜨게 됐습니다.

중간중간 지점생활을 했지만 개인 고객 상대보다는 기업금융 업무가 주를 이뤘습니다. 가령 삼성타운지점에서 기업 자금을 다루며 외화자금 결제, F/X 등에서 경력을 쌓았고, 반포역지점장 시절은 2017년 재건축 사업이 활발할 때라 조합장분들과 대화하며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도 알게 됐습니다.

돌이켜보면 회사가 제시하는 길들을 따라갔을 뿐인데 결국 지금 하는 일에 모두 도움이 돼 감사할 뿐입니다.

▲ 은행들이 비이자수익 창출에 대한 니즈가 커지면서 증권운용부의 역할이나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다만 최근 금리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어려운 점도 있을 듯 한데, 요즘 분위기를 간단히 전해주신다면?

아시다시피 은행 증권운용의 주된 포트폴리오는 채권입니다. 은행 유동성 규제와 관련해 채권을 보유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최근 국내외 통화정책의 정상화 및 인플레 우려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으로 채권운용에 우호적인 상황은 아닙니다. 보수적 채권운용 전략으로 시장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 올해 우리은행 수익 내역을 살펴보면 유가증권부문 실적이 눈에 띄게 좋아진 것이 보입니다. 주로 어떤 포트폴리오로 어떤 전략을 펼치고 계시는지 소개 가능하신지요?

향후 금리 상승에 대비해 채권 듀레이션은 짧게, 만기 채권에 대한 재투자 시기를 조금씩 이연하는 등 보수적으로 운용했습니다. 직접 주식을 운용하진 않지만 대신 수익증권 운용은 채권형 외에 혼합형과 주식형 등으로 확대해 수익기반을 다변화했습니다.

요즘엔 ETF에 대한 관심도 가지고 있습니다. 개별주식에 대한 접근은 향후 조직 상황에 따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지만 여러 종목에 분산투자가 가능한 ETF는 운용에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넓히고 있습니다. 지수형 ETF 뿐 아니라 핵심 테마별 섹터형 ETF도 관심있게 보고 있습니다.

최근 금리 인상과정에서 과거에 보기 어려울 정도로 채권운용역들이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다만 저희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좀더 리스크관리 관점에서 접근해 상대적으로 나은 방어를 했던 정도이지 실적을 자랑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 각 회사가 처한 내부사정이 다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결과만 가지고 성과를 논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 다른 본사 부서나 일선 점포와는 다른 생활패턴(Life Cycle)을 유지하실 듯 합니다. 대략적인 하루 일과를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희는 채권시장과 함께 움직인다고 보시면 됩니다. 장내 채권시장 시간(09:00~15:45)에 맞춰서 하루 일과가 짜여집니다.

매일 아침 8시 30분에 부서원 전체가 전일의 시황과 대외뉴스 등 시장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향후 투자 전략을 논의합니다.

장 시작 후에는 최대한 시장에 집중합니다. 장내 금리 및 주가 변동, 대내외 뉴스, 장외 채권 매물 등을 지속적으로 살핍니다. 장 마감 이후에는 내부적인 품의 및 결재 등을 사후처리 업무를 진행합니다.

▲ 업무 특성상 다양한 지식 습득에 대한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할 걸로 예상됩니다. 지식을 취득하는 노하우나 채널은 주로 무엇인지요? 또 본인 뿐 아니라 이를 부서 전체와 공유하고 운용전략 방향설정에 활용하는 팁을 공개해 주신다면?.

시장의 흐름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경제 관련 TV, 시장 관련 레포트, 스마트폰 어플 등 다양한 소스를 통해 시장정보를 취득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취득한 정보의 영향을 빠르게 취사 선택하고, 시장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검토합니다.

증권사 분석 레포트의 경우 예측 근거가 얼마나 논리적이고 적절한지 점검하고 있으며, 스스로 파악하지 못하는 부분은 아침 회의나 관련 업무 담당자를 통해 확인합니다.

▲ 부서의 운용 철학이 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후배들에게 강조하는 운용 철학이 무엇인지요?

어떤 정보를 취득하면 이 정보의 영향을 빠르게 판단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야 한다고 봅니다. 시장에는 많은 참가자들이 있고, 정보를 빠르게 판단하고 행동해야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는 유연한 사고를 강조합니다. 채권시장은 한동안 금리 하락 추세 속에 수익을 내기 좋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시장 내 일부 채권운용역들은 이번과 같은 금리상승에 다소 안이하게 대처했을 수 있고 결과적으로 손실이 발생한 사례들이 있었습니다.

부서원들에게 틀에 박힌 사고로 관성적인 행동을 하지 말고, 상황의 변화에 맞는 유연한 대처를 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 이달 금통위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금리 우상향 이벤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시장 전망이 많습니다. 부장님의 뷰와 이에 따른 운용 방향을 간단히 말씀해 주신다면?

이번 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은 유력한 상황이나, 추가 인상에 대한 자세(Stance) 확인이 중요해 보입니다. 시장금리는 이미 기준금리 1.5%를 반영 상승한 상황이나, 향후 추가적인 인상이 얼마나 빠를지, 1.5%를 넘어 어디까지 올릴 것인지에 대한 기대에 따라 시장금리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기준금리 외에도 대내외 이슈에 따라 시장금리는 등락을 거듭하겠지만 최근 인플레 우려가 지속되면 상승세가 더 이어질 수 있고, 이를 감안하여 당분간 보수적으로 운용할 계획입니다.

다만, 상승기라도 채권 보유를 통한 이자수익(캐리)을 확보 할 만한 구간은 계속 탐색하고 투자해 갈 생각입니다.

▲ 스트레이트뉴스 독자들을 위해 하고싶은 말씀이 있으면 편하게 부탁드립니다.

금리시장은 실생활과 관련이 높습니다. 금리 상승이 예상되면 조금이라도 대출을 빨리 받아야 유리 할 것이고, 예금을 가입하려면 조금이라도 가입시기를 늦춰야 할 것입니다.

이처럼 시장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관련된 뉴스를 잘 지켜보면 본인의 재테크나 경제활동에 있어서 분명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확실히 도움이 될 것입니다.

 

[부록] 우리은행과 함께 배워보는 은행 증권운용 ABC

 

▲ 은행 증권운용에서 굴리는 자금은 어떤 자금인가요?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고유자금을 운용합니다.

▲ 부서에서 주로 다루는 상품의 종류는 무엇인가요?

원화채권, 외화채권, 수익증권, 국채선물, 금리스왑 등을 다룹니다.

▲ 증권운용부에서 일하려면 어떤 경력을 가져야 하나요?

트레이딩(채권, 스왑 등) 유경험자 및 관련 자격 보유자(투자자산운용사, 금융투자분석사), 은행 내부의 자금시장 관련 연수 수료자 등이 선호됩니다.

▲ 다른 금융회사(증권사 등)와 다른 은행 증권운용부만의 특징이 있다면?

은행 증권운용의 주된 포트폴리오는 채권이며, 은행 유동성 규제와 관련해 채권을 보유해야 합니다. 따라서 운용할 수 있는 채권 풀이 제한적이라는 특성이 있습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기자]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