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차세대 3차원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를 사용한 저장장치(SSD). /사진=삼성전자

저장장치에 주로 쓰이는 메모리 반도체인 낸드플래시 시장에 '176단 3차원(3D)' 시대가 열렸다. 성능을 높이기 위해 수직으로 회로를 176단 쌓은 차세대 제품이다. 미국 반도체 제조사 마이크론이 최근 양산을 시작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조만간 생산에 돌입한다. 수요도 빠르게 늘면서 3사가 치열한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24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이달 초부터 176단 낸드플래시를 양산해 고객사에 출하하고 있다. 세계 1, 2위 메모리 반도체 회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보다 양산이 빨랐다. SK하이닉스는 올해 4분기 양산이 목표다. 삼성전자는 경기도 평택에 있는 2공장 생산설비에서 내년부터 월 4만~5만장 규모 웨이퍼를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낸드플래시는 전력공급이 끊겨도 저장한 데이터를 보존하는 메모리 반도체다. 이 때문에 PC나 노트북컴퓨터, 스마트폰 등의 저장장치로 많이 사용된다. 낸드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데이터 저장단위인 셀을 최대한 많이 넣어야 한다. 그래서 2차원 평면 구조를 벗어나 3D 수직 구조로 회로를 쌓아 집적도를 올리는 방식이 대세가 됐다. 

3D 낸드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회사는 삼성전자다. 지난 2013년 수직으로 쌓아 올린 3차원 공간에 구멍을 내 각 층을 연결하는 '24단 V(Vertical) 낸드'를 선보였다. 삼성전자 낸드는 특히 셀 크기가 작아 176단 제품이 다른 회사의 100단 초반과 높이가 비슷하다. 삼성전자는 이미 200단이 넘는 8세대 V낸드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28단 낸드를 발표하며 마이크론을 한 단계 앞서고 있었다. 그러다 마이크론이 96단에서 바로 176단을 양산하며 치고 나갔다. 앞으로 대용량 저장장치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에 쓰이는 176단 낸드 수요가 늘어날 전망으로 메모리 반도체 3사의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176단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말 5% 정도에서 내년 말 25%로 20%p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전력관리 IC와 메모리 컨트롤러(SSD의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 부족 현상이 완화하면서 낸드 제조사도 생산을 늘릴 수 있다"며 "이 때문에 내년 상반기 낸드 공급이 수요보다 많아질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유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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