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DL케미칼의 크레이튼 인수합병을 승인했음을 알리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공시 자료. /사진=미국 증권거래위원회
미국 정부가 DL케미칼의 크레이튼 인수합병을 승인했음을 알리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공시 자료. /사진=미국 증권거래위원회

DL그룹 석유화학 계열사 DL케미칼이 미국 석유화학 회사 크레이튼 인수를 위한 미국 정부의 승인을 얻었다. 유럽과 중국 등 다른 나라의 반독점 심사가 남았지만, 합병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될 전망이다. DL케미칼은 내년 상반기 인수합병을 마무리하고 글로벌 회사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크레이튼은 지난 19일(현지시각)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지난 17일 미국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가 DL케미칼과의 합병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2일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미국 법무부도 DL케미칼의 크레이튼 인수를 승인했다. 미국은 1976년 제정된 'HSR 반독점 증진법'에 따라 9200만달러(약 1093억원)가 넘는 인수합병 시 FTC나 미 법무부의 심사를 받도록 한다. 

크레이튼은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본사를 둔 글로벌 석유화학 기업이다. DL케미칼은 지난 9월 미국 법인인 DLC US를 통해 크레이튼을 인수하기로 했다. DL케미칼이 크레이튼 지분 100%를 주당 46.5달러, 총 16억달러(약 1조9000억원)에 사들이는 방식이다. DL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이다. 

DL케미칼은 크레이튼 인수에 대해 미국 정부의 승인을 얻으면서, 내년 상반기 안에 다른 나라의 반독점 심사를 끝내고 합병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당장 다음 달 9일에는 휴스턴에 있는 한 호텔에서 크레이튼 주주총회를 열어 합병에 대한 투표를 진행한다. 

서울 종로구 통일로에 있는 DL케미칼 사옥. /사진=DL케미칼
서울 종로구 통일로에 있는 DL케미칼 사옥. /사진=DL케미칼

크레이튼 인수가 마무리되면 DL케미칼은 단숨에 세계 스타이렌블록코폴리머(SBC) 1위 사업자로 올라선다. SBC는 의료용품, 자동차 내장재, 통신 케이블, 위생용 접착제 등 여러 분야에 쓰이는 첨단 소재다. DL케미칼은 SBC 같은 첨단 소재를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외형을 확장할 전망이다. 전통적인 석유화학기업에서 고부가가치 스페셜티(Specialty) 및 바이오 케미칼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다. 

특히, DL케미칼은 크레이튼이 보유한 800여 개에 달하는 특허를 얻게 된다. 크레이튼은 지난 1965년 세계 최초로 SBC 상업 개발에 성공할 정도로 높은 기술력을 갖고 있다. DL케미칼은 이번 인수로 확보한 특허 기술로 핵심 소재 국산화를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한편, DL케미칼은 대림산업에서 분리되기 전인 지난해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진행하던 12조6000억원 규모의 석유화학단지 개발사업에서 철수한 바 있다. 연간 150만t의 에틸렌과 폴리에틸렌을 생산하는 공장을 건설하는 사업이었으나, 코로나 대유행 사태와 국제유가 급락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존 회사 인수로 돌아섰다. 

이후 DL케미칼은 미국 천연가스 개발 업체인 윌리엄스파트너스가 매물로 내놓은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있는 가이스마 올레핀 공장 등의 인수를 추진하는 등 꾸준히 미국 시장 진출을 추진해왔다. 

[스트레이트뉴스 유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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