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떤 에너지원보다 환경친화적이면서도 고효율을 내는 수소. 수소는 휴대 전자기기부터 가정용, 공업용, 자동차, 잠수함, 항공기 발전용까지 기술 개발 성과에 따라 얼마든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 2050년이면 전 인류가 사용하는 에너지 이용량의 18%를 수소가 책임지고, 이와 관련한 일자리는 3000만 개 이상 창출될 전망이다. 본지는 우리 정부와 기업의 수소산업 투자 현황과 계획 등을 살펴보고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짚어본다. 편집자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0일 한국을 찾은 존 오소프 미국 조지아주 상원의원(민주)을 만나 수소, 배터리  등 그린 비즈니스에서의 양국간 협력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SK그룹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0일 한국을 찾은 존 오소프 미국 조지아주 상원의원(민주)을 만나 수소, 배터리 등 그린 비즈니스에서의 양국간 협력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SK그룹 제공

수소관련 대표 민간기업 협의체인 ‘Korea H2 Business Summit’이 공식 출범하면서 공동의장사인 SK의 수소 사업 추진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SK는 국내 수소 생태계 구축에 뜻을 함께하는 15개 회원사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인 18조 5000억원의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2025년까지 수소 생산, 유통, 공급에 이르는 수소 밸류체인(Value Chain) 전 과정을 통합 운영하는 국내 유일 사업자 위상을 공고히 하겠다는 목표다.

SK㈜의 수소 사업 추진 전략은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그룹 인프라 활용해 수소 대량생산체제 구축으로 국내 수소 시장 진출 ▲수소 생산–유통–공급에 이르는 밸류체인 통합운영 통한 사업 안정성 확보 ▲수소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한 기술 회사 투자 및 파트너십 통한 글로벌 시장 공략 등이다.

수소 대량생산체제 구축으로 국내 수소 시장 진출

SK는 그룹이 보유한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 경쟁력 있는 수소를 공급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SK의 국내 수소 생태계 조성 전략은 크게 2단계로 진행된다. 우선 SK E&S는 액화수소 3만톤 생산체제 달성을 위해 약 5000억원을 투자해 액화수소 생산기지를 건설한다.

SK E&S는 인천시 서구 원창동 일대 SK인천석유화학단지 내 약 1만 3000평의 부지를 매입해 연 3만톤 규모 수소 액화플랜트를 2023년까지 완공한다는 방침이다. 액화플랜트를 통해 수소를 액체 형태로 가공해 수소가 기체 형태로 운송·충전되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비효율을 개선하고 안정성을 대폭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부생 수소(석유·화학 공장 등 생산시설에서 생산 공정 중 부가적으로 생산되는 수소)를 공급받을 예정이다. 특히 SK이노베이션 산하 SK인천석유화학은 수소 에너지의 최대 수요처인 수도권에 인접한 사업장으로 수소의 장거리 운송에 따른 비용 문제도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최적의 입지를 가졌다.

1단계로 생산하는 액화수소 3만톤은 수소 승용차인 넥쏘 7만 5000대가 동시에 지구 한바퀴(약 4만 6520km)를 도는 데 필요한 양으로 나무 1200만 그루를 심는 것과 동일한 탄소저감 효과로 수도권 대기질 개선 등 환경적 측면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SK는 2단계로 2025년부터 친환경 ‘블루(Blue) 수소(수소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제거한 친환경 수소)’대량 생산 체제도 가동한다는 목표다. SK E&S는 연간 300만톤 이상의 LNG를 직수입하고 있는 국내 최대 민간 LNG 사업자다. SK E&S가 대량 확보한 천연 가스를 활용해 보령LNG터미널 인근지역에서 이산화탄소를 제거한 25만톤 규모의 청정 수소를 추가로 생산할 계획이다.

SK는 장기적으로 태양광, 풍력 등 재생 에너지를 활용한 ‘그린 수소(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활용한 수전해 방식으로 이산화탄소 발생없이 생산된 수소)’ 생산 사업도 적극 추진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수소의 대량 공급 체계를 완성하겠다는 전략이다.

2단계 25만톤을 추가 생산하게 되면 SK는 국내에서만 연간 총 28만톤의 친환경 수소를 생산·공급하는 글로벌 1위 친환경 수소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SK는 이러한 사업 경험과 역량을 활용해 중국·베트남 등 아시아 수소사업을 본격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한국판 수소위원회로 불리는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Korea H2 Business Summit)'이 지난 9월 공식 발족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 중앙)이 행사장을 둘러보고 있다. SK그룹 제공
한국판 수소위원회로 불리는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Korea H2 Business Summit)'이 지난 9월 공식 발족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 중앙)이 행사장을 둘러보고 있다. SK그룹 제공

수소 생산·유통·공급 밸류체인 통합운영 통한 사업 안정성 확보

SK는 수소의 생산·유통·공급에 이르는 수소 밸류체인을 통합 운영해 사업의 안정성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국내를 비롯한 글로벌 수소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국내 수소 시장은 운송 및 충전 인프라의 부족 등으로 인해 수소 차량 보급에 어려움이 있고 기존 수소 사업자들은 부족한 수요를 이유로 생산설비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SK는 석유 및 천연가스 등 기존 에너지 사업에서 밸류체인 통합을 통해 에너지 생태계 조성을 주도한 경험과 노하우를 갖췄다. 역량을 적극 활용해 수소 생산·유통·공급에 이르는 국내 수소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조속히 정착시켜 나갈 계획이다.

SK는 2025년까지 총 28만톤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SK에너지의 주유소와 화물 운송 트럭 휴게소 등을 그린에너지 서비스 허브로 활용하해 차량용으로 공급하며 연료전지 발전소 등 대규모 발전용 수요를 적극 개발할 계획이다.

또 SK는 작업용 차량과 산업 현장에서 수요가 점차 늘고 있는 드론 등을 대상으로 수소 활용처를 확장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SK㈜는 장동현 사장이 세계 최초로 청록수소 상업화에 성공한 모놀리스사 로브 핸슨(Rob Hanson) CEO와 만나 합작법인 설립에 대한 양해각서를 지난 10월 체결했다. SK그룹 제공
SK㈜는 장동현 사장이 세계 최초로 청록수소 상업화에 성공한 모놀리스사 로브 핸슨(Rob Hanson) CEO와 만나 합작법인 설립에 대한 양해각서를 지난 10월 체결했다. SK그룹 제공

수소 핵심기술 투자·글로벌 파트너십 통해 해외시장 공략

SK㈜는 수소 사업 핵심 기술 확보를 통한 글로벌 수소 시장 공략도 병행한다. 이를 위해 수소 관련 원천 기술을 보유한 해외 기업 투자는 물론 글로벌 파트너십 체결 등을 통해 글로벌 수소 사업 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다.

SK㈜는 올 초 글로벌 수소시장 선도 기업 플러그파워에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으며 최근에는 세계 최초로 청록수소(메탄과 천연가스를 고온의 반응기에 주입해 수소와 고체탄소로 분해하는 방식으로 생산되는 수소)생산체제를 구축한 미국 모놀리스에도 투자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청정수소 생산 옵션과 핵심기술을 발빠르게 확보해 나가고 있다.

SK는 이번 Korea H2 Business Summit의 출범을 계기로 ESG 경영 방침을 재확인하고 경제적 가치 측면에서도 최적의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는 국내 수소 사업 본격 추진 및 글로벌 시장으로의 선제적 진출 등 수소 생태계 구축을 통해 2025년까지 그룹 차원에서 30조원 수준의 순자산가치(NAV·Net Asset Value)를 추가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관계자는 “Korea H2 Business Summit 출범은 친환경 에너지사업의 궁극으로 평가받는 수소사업에 대한 각 기업들의 육성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며 “SK도 투자 포트폴리오가 친환경으로 본격 전환하는 출발점에 선 만큼 그간 축적된 에너지 사업 역량을 친환경 수소 생태계 조성을 위해 결집해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ESG경영 선도기업으로 자리매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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