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HMM 분쟁, 또다시 수면 위로
HMM 여유자금 2조7천억, 산은 정기예금으로
강민국 "산은의 HMM 이자수익, 모럴헤저드"
HMM, 상반기 주가 반등 후 내림세 기록 중

HMM 밴쿠버(Vancouver)호. HMM 제공
HMM 밴쿠버(Vancouver)호. HMM 제공

산업은행과 구조조정 관리를 받는 HMM(옛 현대상선)간 논란이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HMM은 거액의 여유자금을 산업은행의 저금리 예금에 맡겨 미미한 수익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은 산은으로부터 받은 'HMM 보유 여유자금별 운용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말 현재 HMM 보유 여유자금 4조 308억원의 67.4%가 산은에 맡겨졌다고 최근 밝혔다.

이 가운데 85.0%에 이르는 2조 3107억원이 정기예금에 들어 있으며 수시입출금식 특정금전신탁(MMT)과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에 각각 3790억원과 277억원에 가입돼 있다.

강민국 의원은 HMM의 여유자금 운용이 비효율적이고 부실하다고 지적하면서 구조조정 관리자인 산은에 그 책임을 돌렸다. HMM의 자금 집행 일체는 산은이 파견한 자금관리단의 승인을 거치기 때문이다.

강 의원은 "산은이 구조조정 기업인 HMM의 여유자금 대부분을 산은 금융상품에 묶어두고 이자 수익과 실적 올리기에 사용한 것은 모럴해저드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이어 "HMM외 다른 구조조정 관리 대상 기업에서도 이러한 주먹구구식의 비효율적인 자금 관리가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산은이 구조조정을 관리하는 기업의 여유자금 운용실태를 감사해야 한다고 금융당국에 주문했다.

이동걸 산업은행장이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걸 산업은행장이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걸 산은 회장은 HMM이 금리를 비교해 유리한 상품을 선택한 것이지 산은에서 편파적인 자금운용을 하는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동걸 회장은 최근 국감에 출석해 "단기자금이기에 워낙 금리는 낮지만 그(저금리 상품) 가운데에서는 (산은이) 비교적 높은 금리를 주기 때문에 산은에 예치한 것으로 안다"며 "산은이 파견한 자금관리단이 이런 문제를 결정하거나 산은에 자금을 주라고 명령하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앞서 HMM 노사가 지난 8월에 임금 및 단체협약을 놓고 극심한 대립을 보였을 때 산업은행은 사실상 합의를 종용하면서도 구체적인 입장을 보이지 않아 큰 비판을 받은 바 있다.

HMM 해원노조와 육상노조는 지난 8월에 HMM의 역대급 실적에도 불구하고 임금 및 처우 개선이 이뤄지지 않아 파업을 시도했다. 그러나 HMM 노사가 서로 양보해 가까스로 임단협을 완료했다.

이 과정에서 HMM의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에 더 큰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강하게 나왔다. 산업은행은 HMM의 지분 24.96%를 보유한 최대 주주이자 채권단이다. 산업은행은 HMM에 대해 지난 2017년부터 3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구조조정을 실시하며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덕분에 HMM은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올해 2분기에는 영업이익이 1조3889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높은 실적 행진을 기록했다. 산업은행도 HMM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교환하면서 1조8000억원의 전환이익을 거뒀다.

이러한 상황에서 HMM노조는 높은 실적에 따른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폈으나 산업은행은 답을 내놓지 않았다.

또 최근 HMM은 주가가 급락하며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컸다. HMM 소액주주들은 지난 6월에 산업은행이 3000억원 규모의 190회차 전환사채(6000만주)를 주당 5000원에 주식으로 전환한 게 주가 급락의 결정적 원인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터지자 배재훈 HMM 사장은 지난 13일 회사의 IR홈페이지에 글을 올리고 ‘주주달래기’에 나섰다.

배재훈 사장은 “HMM이 배당가능 이익이 발생하는 시점에 적극적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내년 스텝업(이율이 높아지는 시점)이 도래하는 191회차 영구채에 대해서도 조기상환 청구권 행사를 검토하고 있다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HMM이 최대주주인 산업은행 눈치를 알아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나왔다”면서 “산업은행이 HMM의 경영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강조했으나 자금운용, 임단협 과정에서 개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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