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단체가 14일 홈플러스 폐점매각 저지 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홈플러스 폐점매각 저지와 노동자 일자리 보장, 투기자본의 기업약탈 방지와 규제입법 제정을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다.
시민사회단체가 14일 홈플러스 폐점매각 저지 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홈플러스 폐점매각 저지와 노동자 일자리 보장, 투기자본의 기업약탈 방지와 규제입법 제정을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다.

노동계에 이어 시민사회가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폐점매각을 저지하는 한편 고용안정 보장과 투기자본규제법 입법 등 법제도 개선 요구에 나섰다.

재벌개혁경제민주화네트워크를 비롯한 40여개의 시민사회단체는 14일 홈플러스 폐점매각 저지 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홈플러스 폐점매각 저지와 노동자 일자리 보장, 투기자본의 기업약탈 방지와 규제입법 제정을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기로 했다.

이들은 이날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대책위 결성 대표자회의를 열어 이러한 취지의 대책위 결성을 확정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책위는 “홈플러스 폐점매각 중단과 노동자, 입점주들의 고용안정 보장을 위한 활동을 기본으로 펼쳐갈 예정”이라며 “나아가 산업부문까지 망가뜨리는 투기자본의의 기업약탈을 규제하기 위한 투기자본 규제법 제정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투기자본 규제를 위한 법, 제도 개선을 위해 투기자본 규제입법 10만 서명운동을 핵심사업으로 추진하며 정부와 국회, 여당 등과 간담회를 추진해 대책 마련을 촉구할 계획이다.

대책위에는 경제민주화네트워크(사무국 참여연대), 전국민중행동(준), 전국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한상총련), 민생경제연구소, YMCA, 금융감시센터, 민주평등사회를위한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민교협), 민주노총 등 시민사회계와 법조계, 학계, 종교계, 노동계 등 4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대거 참여했다.

대책위 공동대표에는 박석운 전국민중행동(준) 대표, 김경민 YMCA 사무총장, 김은형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선임됐으며 주요 참가단체들이 활동집행을 책임진다.

박석운 공동대표는 “6년전 투기자본 MBK가 인수한 이후 홈플러스에 최근 반사회적인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홈플러스가 부동산투기로 폐점되고 노동자들이 졸지에 일자리를 잃게 되거나 편법으로 멀리 쫓겨가게 생겼다.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 홈플러스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시민사회단체가 힘을 합쳐 대책위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홈플러스 폐점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투기자본이다. 이들이 벌이는 만행을 시정하지 않으면 제2의, 제3의 폐단들이 속출할 수밖에 없다”며 “투기자본의 기업약탈이라는 근본문제 해결을 위해 투기자본 규제법 제정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책위 공동대표를 맡은 김은형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대한민국 전체가 부동산투기 열풍에 놀아나고 있다. 산업부문까지 확산된 투기열풍에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쫓겨나고 상공인들은 생계를 잃고 지역공동체는 무너지고 있다”면서 “정부와 국회는 부동산투기로 산업까지 망가뜨리고 있는 투기자본을 더이상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홈플러스 추석총파업 기자회견에서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 장경란 경기본부장이 홈플러스 폐점매각 중단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홈플러스 추석총파업 기자회견에서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 장경란 경기본부장이 홈플러스 폐점매각 중단을 호소하고 있다.

김주호 경제민주화네트워크 경제사회팀장은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할 때 사용한 LBO(차입매수) 방식을 비판했다. 그는 “자기 자본 없이도 대출을 활용해 매입한다는 측면에서 LBO와 갭투기는 다르지 않다. 차이가 있다면 공제규제가 있으냐 없느냐의 차이”라며 “갭투기에는 먹튀를 못하게 하는 공적규제가 있지만 사모펀드의 LBO에는 아무런 규제장치가 없기 때문에 멀쩡한 기업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고 정부와 정치권의 무책임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MBK가 투기자본이라지만 2만명이 넘는 기업을 인수했으면 최소한의 책임경영 자세를 보여야 한다”며 “일방적인 밀실매각을 밀어붙이지 말고 노동조합과 입점주,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투자계획, 고용계획, 보상계획 등을 충분이 내놓는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MBK에게 촉구했다.

김일규 민교협 대협위원장은 “한국사회 기업의 구조조정과 노동문제의 핵심은 투기자본의 약탈행위”라면서 “MBK와 같은 투기자본들이 홈플러스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한국의 노동자들을 희생양 삼아 돈잔치를 벌이고 있다. 더이상 투기자본에 의해 노동자들이 희생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홈플러스 노사는 폐점매각 문제로 작년에 시작한 임단협 교섭을 아직까지 마무리짓지 못한 채 대립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에 따르면 MBK와 홈플러스 경영진은 지난해부터 홈플러스 140개 매장 가운데 매출 최상위 매장을 중심으로 폐점을 전제로 한 매각을 잇달아 추진하고 있다.

전국 매출 최상위권인 안산점과 부산지역 매출 1위 가야점을 필두로 대전둔산점과 홈플러스 1호 매장인 대구점까지 현재 폐점매각이 추진되고 있는 매장은 4곳이고, 대전탄방점은 올해 2월 말로 폐점이 완료된 상황이다. 이 외에 몇몇 알짜매장들이 계속해서 추가 폐점매각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폐점소문이 난 홈플러스 중계점에서 키즈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채희재 한상총련 사무국장은 “중계점 폐점소문이 돌자 인근 주민들이 찾아와서 언제까지 영업하냐고 물으며 환불사태가 벌어졌다. 하루 매출이 0원이었던 날도 있다. 엄청난 피해를 봤다”며 “홈플러스는 수수료를 수수료대로 올려놓고 폐점으로 인한 피해는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다. 대기업의 횡포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MBK가 홈플러스 인수 이후 벌어들인 매각대금 총 3조 5000억원 가운데 작년 1년 동안 4개 매장(안산점, 둔산점, 탄방점, 대구점) 매각으로 벌어들인 매각대금만 1조 2000억원에 달한다.

홈플러스는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배송 시장 규모가 급속히 커지면서 오프라인 매장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폐점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는 유통시장의 변화를 인정하더라도 구조조정이 일방적이라고 반발하는 상황이다.

홈플러스 사측은 전환 배치 등을 통해 고용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나 출퇴근 문제 등으로 이를 수용할 수 없는 직원들은 자연스럽게 퇴사로 몰리게 된다.

​​​​​​​홈플러스 여성노동자들이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 디타워 MBK 앞에서 운영사 MBK파트너스의 주요 점포 폐점 매각을 규탄하며 집단삭발을 하고 있다.
홈플러스 여성노동자들이 지난 5월 13일 서울 광화문 디타워 MBK 앞에서 운영사 MBK파트너스의 주요 점포 폐점 매각을 규탄하며 집단삭발을 하고 있다.

대형마트가 몸집줄이기에 나서면 주변 상권 고용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유통학회가 최근 발표한 '정부의 유통규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마트 1개 점포가 폐점하면 마트 근무자 외에도 임대업체, 용역업체, 수많은 납품업체에도 영향을 미쳐 최소 945명의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주변 상권의 매출 감소 영향으로 반경 3km 이내의 범위에서 429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 대형마트 1개 점포가 정리되면 1000명이 넘는 인원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분석이다.

한편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회장은 탈세 의혹으로 서울지방국세청의 조사를 받았다. 이에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회장의 탈세액이 최대 수백억원에 달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금융감시센터는 지난 7일 “김병주 회장의 탈세 관련해 탈루소득(1000억 이상)에 대한 소득세·가산세·이자 등이 부과될 것으로 보이며, 미국시민권자라는 점에서 미국에 납세한 내역이 있으면 상계해서 과세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금융감시센터는 지난해 12월에 MBK를 역외탈세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국세청은 지난해 5월부터 MBK에 대한 조사를 벌인 후 법인세 55억원을 추징했다. 이에 MBK는 불복하고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다.

금융감시센터는 정치권을 향해서는 “국회는 MBK의 조세포탈, 국민적 의혹에 상세히 밝혀내야 하며 다른 외국인들의 세금납부 현황을 철저히 감시하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