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수급난에 4분기 신차 출시 미뤄져
무뇨스 CCO, 자체생산 언급...현대모비스 가능성

현대차 양재동 사옥
현대차 양재동 사옥

코로나19로 인해 전자기기, 차량 등에 쓰이는 반도체 수급이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신차 출시마저 더뎌지고 있다. 이에 현대자동차그룹이 외부에서 차량용 반도체 수급에서 나아가 자체적으로 반도체를 생산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사장)은 13일(현지시간) 차량용 반도체 칩 제조업체에 대한 의존을 줄이기 위해 현대차가 자체 칩을 개발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무뇨스 사장은 이날 외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차량용 반도체 칩 부족에 따른 최악의 상황은 지났지만 지난 8, 9월은 가장 힘든 달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반도체 칩 제조업체 인텔이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거액을 투자하는 등 반도체 업계가 매우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면서 "현대차도 그룹 내에서 우리 자신의 칩을 개발할 수 있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개발에는 많은 투자와 시간이 걸리지만, 이것은 우리가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특히 무뇨스 사장은 만약 현대차가 반도체를 생산하게 되면 자동차 부품 계열 회사인 현대 모비스가 자체 반도체 개발 계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무뇨스 사장은 현대차가 4분기에 당초 계획과 같은 수준으로 차량을 납품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그렇게 되면 다음해 생산 차질 물량의 일부를 상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대차 투싼
현대차 투싼

현대차가 자체적으로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언급할 정도로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은 2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동남아의 코로나19 델타변이 여파로 반도체 공급 부족이 더욱 악화됐다.

이에 현대차는 4분기 예정한 국산 신차 출시 시기를 다음해 이후로 미룰 정도다. 반도체 수요가 공급을 크게 앞지른 상황에서 최대한 신차 출시를 늦춰야 한다는 판단이다.

14일 자동차 부품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연내 출시를 준비해왔던 제네시스 G90(프로젝트명 RS4)과 기아 니로(프로젝트명 SG2) 후속 모델 생산 계획을 각각 다음해 1분기, 2분기 이후로 미뤘다.

업계에 따르면 G90과 니로 후속 모델은 사실상 개발을 완료했으나 현대차그룹이 반도체 수급 지연으로 협력사에 생산 일정을 미루자는 내용을 전달했다.

신차를 추가로 투입하기에는 현대차도 부담이 된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의 인기 차종은 계약부터 출고까지 최대 1년이 걸릴 정도다.

게다가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해 현대차와 기아의 3분기 실적 예상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반도체 수급난이 실적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것이다.

현대차증권은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을 1조 6300억원 규모로 예상하면서 컨센서스(추정치)를 6.3% 하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기아의 영업이익은 1조 2600억원 규모로 컨센서스를 3.4% 하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을 1조 5998억원, 기아의 3분기 영업이익은 1조 2625억원으로 예상했다. 하나투자증권도 현대차는 1조 6000억원대, 기아는 1조 2000억원대로 예상했다.

증권사는 현대차와 기아의 실적을 지난달 컨센서스보다 약 2000억원 가량 낮췄다. 증권사들은 실적 하락의 주된 이유로 반도체 수급난을 지목했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뿐만 아니라 글로벌 완성차업체 모두가 반도체 수급난의 영향을 받고 있다”면서 “반도체 수급난이 올해 4분기, 다음해 상반기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커져 현대차가 차량용 반도체 자체생산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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