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정부가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26.3%에서 40%로 상향하는 안을 내놨지만,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지나치다는 우려가 나오는 반면 환경단체 등은 미흡하다는 비판이 나와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는 이날 탄소중립기본법의 입법 취지, 국제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기술작업반 운영과 관계 부처 검토 등을 거쳐 상향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탄소중립기본법에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2018년 대비 35% 이상 감축돼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정부는 법안을 다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정책 역량을 최대한 동원해 2018년 대비 40% 이상 감축된 수준으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제출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한 부대 의견 또한 고려했다고 전했다. 세계 주요국은 기준 연도 대비 탄소중립까지 균등 감축 수준으로 NDC를 상향 중이다.

정부는 이번 상향안의 연평균 감축률(기준 연도∼목표 연도)이 4.71%로, 유럽연합(EU) 1.98%, 미국 2.81%, 일본 3.56% 등 주요국과 비교해서도 도전적인 목표라는 입장이다.

지난 4월 22일 온라인으로 열린 기후정상회의에서는 선진국들의 파격적인 온실가스 감축 약속이 이어졌다. 연합뉴스
지난 4월 22일 온라인으로 열린 기후정상회의에서는 선진국들의 파격적인 온실가스 감축 약속이 이어졌다. 연합뉴스

정부는 전환(발전)·산업·건물·수송·농축수산 등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모든 부문에서 감축 노력을 극대화하기로 하고 국내외 감축 수단을 모두 활용하되 국내 수단을 우선 적용했다.

구체적인 배출량은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이 정점에 달한 2018년(7억2760만t) 대비 40%(2억9100만t)를 감축해 2030년 배출량이 4억3660만t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전환 부문은 2018년 2억6960만t에서 2030년 1억4990만t으로 온실가스를 44.4% 줄여야 해 가장 큰 감축이 이뤄진다.

GDP 상승, 전기차 확대 등으로 전력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정부는 석탄 발전을 축소하는 대신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확대하고 추가 무탄소 전원(암모니아 발전) 등을 활용할 방침이다. 

산업 부문에서는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온실가스 주요 배출 산업에서 원료 및 연료 전환 등의 방법을 활용해 2018년 2억6050만t에서 2030년 2억2260만t으로 감축한다.

건물 부문에서는 에너지 효율을 향상하고 스마트에너지 관리 등을 활용해 2018년 5210만t에서 2030년 3500만t으로, 수송에서는 친환경차 보급 등을 통해 2018년 9810만t에서 2030년 6100만t으로 온실가스를 줄인다. 농축수산(2470만t→1830만t), 폐기물(1710만t→910만t) 등 부문에서도 획기적인 감축이 이뤄진다.

정부는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탄소가격제를 도입하고, 이를 통한 세수는 고용 지원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2050년 탄소 가격은 1t당 55∼250달러로 가정하고, 2030년 33%를 거쳐 2050년 100% 반영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상향안을 통해 국내총생산(GDP)은 0.09∼0.07% 감소하고, 고용은 최대 0.02%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분석안은 산업·수송·건물 등 부문별 전력화 확대 및 재생에너지 보급 잠재력 수준에 따라 기준 시나리오(기존 기술 진보 속도 적용)와 기술 진보 시나리오(가속화된 기술 진보 속도 적용)로 구분해 만들었다.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 온실가스의 배출량을 대폭 낮추는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안(탄소중립기본법)’이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뒀다. 연합뉴스

이번 상향안에 대해 업계에서는 지나치게 도전적인 목표라며 반발하는 반면, 환경단체 등에서는 오히려 크게 부족하다며 최소 50%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들은 8일 "국가 경제에 부담을 주는 무리한 목표 설정"이라며, 특히 산업 부문 NDC 목표가 기존보다 2배 이상 높아진 것과 관련해선 기업경쟁력 약화, 산업 위축에 따른 일자리 감소 등의 우려를 나타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논평에서 "탄소중립이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해 나아가야 할 길이라는 점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불과 8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NDC를 40%까지 상향하는 것은 실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제조업 비중이 주요국보다 매우 높고 탄소배출 효율은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조속한 혁신기술 개발과 상용화가 필요하며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030년까지 10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실현 가능 여부를 면밀히 검토해 40%라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과도한 NDC 상향은 기업경쟁력을 약화할 뿐만 아니라 감산, 해외이전 등에 따른 연계 산업 위축, 일자리 감소 등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면서 "제조업 중심 산업구조, 탄소중립 기술 상용화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감축 정책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2030년까지 획기적인 온실가스 감축 기술이 적용되기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달성하기 힘든 무리한 목표치"라며 "목표 수립에만 쫓겨 충분한 의견 수렴과 분석 없이 일방적으로 목표를 발표한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산업 부문 감축목표는 기존보다 2배 이상 높아졌는데 경쟁력 약화와 일자리 축소로 국민경제에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부 최종안의 감축 목표가 합리적으로 수립될 수 있도록 산업계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중소기업계는 비용 증가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통해 "NDC의 급격한 상향은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상 큰 비용을 수반할 것"이라며 "대체 연·원료 등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대안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감축 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발전단가 상승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은 원자재 가격과 제조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전력다소비 중소제조업의 경쟁력은 약화할 수밖에 없다"면서 "탄소중립 대응 자체를 포기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8월 18일 국회 앞에서 열린 기후위기비상행동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법을 제대로 만들라’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8월 18일 국회 앞에서 열린 기후위기비상행동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법을 제대로 만들라’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대로 환경단체들은 40% 감축도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현재 정부가 제시한 감축안은 기온 상승을 1.5도로 제한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권고에 따르면 최소한 50% 이상 감축해야 함에도 이런 터무니없는 목표가 논의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후중립 청년제안'은 "2030년 40% 감축 목표를 따르면 향후 한국에 허용된 탄소예산을 2배 가까이 배출할 수 있다"며 "검토 중인 NDC를 지금보다 대폭 상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달 '2030년 최소 60%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을 골자로 한 2040년 기후중립 시나리오를 탄소중립위원회에 제출한 바 있다.

한편 정부는 이번 상향안을 온라인 토론회 등으로 각계 의견 수렴을 거쳐 이달 안으로 탄소중립위원회와 국무회의 심의를 통해 확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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