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전 원장에게 대한민국 맡기기 어렵다는 결론”

최재형 캠프에서 명예 선대위원장인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달 9일 최재형 캠프에서 명예선대위원장인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 경선주자인 최재형 후보(전 감사원장)가 대선 출마선언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최재형 후보의 명예공동선대위원장이었던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지난 23일 밤 “최 전 원장에게 대한민국을 맡기기는 어렵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지지 철회를 공식적으로 밝혔기 때문이다. 

정의화 전 의장은 23일 페이스북을 통해 '최재형 후보에 대한 정치적 지지를 철회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캠프 해체 전후 최재형 후보의 역선택방지 포기, 낙태와 상속세 폐지 등 제 생각과는 전혀 다른 정책 발표를 보고 크게 실망해왔다. 가덕신공항에 대한 발언을 접하고는 아연실색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전 의장은 “이것은 제가 생각한 최재형다움이 아니다”라며 “대통령이 되기 위한 준비가 부족한 것은 채워나가면 되지만, 정치 철학의 문제, 한국 사회의 방향성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은 그렇게 할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훗날을 위해 몇가지 사안에 대한 나의 철학과 소신을 밝히고자 한다”며 “상속세는 부의 대물림으로 빈부 격차가 확대 재생산되는 것을 줄이는 순기능이 있으며, 따라서 전면폐지보다는 기업인의 의욕을 높이고 일자리 창출을 위한 지점에서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모든 낙태는 불법이란 주장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는다”며 “근친상간, 성폭행 등으로 인한 임신과 유전적 질환에 대해서는 허용의 길을 열어두어야 한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가덕도 신공항 전면 재검토에 대해선 “실망을 넘어 절망적”이라며 “며칠만의 말바꾸기도 문제지만 후보로서 국토균형발전과 대한민국의 미래비전이 없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맹비난했다.

정 의장은 “국민들이 최 전 원장에게 기대한 것은, 그리고 제가 말한 최재형다움은 법관 출신으로서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위한 법치와 헌법수호정신, 그리고 약자에 대한 사랑의 진정성 등을 기반으로 승부를 보시라는 것이었다”며 “그러나 최근 한 달여 최 전 원장의 정책발표와 행보는 지지율 하락을 반전시키기 위해 논쟁적 사안의 극단을 선택하면서 논란을 쏟아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표를 의식하는 기존 정치인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라며 “당장의 인기와 표를 생각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정 의장은 “저 스스로도 지지를 철회하게 되어 마음이 무겁다”면서 “저와 오랜 인연을 맺고 계신 소중한 분들께 그동안 최 전 원장을 지지해달라고 호소해왔는데 본의 아니게 큰 빚을 지게 되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분들께도 결과적으로 제가 사려 깊지 못한 것이 되었다. 이 자리를 빌려 제 주변 분들께도 미안함을 전한다”며 “저의 안타까운 결단이 대통령선거와 정치지도자의 중요성, 나라의 미래에 대해 한 번 더 고민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글을 맺었다.

최재형 후보는 감사원장 사퇴 전후로 야권에서 지지율 2위를 유지해 왔으나 본격적인 최근에는 4~5위까지 밀려난 상태다. 최 후보는 지난 14일 선거 캠프를 전면 해체를 선언하면서까지 변화를 시도했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는 상태에서 이번 정 전 의장의 지지 철회 선언은 경선 과정에 큰 타격이 아닐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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