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다 이슈, 중국 정부 통제 가능성…파월 美 전이 가능성 부인

방심 속 리스크 확산 주의해야

추석연휴 내내 글로벌 금융시장을 긴장케 했던 중국 2위 부동산 개발기업 ‘헝다’ 파산 리스크와 FOMC에서 예상보다 자산매입축소(테이퍼링) 실시 속도가 당겨질 분위기 속에서 23일 코스피가 보합 마감했습니다. 홍콩, 일본, 유럽 등 국내증시 휴장 동안 출렁였던 글로벌 증시를 감안하면 이례적인 현상입니다. 왜일까요?

중국 광둥성에 본사를 둔 중국 부동산 디벨로퍼 헝다그룹(hina Evergrande Group)은 지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승승장구하며 성장세를 이어왔습니다. 하지만 과도한 부채를 통한 사업 확장으로 부동산 시장이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된 후 중국정부가 대출규제라는 메스를 들이대자 헝다가 ‘돈맥경화’에 빠져 허우적대는 상황입니다.

다양한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해온 헝다는 당장 오늘 지급해야 할 채권이자만 2억3200만 위안(약 425억 원)입니다. 다행히 금일 이자를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하면서 시장이 안정을 찾는 모습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이자일 뿐 앞으로도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들의 이자와 원금 상환이 가능할 지 알 수 없습니다.

우리 정부도 금일 오전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기재부 이억원 제1차관의 입을 통해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라면서도, “중국 헝다그룹 파산 우려와 같은 신흥국발 위험 요인도 주의 깊게 점검하며 대비해나가야 한다”며 금융기관별 가계부채 관리목표 준수 여부를 주기적으로 점검할 것임을 알렸습니다.

현지시각 21~22일에 걸쳐 진행된 미 연준의 FOMC 결과는 한마디로 다음 번 회의(11월)때 테이퍼링 시작을 선언할 것임을 강력히 시사하며 끝났습니다. 다만 제로금리 수준의 현 이자율은 당분간 유지한다는 기조입니다.

해를 넘길 여지를 남겨두었던 그 동안의 멘트에서 진일보한 매파적(긴축 선호) 발언임에도 “생각보다 심하지 않네”라는 반응과 “오히려 불확실성이 해소돼 좋네”라는 반응이 합쳐져 전일 미국 주식시장 주요 지수가 1% 내외로 상승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22일 FOMC의 결과와 더불어 또 다른 관심은 파월의 ‘헝다’관련 발언이었습니다. 당초 외신들은 파월이 헝다 이슈에 관한 의견을 개진할 것으로 기대해 왔습니다.

FOMC 정례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헝다 사태는 신흥국 시장에 많은 부채를 안고 있는 중국에 매우 국한된 문제”라며, “미국 기업의 디폴트 가능성은 매우 낮은 상태”라고 말해 중국 부동산 개발사의 유동성 리스크가 자국에 미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발언으로 위기 확산 시각에 선을 그었습니다.

전문가들은 헝다가 파산할 지 아닐 지 그 자체에 크게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과거 리먼사태와 비교할 때 파급효과를 추정할 수 없는 복잡한 파생상품들(서브프라임 모기지), 글로벌 기업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던 이해관계 등이 이번 사태에선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죠.

일반인들의 눈에 보이기에 엄청나 보이는 헝다의 부채 규모도 어마어마한 중국 상업은행들의 규모를 감안하면 감내할 만한 수준이라는 점,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참견할 수 없는 영미 국가와 달리 중국 정부가 얼마든 간섭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이 오히려 시장의 안정감을 더해주는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신용리스크 관련이니 가장 전문가라할 수 있는 신용평가회사의 의견을 참고로 알려 드립니다.

나이스신평은 23일 ‘중국 헝다그룹 부도 시나리오와 전망’ 이라는 제하의 보고서를 통해 향후 어떤 전개가 이뤄질지 시나리오를 크게 두 가지로 제시했습니다.(세가지로 돼 있는데 마지막 시나리오는 두번째 시나리오가 먹히지 않을 때의 플랜B입니다.)

간단히 요약하면 첫째, 핑안보험, 화룽자산관리에 적용했던 방식으로 먼저 경영진과 책임자 처벌에 이어, 실질적인 채권자 손실 보전, 정부 직접관리 후 디레버리징입니다. 경제 및 금융시스템에 핵심적인 은행이나 금융기관에 문제가 생겼을 때 정부가 직접 개입해 해결하는 방식입니다. 나이스신평은 헝다그룹이 그런 대상이 아니고, 또 중국 정책당국이 해외채권자에게 채권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가 있다는 측면에서 채택 가능성이 낮은 방식이라고 부연했습니다.

둘째, 하이난그룹에 적용했던 방식입니다. 역시 경영진과 책임자 처벌을 하지만 다른 부분은 만기를 연장해주고 채권자에게 일부만 손실을 지우는 방식입니다. 이 경우 헝다는 핵심 사업을 지속할 수 있고 추후 국유기업이 인수케 한 뒤 공적자금을 투입해 회생시키는 방안입니다. 2018년 시작된 하이난그룹은 핵심 사업인 항공 산업을 살리는 조건으로 채권자들이 일부만 손실을 떠안고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했다는 설명입니다. 헝다그룹이 워낙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으니 하나의 덩어리로 보지 않고 개별 프로젝트별로 채권자들이 일부 손해를 감내해 십시일반으로 사태를 해결하고 전체 리스크로의 확산을 막을 거라는 시나리오입니다. 나이스신평이 유력하게 생각하는 방안입니다.

세번째는 두번째가 먹히지 않았을 때의 시나리오입니다. 즉 리먼사태 때처럼 복잡한 부동산 권리관계가 얽히고 섥혀 금융권 전체에 연쇄적인 리스크 도미노 현상이 생겨 거시경제 및 금융시스템 전체의 문제로 전이될 경우입니다.

다만 이 가능성은 높게 보지 않는다는게 나이스신평 의견입니다. 중국에는 공산당이 있어 초법적인 권한 행사가 가능하다는 점, 리만 때처럼 복잡도가 높지 않다는게 전망의 이유입니다.

아무튼 이러한 이유들로 5일 휴가를 마치고 온 한국 주식시장은 23일 오전한 때 약보합을 보인 이후 -0.41%라는 양호한 성적으로 마감했습니다.

그러나 위기는 항상 방심할 때 찾아옵니다. 헝다의 리스크를 중국 정부가 완벽히 컨트롤할 수 있을 지, 테이퍼링과 금리인상 시기 조절의 부대 조건인 고용과 인플레이션 통제는 가능할 지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날마다 뉴스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헝다그룹 부채구조(출처=나이스신평 보고서)
헝다그룹 부채구조(출처=나이스신평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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