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버스 802대 교체한다더니 실구매 4대
올해 책정된 예산으로는 버스 대신 순찰차 구입
이은주 의원 “허황된 계획 폐기하고, 현실에 기반한 새 계획 세워야”

이은주 국회의원(정의당, 비례대표)
이은주 국회의원(정의당, 비례대표)

“2028년까지 모든 경찰버스를 수소전기버스로 전면 교체”

지난 2019년 경찰청이 이같이 선언했지만 경찰 수소전기버스 도입 계획이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커졌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은주 국회의원(정의당, 비례대표)이 23일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이 올해 8월말 기준 보유·운행하고 있는 버스 706대 중 수소전기버스는 5대다. 이마저도 1대는 현대자동차로부터 무상임대한 버스로, 경찰이 실구매한 버스는 4대에 불과하다. 

경찰의 수소전기버스는 2018년 10월 당시 이낙연 국무총리가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광화문에서 공회전하는 경찰버스를 수소버스로 교체할 것’을 공개적으로 제안한 이후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경찰버스는 업무 특성 상 도로에서 장시간 대기하는 경우가 많고, 냉난방 장치 가동을 위해 시동을 켜 놓는 과정에 배출되는 가스 때문에 미세먼지 유발 등 공기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경찰청이 매년 공공 부문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 대상 기관 중 ‘탄소배출 1위 기관’에 선정되는 것도 경유차량인 경찰기동대 버스 영향도 크다.

이에 경찰청은 지난 2019년 10월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 현대자동차와 ‘경찰 수소버스 확산을 위한 상호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서’를 체결하고, 2028년까지 경찰기동대 버스 802대를 수소전기버스로 교체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경찰청은 “미세먼지 저감 및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 정부 기관 최초로 수소전기버스를 도입했다”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고, 행사 당일 국무총리 등과 함께 광화문 현장에 배치된 경찰수소전기버스 시승식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계획에 따르면 단순히 산술적으로만 계산해도 2020년부터 9년간 매년 89대씩 교체해야 한다. 하지만 경찰청은 2019년 2대에 이어 2020년에도 2대만 수소전기버스로 교체했다. 2020년 차량 구매 예산도 2대분에 맞춘 15억원(1대당 7억 5천만 원)만 반영했다

경찰청은 올해 수소전기버스 구매 예산으로 3대분에 해당하는 22억 5천만 원을 확보했지만, 아직까지 한 대도 구매하지 않았다. 대신 해당 예산으로는 친환경 112순찰차를 구매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경찰기동대의 장비를 실을 수 있는 고속형 수소전기버스를 개발·판매하기로 했지만, 테스트가 끝나지 않아 차량 출시가 내년으로 미뤄졌다. 현대차가 경찰청에 1대의 수소전기버스를 무상임대해 준 이유다.

경찰청은 “올해 수소전기버스 예산으로는 112순찰차 29대(수소전기차 19대·전기차 10대)를 구매 진행 중”이라며 “내년부터는 제대로 집행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대차의 신차 출시 연기 사정은 둘째치고서라도, 경찰청이 애초 실현불가능한 허황된 계획을 발표해 생색만 내고 뒷일은 나 몰라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경찰청은 2022년도 기능차량 교체 예산으로 전기승용차 175억 9천500만 원과 수소전기버스 3대분의 22억 5천만 원만을 국회에 요구해 놓은 상태다. 이는 경찰청 자체가 2028년까지 수소전기버스로 전면 교체하겠다는 전혀 의지가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담당 부서에선 수소전기버스 90대분의 예산을 책정해 요구했는데, 실 반영이 안 됐다”고 해명했다.

이에 이은주 의원은 “2028년까지 수소전기버스 전면교체를 선언할 때는 예산책정에서부터 면밀한 계획을 세웠어야 했다”며 “‘정부 기관 최초’라는 보여주기식 이벤트에 급급해 말 잔치만 한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경찰청은 지금이라도 허황된 계획은 폐기하고, 현실에 기반한 계획을 세워 ‘전체 782개 공공기관 중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기관 1위’ 오명을 벗어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편, 올해 8월 기준 경찰청이 보유한 전체 차량(1만6천915대) 중 1·2종 저공해차는 3.8%(643대)에 불과했다.

‘경찰청 저공해차(친환경차) 및 저공해차 외 차량 보유현황’을 보면, 경찰청은 승용차 7천486대, 승합차 6천714대, 이륜차 1천633대, 특수차 266대, 화물차 816대를 보유하고 있다.

승용차(112순찰, 경비작전용 등) 총 7천486대 중 1종(수소차·전기차)은 200대(2.7%)에 불과하다. 하이브리드차인 2종은 363대(4.8%)에 그쳤다. 나머지 92.5%의 차량이 경유차다.

총 6천714대의 승합차(경찰버스, 호송용, 과학수사용 등) 중 경찰버스 5대만 1종 저공해차다. 교통순찰용 이륜차의 경우 1천633대 중 75대만 1종이다. 1천82대의 특수·화물차 중 저공해차는 한 대도 없다.

올해 경찰은 교체대상 노후차량 중 216대를 1종 저공해차량으로 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9월 기준 업무 및 지휘차 187대는 구입이 완료됐고, 112순찰차 29대(수소전기차 19대·전기차 10대)는 현재 계약 진행 중이며, 11월 도입될 예정이다. 

하지만 112순찰차(29대)는 올해 수소전기버스 3대 구매가 불발되면서, 버스 대신 구매한 것일 뿐, 당초 올해 예산이 편성된 계획된 구매는 아니다. 경찰청은 올해 노후 112순찰차를 친환경 순찰차로 교체하는 예산을 한 푼도 편성하지 않았다.

이은주 의원은 “정부가 공공기관 전기‧수소 친환경 차량 보급 확대를 통한 탄소중립 시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경찰청은 정부 시책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보다 적극적인 전기‧수소 친환경 차량 교체 계획을 세우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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