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임시주총서 배터리 분사 안건 상정
물적분할 후 상장으로 대규모 투자 단행 전망
지주사 할인·주주권익 훼손 우려…"주주환원 정책 시급"

SK이노베이션 김준 총괄사장이 지난 7월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에서 ‘탄소 사업에서 그린 중심 사업’으로 회사의 정체성 이동을 설명하고 있다. 신용수 기자
SK이노베이션 김준 총괄사장이 지난 7월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에서 ‘탄소 사업에서 그린 중심 사업’으로 회사의 정체성 이동을 설명하고 있다. 신용수 기자

SK이노베이션이 오는 16일 임시주총을 열고 전기차 배터리 사업 분사를 결정한다. 배터리 사업 분할이 결정되면 다음달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부문이 물적분할돼 ‘SK배터리주식회사(가칭)’가 출범하게 된다.

다만 자회사의 물적분할이라는 점에서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기존 주주 가치가 희석되고 기업가치도 할인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의 주주가치 방어 대책이 주목된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이번 임시주총에서 배터리사업과 석유개발(E&P) 사업부문의 분할안건을 논의한다.

SK이노베이션의 각 사업별 분할은 존속법인(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이 신설 법인의 지분 100%를 보유하는 물적분할 방식으로 이뤄진다.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에서 상당한 성과를 보이고 있고 그룹 차원에서도 육성하는 만큼 이번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석유개발 분할은 무리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물적분할이 아닌 인적분할을 택하면 대주주의 지분이 줄어 경영권 방어가 어려워진다. 게다가 앞으로 SK배터리주식회사의 상장을 통해 대규모 투자금을 확보해 배터리 공장 증설과 신축이 가능해진다.

이미 SK이노베이션은 지난 7월 초에 기업설명회를 열고 배터리 수주잔고가 '1테라와트+α’라는 점을 공식화했다. 1테라와트+α는 전기차 1500만대 수준인데 단순 가치로만 따지면 130조원을 넘는다.

SK이노베이션이 1테라와트 이상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설비 투자가 필요해 상장을 통한 투자금 확보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의 기존 주주들과 국민연금이 물적분할을 반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의 최대주주는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로 전체 지분의 33.4%를 보유하고 있다. 그다음으로는 국민연금이 약 8%를 보유하고 있다.

물적분할은 기존 주주가 아닌 기존 회사가 신설 법인의 소유권을 가지게 되는 방식이다. SK이노베이션의 기존 주주들은 분사 후에도 계속 SK이노베이션 주식만 보유하게 되고 분할된 사업에 대한 지배력은 약해진다.

개인 투자자들은 기존 지분 가치의 희석과 모회사의 기업가치 할인을 우려한다. 모회사의 핵심 사업 부문을 보고 투자했는데 이 핵심사업이 빠져나가고 신설 회사의 주식을 직접 소유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공단

이러한 점을 인식해 국민연금도 지난해 12월에 동종업계인 LG화학의 배터리 부문(LG에너지솔루션) 분사에 반대표를 던졌다.

당시 국민연금 측은 "분할계획 취지·목적에 공감하지만 지분가치 희석 가능성 등 국민연금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LG에너지솔루션 분사에 분노한 개인투자자들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성토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한 청원자는 “LG화학 물적분할로 인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를 막아달라”며 “전기차 관련주, 배터리 관련주라고 생각해서 LG화학에 투자했는데, 분사를 하면 투자한 이유와 전혀 다른 화학 관련주에 투자한 것이 된다”는 글을 작성해 많은 수의 동의를 받았다.

증권가에서도 기존 주주의 권익 훼손 가능성을 우려하며 SK이노베이션의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서산 배터리 공장
SK이노베이션 서산 배터리 공장

대신경제연구소 자회사 한국ESG연구소의 안상희 책임투자센터장은 지난 9일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부문을 분할해 기업공개하면 기존 주주권익 훼손 우려가 있으므로 일부 자기주식 소각 등을 통해 주주환원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상희 센터장은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할 후 기업공개는 향후 대규모 투자 등의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것으로 판단한다"면서도 "SK이노베이션 일반주주 입장에서는 성장 가치가 높은 신설법인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던 상황에서 기업공개 과정을 통하면 지분가치 희석이라는 주주가치 훼손 우려도 상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 분할과 관련돼 금전 외에 주식과 기타 방식으로 배당을 할 수 있는 정관을 마련할 가능성이 나온다. 분할 발표 후 주주들의 불만이 이어지자 '주주 달래기' 카드를 내놓을 것이란 예상이다.

안상희 센터장은 "SK이노베이션이 향후 신설 자회사의 주식 배당 가능성을 열어두었다는 점에서 주주환원에 긍정적이지만 좀 더 명확한 주주환원 계획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회사가 보유 중인 자기주식 1012만주(지분 10.9%, 2021년 상반기 기분) 중 일부의 소각도 현금 유출 없이 장기적인 주주가치(밸류에이션)에 긍정적 대안 중 하나"라고 제안했다.

이어 "SK이노베이션의 명확한 주주환원 계획이 공개되지 않게 된다면 해외 사례(BlackRock)에서처럼 SK이노베이션의 분할을 결정한 이사회 임원의 주주권익 훼손 우려와 해당 임원(등기)의 재선임 안건과 연계도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주주가치 방어책에 대해서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주주가치 방어책에 대해)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면서도 “ CEO 인사말 등을 통해 (주주가치 방어책의) 방향성은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을 듯하다”고 밝혔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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